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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이천 화재참사 합동추모제 현장은 온통 울음바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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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울고 하나님도 울었다

 

2008년 1월 11일 이 날은 부처님도 울고 하나님도 울었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40여 명의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분향 차례를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모두 실신할 정도로 울었다.

 

목이 터지도록 울었다. 땅을 치며 울었다. 가슴을 치며 울었다. 울다 지쳐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그동안 하도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올 것도 없을 법 한데 또 다시 눈물이 폭포수처럼 장내를 적셨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유족들과 상관없는 참관인도 울고, 기자도 울고, 행사 주관자들도 울었다.

 
 
 

유가족들 주위에서 외우던 스님들의 극락왕생 염불이 더 처량했다. 교회 사람들이 들려주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는 장례송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사람이 나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그렇게 허망하고 억울하게 갔으니 어찌 가슴이 찢어지지 않으랴.  

 

유가족 대표의 고별사는 몇 초를 잇지 못하고 말이 끊어졌다. 연신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이었다.

 

"불구덩이 속에서 뜨거워 뜨거워서 눈도 감지 못했을 당신을 생각하면…."

 

이 부분을 읽던 유가족 대표도 더 이상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듣고 있던 유가족들도 눈물 폭탄을 터뜨렸다.

 

"불러봐도,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여기에 왜 와서 이러고 있느냐. 이건 꿈일 거야. 아냐, 반드시 꿈이어야 해."
"야이, 멍청한 놈아, 나이가 몇 살인데 불 속에서 뒹굴었냐. 네가 이런다고 사장이 알아줄 거 같으냐? 국가가 알아줄 거 같으냐?"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살려내라, 살려내. 이렇게는 못 보낸다. 억울해서 못 보낸다."

 

거기엔 슬픔보다 더 진한 분노가 있었다. 아니,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장내 주위엔 침묵이 맴돌았다. 오로지 그들의 통곡소리만 남았다. 그들의 분노만이 장내를 감싸고 돌았다.

 

생전 사회의 약자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던 그들은 이제 주검이 되어서 말이 없었다. 유가족들이 그렇게 애타게 오열하고 불러도 묵묵부답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떠받들어지던 소위 서민들은 이렇게 무참히 생산현장에서 쓰러져간 것이다.

 
 
 
 

이천 냉동창고 사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우리의 오만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안전은 늘 뒷전이었다. 성수대교 붕괴가 그랬고, 삼풍백화점 붕괴가 그랬다.

 

추모제는 거의 4시간 정도 진행되었지만, 아까부터 시종일관 고개 숙이고 서있던 한 여인이 있었다. 바로 이천 냉동창고 사장이다. 그녀는 영령들의 영전에 절을 하면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유가족들에게 또 한번 사죄의 절을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추모장 밖에서는 하늘도 정신을 잃었는지 하루 종일 눈과 비가 오락가락했다. 아직도 정리 되지 못해 소방대원들이 뒷수습을 하고 있는 참사 현장에도 참사 당일에 뜨거워 어쩔 줄 몰라 했을 영령들을 식혀주기 위해 하염없이 하늘이 그렇게 눈과 비를 내리고 있었다.   

 
 


 

 


 


태그:#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합동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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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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