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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장례식장에서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유족과 친지들 그리고 우리 고교 동창생 2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의 친구는 화장 후 작은 항아리에 담겨 대전 인근 납골당에 안치됐습니다.

벗 김동식(47, 2007년 12월 30일 운명)은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위암 수술을 받고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며 사업에 전념했습니다. 고교시절에 연대장 완장을 찼던 동식이는 평소 온화한 성격에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늘 밝은 웃음을 선사하며 바른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제 마흔일곱 살 고교 동창생. 평소 80㎏이 넘는 친구의 체중은 절반으로 줄었고, 대들보같던 다리는 가느다란 각목처럼 변했습니다. 최첨단 현대의학도 어떠한 격문도 불치의 병을 낫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병실에서 연신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친구들 안부를 묻던 친구였습니다. 그가 그렇게 계속하여 거울을 들여다봤던 것은 죽음 직전의 행위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우리 동창생들은 함께 울었습니다.

위암 수술 후 약 7년여 동안 건강을 되찾은 친구에게 또 다른 암이 겹쳐 찾아왔습니다. 이후 10여 차례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항암제를 맞으며 끈질기게 버텨왔지만 더 이상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병원에 아버지까지 입원, 아내마저 암 수술

신은 우리네 인간에게 버틸 수 있을 만큼 시련을 준다고 하지만 이렇게 지독한 경우도 있을까 의문입니다.

친구가 대전 S병원에서 암 투병 중에 친구의 아버지 또한 중풍으로 쓰러져 입원을 했습니다. 아들이 죽어 장례식을 치를 때 아버지는 같은 병원에서 중풍으로 신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식을 떠나보낸 아픔이 겹쳐 회복을 하시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혹한 시련은 친구의 아내에게 계속됐습니다. 수년 간 간병을 해오던 친구의 아내마저 한 달 전에 갑상선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간병인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 되자, 친구들이 교대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친구의 아내는 암 수술 이후 이를 악물고 일어나 남편이 운명하는 순간까지 병실을 지켰습니다. 너무나 많은 동창생들이 울었습니다.

지난 11월에 저는 저희 동창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친구의 소식을 알렸습니다. 소식을 접한 친구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습니다. 보름이 지나 약 500만원이 모였습니다. 아픔을 일으켜 세우는 데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친구의 아내에게 전했습니다. 그냥 울었습니다.

12월 26일 밤, 친구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한다며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라며 내내 울기만 했습니다. 친구들이 달려갔습니다. 동식이는 한 친구 한 친구 이름을 부르며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나 숨을 거뒀습니다.

술에 취한 채 문상을 갔습니다. 친구의 영정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다음 날엔 대금 선생님을 모셔 가버린 친구에게 한풀이 연주도 들려주었습니다. 암 수술을 마친 아내와 떡두꺼비 같은 대학생 두 아들을 남긴 채 친구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새해 첫날, 눈발이 날리는 납골당에 친구의 유골을 안치하고 돌아왔습니다. 평소 강인한 친구들이 떠나간 친구의 유골함을 어루만지며 잘가라고 잘가라고 내내 울었습니다. 이제 47세 밖에 안 되는 나이에 꼭 그렇게 가야 하는가 무상감에 젖다가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유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새해 첫날, 하늘로 가버린 친구가 침묵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라’고요. 그래서 하늘 나라로 가버린 친구에게 화답합니다. ‘친구야! 제발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독자 여러분께 새해 첫날 우울한 이야기를 전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건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새해 건강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태그:#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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