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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예인들도 분주합니다. 지지선언하고, 찬조연설하고, 심지어 유세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연예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연예인은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 지지하는 후보를 도울 수 있어서 좋을 겁니다.

 

국민 모두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고 그런 견해에 따라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연예인도 당연히 그런 참정권을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도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연예인이 정치적 견해를 밝힘으로써 인기에 지장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한다면 그 용기는 칭찬할 만한 것이죠.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그들도 국민이고 참정권을 제한받을 이유가 없는 데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요? 무엇이 그들의 정치활동을 비판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좀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대중의 각별한 사랑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수의 노래와 연기자의 연기 그리고 코미디언이 선사하는 웃음을 사랑하던 대중에게 전혀 다른 '정치'를 가져다 놓고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들의 정치적 선전을 대하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졌을 때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정치적 소신에 따라서 지지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세론을 추종하는 방식의 정치 들러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진정한 정치적 소신이라면 그것에 대하여 비판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소신과는 달리 그저 힘있는 후보에게 줄 서는 방식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치권의 강요에 따라서 매명하는 행위입니다. 정치권의 권유를 외면할 경우 후에 있을지도 모를 보복이나 불이익을 막연히 걱정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정치권의 강요로 지지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도록 마지못해 허용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넷째,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서 엉뚱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마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함부로 언행을 해서 반감을 얻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발언을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예는 상당히 많습니다.

 

연예인이 이미 자신의 활동으로 인해 얻은 인기나 영향력은 그 자신의 것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서 행사하는 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스스로의 선택일 뿐입니다. 그가 정치에 나서서 자신의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그 역시 자신의 것을 비용으로 지불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상관없이 이미지를 파는 경우는 좀 비판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대중을 속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이미지를 파는 데 나선다면 부도덕한 장사치로 취급될 여지가 있는 것이죠. 그것마저 후유증을 본인이 감당한다고 주장하면 할 말 없지만, 정직하지 못한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정치권이 다급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연예인들을 활용하는 것에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국민이 정치적 소신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끌려나니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나는 지지하지 않으니 명단에서 빼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적절한 언행일 것입니다. 특정후보에게 이미 용도 폐기된 용어를 사용해서 아부하는 행위는 볼썽사나운 일입니다. 중견연기자 모 씨가 이명박 후보에게 '각하'라고 칭한 것이 그 예입니다. 다른 경쟁후보를 향해서 모진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습니다. 꼴불견이죠.

 

이번 대선에서는 많은 연예인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종종 자신의 뜻과 달리 명단에 이름이 들어갔다며 빼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지선언하는 자리임을 모르고 참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무리하게 명단을 만들어 발표한 후보 측에도 엄중한 비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의 소신과 지지의사를 분명히 확인한 후 발표하고, 언행에 있어서 충분한 자기검증을 거친 후에 행동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게 당당히 연예인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고 거기에 걸맞은 정치적 행동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들의 정치적 행동이 비위에 거슬린다면 그것만을 비판하면 됩니다. 대중도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그의 연예활동마저 외면하는 것은 좀 옹졸한 것이지요.

 

다만 소신을 속이고 거짓된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권의 요구에 말도 못하고 끌려다녀서도 안 될 일입니다. 거칠고 무식한 언행으로 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은 금도가 있기 마련이죠. 금도는 지켜야 합니다. 금도만 지킨다면 연예인의 정치활동은 제한 없이 포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연예인, #이미지팔기, #소신, #압력, #부적절한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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