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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짧은 공강시간을 틈타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학교 인근의 분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대학가 인근 식당에서 바쁘게 식사중인 학생들 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짧은 공강시간을 틈타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학교 인근의 분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태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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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돈이지만, 자극적인 음식맛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3년째 순천향대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김미정(22)씨는 기숙사와 학교 앞 식당에서 모든 끼니를 해결해야만 하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순천향대 인근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최락현(25)씨 역시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먹었는데, 화학조미료에 관한 기사들을 보고 난 후에는 음식을 사먹을 때마다 괜히 겁난다. 식당 메뉴판에도 음식 첨가물이 표시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기숙사생과 자취생 3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외식 생활습관을 알아보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72%가 학기 중 매 끼니 밥을 사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교 기숙사 내에서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사는 학생들은 하루 세끼를 모두 사먹을 수밖에 없다. 자취생들 또한 학기 중의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니 그저 끼니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학생들의 식단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지난달 15일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와 서울시 건강증진팀이 공동으로 발표한 '외식업체의 화학조미료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93.7%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음식점이 한 달 평균 사용하는 화학조미료의 양은 3.85kg인 것으로 드러났다. 54.0%의 음식점이 월 2.0kg 미만의 조미료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6.0kg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한 음식점도 19.3%에 이르렀다.

대학생 식단은 화학조미료의 주 활동무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한 끼를 먹어도 안전하게' 먹어야 한다는 의식구조로 개선되고 있다. 또한 사회 곳곳에서는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NO 트랜스식당' 전화번호부 만들기 등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위해 외식업계 변화를 부추기는 시민단체들의 적극적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외식비율이 비교적 높게 밀집되어 있는 대학 내 식당과 인근 음식점들은 이와 같은 사회적 움직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많이 쓴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저도 대학 다니는 딸이 있는데, 우리 아이가 매일같이 그런 음식들을 먹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한때 대학교 인근 분식점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는 주부 전명옥(58)씨는 찌개 하나에 실제로 들어가는 조미료 양을 보고 깜짝 놀라, 자녀들에게 되도록이면 집에 와서 식사를 하도록 당부했다.

순천향대 최선진(22)씨는 3학기의 기숙사 생활 후에 사먹는 음식이 싫어서 이번 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학기 시작하고 나니까 학과 일에 너무 바빠서 여유 있게 식사할 시간이 없어요. 시간절약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와 가까운 식당에서 한 끼 때우는거죠 뭐"라며 학교 내외 식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싼 가격과 맛으로 경쟁력을 내야하는 대학가의 식당들은 당연히 화학조미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대 인근 한 식당의 주인인 양미순(56)씨는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안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식당은 가정집이 아니라 장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시중보다 절반정도 싼 값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학교 내 식당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순천향대 한우리 식당의 조미현 영양사는 "한 끼에 2000원인 식사비로는 비싼 천연조미료 값을 충당해 낼 수도 없을뿐더러, 학생들이 원하는 맛을 내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인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순천향대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현민(24)씨는 "김치찌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찌개들은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해 잘 시켜먹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순천향대 강경아(21)씨는 "한달 내내 학교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 보니 집에서 먹는 밥이 너무 그리웠다. 멸치에 김 몇 장이라도 상관없다. 학교에서도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한 음식을 제공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위험수위가 가장 높은 학교 인근부터 시작되도록 장려하여 점진적으로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선영 교수는 "자신들의 권리를 가장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화학조미료나 트랜스 지방의 피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외식업계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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