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이라도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려본다. 일기예보에서는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눈은 내리지 않는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쓸쓸함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한여름에 내리는 비라면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 그러나 겨울에 내리는 비는 마음을 자꾸만 가라앉게 만든다.

 

 

온 몸에 배어드는 한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여도 겨울에 비가 내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을 처연하게 만든다. 겨울이면 겨울답게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 회색빛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린다면,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 날개를 달고 하늘로 비상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남은 달력도 이제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무심한 세월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멀어지고 있다. 야속한 생각이 앞서지만 어쩌란 말인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세월을 잡을 수가 없으니, 뒷걸음치고 싶은 것일까? 지나간 일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놓아주고 싶지가 않다.

 

미루지 말자. 한 해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계획하였다. 올해에는 꼭 해내고 말 것이라고 다짐을 하면서 마음을 다졌었다. 그런데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돌이켜보니, 허망하다. 제대로 해낸 일이 아무것도 없다. 게을러서 뒤로 미루었고 능력이 부족하여 뒤로 변명만을 늘어놓다가 시간만 흘러가고 만 것이다. 손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허탈하기만 하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한 원인은 하나다. 오늘 다 하지 못하면 내일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을 극복하고 실천하였어야 옳았다. 그런데 자꾸만 게으름을 피웠고 그것이 한 해의 끝자락에까지 미루고 만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이곳이 어디인가?
  삭풍이 몰아치니

 

  내 것이라 여기고
  붙잡고 쥐었는데

 

  빈 바람 허망한 마음
  흔들리는 삶의 길

 

  할 일이 많았었다.
  마음에 새겼지만

 

  내일로 미루다가
  끝자락에 서버렸다.

 

  미루다 놓쳐버린 꿈
  아쉬움만 커진다.

 

내장사에 소복이 쌓인 단풍길이 떠오른다. 엊그제 비가 내리던 날에 찾았던 쓸쓸한 그 길이 가슴에 되살아난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왜 그 길이 떠오르는 걸까?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마다 더 많은 시점에서 보내버린 수많은 한 해들이 줄줄이 일어나 가슴을 두드린다. 보내고 또 보내면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였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미루지 않고 꼼꼼하게 실천하였다면 이런 허탈감은 가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천성이 게으로고 무능하기에 이런 핑계 저런 핑계 앞세워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인생이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다.

 

2007년도 속절없이 멀어지고 있다. 가슴에 회한만 남겨두고서 그렇게 내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가버린 날들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가슴에 남는 후회의 마음을 어찌하란 말인가? 쌓여진 낙엽들을 떠올리며 다가올 새해를 기다려본다. 새해에는 미루지 않고 알차게 채워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 <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내장사에서


태그:#한해, #미루고, #회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