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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관련 이명박 동영상의 공개와 민변의 검찰수사 비판은 BBK 검찰수사 결과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말해준다.

 

왜 이렇게 됐나. 떡값 검찰총장 임채진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임채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통합신당은 임채진이 BBK 수사를 잘 해줄 강직한 검사로 생각해서 임명에 동의해 줬다.

 

한편 한나라당 입장은 이랬을 것이다. 검찰을 봐줘야 BBK 수사를 잘 봐 줄 것 아니냐, 그러니 떡값총장을 봐주자. 이번에 떡값총장을 봐줬으니 조직적으로 우리를 좀 봐 달라. 우리가 집권하면 계속 봐주겠다는 메시지였다. 결과적으로 떡값총장이 등장했다.

 

떡값총장의 선택, 뻔하지 않았겠나

 

떡값총장이 누구 말을 따르는 게 이득일까. 답은 뻔하다. 떡값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11월 24일부터 임기가 시작했으니 대선일까지는 불과 26일이 남은 시점이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불과 3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임기 2년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점에, 그것도 '떡값'의 불명예를 안고 들어선 것이다.

 

만약 BBK를 엄정수사해서 BBK의 실소유자가 이명박이든가 이명박이 BBK 사업을 돕기 위해 실소유자 행세나 후원자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치자.

 

이명박이 아무리 막 나가도 설마 주가조작까지 추진했을 리는 없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이명박을 구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불구속기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선국면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요동쳤을 것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이 30%로 1등하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유죄판결을 받으면 탄핵감이 된다. 다른 가능성은 문국현이 1등 하는 것이다. 정동영은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박살난다.

 

반면 이명박을 눈 질끈 감고 봐주면 사태는 너무 예측가능하다. 이명박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검찰은 이명박의 비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은 검찰개혁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

 

보수적인 대한변협 회장단은 BBK 면죄부로 승리가 굳어진 이명박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삼성특검을 추천한다. 노 대통령은 한 사람을 고른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삼성특검은 최대한 알아서 길 것이다. 본래 이명박 당선과 겉핥기 수사를 전제해서 이뤄진 특검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과 수사팀은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삼성특검은 삼성수사 뿐 아니라 떡값검찰 수사도 맡는다는 점을 어찌 한시라도 잊으랴.

 

서울에만 40명이 넘는 떡값간부들을 보호하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BBK 면죄부 부여→이명박 승리 굳히기→삼성친화적 특검 추천과 임명→이명박 당선→삼성특검 흐지부지→이명박 취임→임채진 검찰총장 2년 임기 보장→삼성특검의 비자금관련 성과→떡값검찰 온존 등의 수순을 밟는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은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후 BBK특검법 제정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이것은 총선까지 BBK 뇌관을 가져가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이명박을 탄핵해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삼성-검찰' 커넥션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부패 삼각동맹이 작동하지 않게 할 힘이 노 대통령에게는 남아있다.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을 동원할 수 있다.

 

국회도 함께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국회는 지난번 삼성특검에서 봤듯이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만 합해도 과반수를 확보한다. 국회를 열 수도 있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하자는 것인가. 국민들은 불안정과 정쟁을 싫어한다. 특히 새 대통령을 뽑아놓은 후에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을 싫어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당선직후 인수위를 구성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구상과 정책을 엄청나게 쏟아내며 사회분위기 관리에 들어갈 것이다. 보수언론도 얼씨구나 맞장구를 쳐줄 것이다. BBK국면이 그저 진흙탕싸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것은 모두 노 대통령과 통합신당이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국민이 과반수를 만들어줬던 탄핵 후 국면에서 개혁 호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온갖 책임공방만 하다 모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삼성 불법승계 문제는 지난 5년간 계속 살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먼 산 바라보며 손 놓고 딴청 부렸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정권의 향배가 걸렸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며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 무슨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말이다. 무엇이 해법인가. 아직 정권이 노무현에게 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노무현 정부가 그럴 의지가 있을까. 이명박에게 정권을 갖다 바친 노무현 정부는 처절하게 반성하는 가운데 이제 마지막 남은 일을 좌고우면하지 말고 해내야 한다.

 

그것은 떡값 검찰총장을 즉각 해임하고 특별수사팀을 가동하여 신속하게 진실규명을 주문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대선일을 최장 2주일 연기하는 것이다. BBK 철저 수사는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 대통령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 길이다. 그것이 세종이 되고 싶었으나 시대의 요구에 따라 태종의 길을 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다.


태그:#이명박,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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