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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도 헷갈리기만 하는 게 상장례며 제상 차리기다.
 어렵고도 헷갈리기만 하는 게 상장례며 제상 차리기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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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고 헷갈린다.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여기선 이렇고 저기선 저러니 어떤 게 원칙이고, 그 원칙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건가 의심들만큼 헷갈리는 게 상장례며 제상 차리기다. ‘왜?’를 붙여서 물어보았을 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명쾌한 답을 듣기보다는 ‘집안 내력’이거나 가풍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더 많다.

어렵고 헷갈리는 상장례와 제상 차리기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에 다시금 반문하거나 말참견이라도 하면 ‘상장례나 제사는 가가례(家家禮)라 할 만큼 집집마다, 집안마다 다른 것’이라는 설명으로 말문을 막는 것도 예사다. ‘가가례’라는 문자를 써가며 설명하면서도 정작 눈앞에서 벌어지는 의식(행동)이나 차림을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며 참견이냐’고 핀잔을 받게 되니 졸지에 오지랖 넓은 인간 취급 받기가 십상인 곳도 장례 현장이다.

누군가가 돌아가셨을 때 치르는 장사(葬事),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제사에 참석해 보면 절차나 차려진 음식이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같다고 해도 궁금한 것이 생각나 '왜'냐고 물으면 대개의 경우 얼버무리는 대답들이다.

제사상을 차리는 진설을 말할 때면 어김없이 붉은색 과일은 동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으라는 ‘홍동백서’,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으라는 ‘두동미서’, 대추, 밤, 감이나 곶감 그리고 배 순서로 놓으라는 ‘조율시이’, 포는 좌측에 식혜는 우측에 놓으라는 ‘좌포우혜’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붉은색 과일은 ‘왜’ 동쪽에 놓으라고 하고, 흰색 과일은 왜 서쪽에 놓으라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가게끔 제사상을 차리라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납득할 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 그렇게 하라는 식의 나열일 뿐이다.

 22일 계룡산에서 만난 김진태(48)씨, 5년간 현장실무에 종사하다 5년 간 상장풍에 대해 연구를 하였다는 김진태씨를 만나니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왜?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22일 계룡산에서 만난 김진태(48)씨, 5년간 현장실무에 종사하다 5년 간 상장풍에 대해 연구를 하였다는 김진태씨를 만나니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왜?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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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붉은색을 동쪽에 놓으라는 ‘홍동백서’와 ‘조율시이’, 대추는 붉은색 과실임에도 제일 왼쪽에 놓으라는 것은 서로 상충(相衝)되는데 왜 그러냐고 물으면 대개의 경우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이라는 등으로 이해되지 않는 설명으로 뭉뚱그리기 일쑤다.

어떤 때는 방위를 나타내는 동서(東西)로 말하고 어떤 때는 위치를 말하는 좌우(左右)로 말하고 있으니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동서와 좌우가 구분되는지, 그 역사적 배경이나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헷갈리는 일이다.

책들도 우왕좌왕이다. 어떤 책에서는 왼쪽부터 대추, 밤, 감, 배를 차리라는 ‘조율시이’를 말하고, 어떤 책에서는 홍동백서에 맞춰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차리라는 동조서율(東棗西栗)을 이야기 한다.

어느 집이나 다 있고, 누구나 다 지내야 하는 제사며 장례지만 어렵지 않고, 헷갈리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이상할 만큼 우왕좌왕, 횡설수설하는 게 상장례(喪葬禮)의 현실이니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이 헷갈려 하거나 기피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런 세태일지도 모른다.

이유도 모르고, 기준은 애매하고, 여기서 보면 이렇고 저기서 보면 저렇고,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저 책은 저렇게 설명되어 있다. 어른이라도 만나 ‘왜’냐고 물었을 때 명쾌한 답변이나 설명보다는 알쏭달쏭한 설명으로 뭉뚱그리기 일쑤니 헷갈리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장례나 제상 차리기가 시험문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을 먹고 사는데 꼭 알아야 할 사회적 수단도 아니니 점점 의미가 가벼워지며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질서가 혼란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유와 기준을 알지 못하니 어렵고 헷갈리기만 하던 상장례지만 김진태씨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유와 기준이 분명해 진다.
 이유와 기준을 알지 못하니 어렵고 헷갈리기만 하던 상장례지만 김진태씨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유와 기준이 분명해 진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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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설명할 때는 이랬다, 저것을 설명할 때는 저렇게 설명하니 원칙도 기준도 없는 이현령비현령,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게 제상에나 상장례에 감춰진 소소한 문화다. 차려진 제사상에서만 이러는 게 아니다.

어느 집안 제사에서는 술을 올릴 때 시계방향으로 술잔을 돌리고, 어느 집안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술잔을 돌리는데 왜 돌리는 방향이 다르냐고, 같은 술잔인데 시계방향으로 돌리거나 반대방향으로 돌리게 된 이유나 연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집안의 내력이거나 가풍이라는 대답뿐이다.

가풍이나 내력이 왜 그렇게 전해지는지를 알 수 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대답이니 내력도 모르고 기준도 모르는 게 대부분의 제사상이며 제례다.
이유나 연유가 뚜렷하지 않다면 누군가가 깜빡하여 예전과 달리 반대방향으로 술잔을 돌린다면 그 순간부터 그 집안의 내력이나 가풍은 완전 뒤바뀌게 될지도 모르는데 기준이 없다니 참말 애매한 문화다.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건 기준을 모르기 때문

일 년에 서너 번쯤 지내는 제사, 평생 한두 번을 겪을까 말까하는 일반인들의 장사에서만 이런 게 아니다. 장례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장례전문가들, 대학에서 장례지도를 전공한 대학졸업생 전문가이건, 수십 년 동안 장례업에 종사하며 산전수전을 다 겼은 베테랑급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답을 명쾌하게 듣기는 쉽지 않다.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되는 전문가(지도사 또는 관리사)들의 일 처리는 일사천리다. 정중하지만 막히는 게 없다. 유가족일지라도 어쩌지 못하는 험한 상황에서도 깍듯하게 예를 갖춰 깔끔하게 일한다. 순간이나마 멈칫거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흐르는 물처럼 능수능란하고 매끈하게 처리해 유가족들에게 위안을 줄 만큼 일처리에서만큼은 일류급들이다.

 20년 동안 장례업무에 종사하였지만 ‘왜?’라는 답을 할 수가 없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하나은행 장례지원팀 주종목씨가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20년 동안 장례업무에 종사하였지만 ‘왜?’라는 답을 할 수가 없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하나은행 장례지원팀 주종목씨가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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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전문가, 능수능란하게 염을 하고 절차를 지도하던 전문가들도 정작 ‘왜 그것을 했고,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물으면 횡설수설하거나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이 죽으면 수시(收屍)를 거두고 흰색 천으로 덮어놓는 게 궁금해 왜 흰색 천을 써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생전에 술을 마시지 않던 분을 제사지낼 때 왜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는지를 물었을 때, 왜 명정을 꼭 쓰고, 취토를 왜 하는지를 물었을 때 ‘그건 이래서 하는 거다’하고 후련하게 답해주는 사람을 본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왜?’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상장례나 진설(제사상차림)을 어려워하고 헷갈려하는 이유는 일상(日常)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지만 원칙(기준)이나 이유를 모르는 데서 오는 애매함 때문이다.

‘동서’와 ‘좌우’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며, 붉은 과일을 동쪽에 놓으라는 홍동백서,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가게 차리라는 ‘두동미서’는 어떤 이유나 근거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되면 진설법을 달달 외우지 않아도 상장례든 제례든 ‘왜?’라는 물음에 횡설수설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설명 될 수 있으니 그게 기준이며 해답이라고 생각된다.

전문가이든 전문가가 아니든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면 어려울 것도 헷갈릴 것도 없는 게 상장례며 제사상 차리기니 조상들은 알았으나 현재의 우리는 모르고 있는 기준이나 이유를 하루라도 빨리 정립시킬 필요가 있겠다.

세 남자가 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길 기대했지만 필자를 포함해 세 남자만 모였다. 상장례와 제례, 풍수에 관해 10년째 연구하고 있는 김진태씨(48), 20년간 장례업전문가로 현장에서 활동하다 2007년 5월부터 하나은행 장례지원팀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정목씨(47), 전문가도 아니고 현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장례에 관심이 있어 ‘장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필자 이렇게 세 남자가 22일 오후 계룡산자락 ‘계룡산 성운거사 연수원’에서 만났다.

하나은행 장례지원팀 주정목 실장이 들려주는 그의 과거는 20년이라는 실무경력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장례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어떤 계기로 장례업에 종사하며 20년이라는 경력이 쌓이다 보니 내로라하는 베테랑급 전문가가 되었고, 지난 5월부터 하나은행 장례지원팀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나은행 본사는 물론 지사에 소속된 임직원 중 상이 있으면 방방곡곡 어느 곳이든 달려가 무난하게 장사를 치를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조언해 주는 독특한 역할이라고 했다. 그런 조언자(컨설턴트)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상장례나 제례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에 관한 교육도 담당하게 되었는데, 2개월만에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진태씨의 설명에는 임기응변이나 궤변이 아닌 기준이 있었고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있었다.
 김진태씨의 설명에는 임기응변이나 궤변이 아닌 기준이 있었고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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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년인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사람들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년 동안 현장업무에 종사하면서 그때그때 받던 질문에 대해서는 임기응변으로 횡설수설 넘길 수 있었지만 정작 교육자의 입장에 서게 되니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게 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년 동안 전문가입네 하면서 했던 대답들은 거짓말이거나 좌충우돌하는 궤변만을 늘어놓은 셈이니 심기일전하여 제대로 된 전문가가 되기 위하여 공부할 곳을 찾고 찾다 보니 김진태씨를 알게 되어 배움을 청하러 온 것이라고 하였다.

‘왜’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상장풍을 연구하고 있는 김진태씨도 현장실무경력이 5년인 전문가였다. 5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다 오합지졸인 현장 분위기가 싫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하고자하는 욕망으로 5년 전부터 문헌을 통한 조사와 논리적 고증, 현장 확인에 의한 임상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하였다.  

김진태씨가 말하는 상장풍에는 분명하게 이유가 있었고 설명이 따랐다. 임기응변이나 궤변이 아닌 기준이 있었고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있었다. 홍동백서나 두동미서의 기준은 음양이었고, 술잔을 돌리는 방향이 다른 것은 문화였다. 불교와 유교, 불교나 유교 이전부터 전래 되던 고전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일관성 있게 설명되었다.

행해지는 의식, 위치(자리)나 색상 등 모든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묻고, ‘왜?’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내놓는 대답은 ‘음양’으로 귀결되거나 종교와 문화로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혼란스럽기까지 한 요즘의 상장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지키거나 보존해야 할 전통중 하나인 상장례나 제사가 주먹구구식이어서 헷갈리기만 하는 가가례가 아닌 가문의 전통이거나 문화가 되어 계승 발전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설이 되기 전에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과 기준, 왜 그렇게 차리는 가에 대한 설명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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