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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오현리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무건리 훈련장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무건리훈련장 확장 저지하자" 파주 오현리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무건리 훈련장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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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효순이 미선이를 처참하게 죽인 장갑차가 훈련했던 경기도 파주 무건리 훈련장. 5년이 지난 2007년 현재, 이곳에서는 '제2의 대추리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낮 12시, 국방부 정문 앞에서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건리 훈련장 확장 예정부지로 강제 이주를 강요당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주민 40여명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방부 앞에 자리를 잡았다.

평택 대추리와 파주 오현리는 닮은 꼴

국방부는 지난 1997년, 기존의 550만평 무건리 훈련장을 두 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최근에는 훈련장 확장을 위한 내년도 예산 960억원을 신청했다.

훈련장 확장에 반발하는 주민들은 국회 예결위원 면담과 탄원서 제출을 통해 주민의사를 강력히 전달했고, 국회에서는 국방부가 훈련장 확장을 위해 신청한 예산을 재심의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오히려 해당 주민들은 훈련장 확장에 동의하고 있고, 조속한 이주를 원하고 있다고 국회에 사실과 전혀 다른 보고를 했다. 

지금 무건리 마을 주민은 행정상으로 200가구 600여명이지만, 실제 살고 있는 인원은 150가구 정도이고 주민은 600여명에 못미친다. 지난달 28일 국회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측에 전달할 때 서명한 사람이 110명이었으며, 지금도 계속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서명 인원만으로도 해당 주민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훈련장 확장을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훈련장을 확장하려는 국방부 측 근거는 '국가안보'였고, 그것이 현실화된 사건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지난 2006년의 '평택 대추리 사태'였다. 경기도 파주 오현리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파주 오현리가 '제2의 대추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섣부른 판단일까?

대추분교 vs. 직천분교

대추리 마을에 자리 잡았던 대추분교. 2000년 폐교된 이후 평택 풍물 체험학교로 이용하도록 적극 지원했던 평택시 당국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 발표 이후인 2005년 8월부로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풍물학교 단장과 대추리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가꾸어져온 대추분교는 2006년 5월 4일 처참하게 부서졌다.

경기도 파주 오현리에도 폐교된 학교가 하나 있다. 무건리 훈련장이 만들어질 당시, 직천초등학교가 훈련장 부지로 수용되면서 1982년 오현리로 자리를 옮겼다. 89년 분교로 격하되고 1994년 2월 폐교된 이후 현재는 하루에도 몇 백 명 학생들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많은 '자기 체험 학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방부 측이 무건리 훈련장 확장 예산을 국회에 제출함과 동시에 파주시는 올해 2007년 12월까지 직천분교 사용에 대한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태이다.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야외 기동훈련 장면.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야외 기동훈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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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없는 '주민설명회'와 일방적인 경고 통지문 발송

2004년 9월 1일, 평택미군기지 수용부지에 거주하는 주민들 몰래 평택 대학교에서 주민 없는 '주민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005년 8월 26일, 공권력을 동원하여 주민 참가를 차단한 채 열린 대추분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진행된 이상한 '주민 설명회'. 주민설명회에 초대받지 못한 주민들의 항의에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했다.

지난 2007년 1월 25일, 오현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위한 설명회'가 있었던 파주시 법원읍 율곡고등학교 강당에는 텅 빈 의자만이 가득했다.

주민 없는 '주민 설명회'가 강행된 이후부터 날아오는 수많은 공문들 가운데 한 가지는 11월 30일까지 이주단지 신청을 마감한다는 일방적인 통지서였다. 이주단지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의 문건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오현리 주민들은 토지공사 측이 발송한 이 공문에 명시된 이주단지 신청 마감일인 11월 30일, 국방부 정문 앞에서 무건리 훈련장 확장 거부, 이주단지 신청 거부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 표시로 공문을 불태워버렸다. 

전략적 유연성에 의한 미군 재배치계획, 그리고 국방부의 거짓말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선제공격형 핵심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은 제주 해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군산기지, 전남 무안 비행장 건설 등 평택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미군 재배치 전략의 일환이다.

시민단체들은 "파주시 미군훈련장 중 반환되지 않는 스토리사격장(215만평)과 다그마노스 훈련장(175만평)은 무건리종합훈련장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 사격장 역시 시설이 증대되고 울타리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며 "무건리훈련장이 두 훈련장과 함께 한미공동훈련장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확장된 한미공동훈련장에서 1년에 13주(91일) 동안 사거리가 연장된 각종 첨단 살상무기 시험과 훈련을 하면서도 그로 인한 관리비용, 환경오염 치유, 주민 피해에 대한 부담을 우리나라에 떠넘기려 한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얌체 짓이다. 

한편, 평택 미군기지확장 수용부지에 살고 있던 대다수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극심하게 반발하는 일부 주민들"로 매도하면서 주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기지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던 국방부는 이곳 오현리에서도 모든 주민이 훈련장 확장에 동의하고 있고 조속한 이주를 바라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안 나간다!"

주병준 무건리훈련장확장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장이 국방부 정문 앞에서 국방부가 보낸 '주민이주신청서'를 불태우고 있다.
▲ 불타는 '주민이주신청서' 주병준 무건리훈련장확장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장이 국방부 정문 앞에서 국방부가 보낸 '주민이주신청서'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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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가한 심문기 오현 지킴이 회장은 "지금 있는 무건리 훈련장 550만평은 그냥 놀고 있다. 일주일에 훈련 세 번도 안한다. 훈련장이 필요하면 550만평에서 365일 내내 연습해야지...내 고향 죽을 자리가 여긴데 땅 팔라고, 땅 안 팔면 손해 본다고 겁을 주고 있다"고 국방부를 꾸짖었다.

심 회장은 "훈련 하던 군인들이 배고프다고 하면 자식 같고 동생 같아서 라면 끓여 먹이고 김치도 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괘씸해서 안 해준다"면서 "(훈련장 확장) 사업단 중령인가 하는 사람한테 따지면 자기 권한 밖이라 모른다고 대답한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나도 땅 팔려면 우리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팔아야겠다. 그럼 아마 팔지 말라고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오현리 주민은 "남북한이 왕래를 하고 있는데 이 판에 무슨 훈련장이 필요한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전쟁훈련장을 만드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 이것은 평화를 저해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끝까지 안 나간다"고 결의를 밝혔다.

"지금 확장해야 할 것은 훈련장이 아니라 집과 농토"

오현2리에서 현장사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남 사진작가는 "군인들이 안정적으로 훈련할 장소가 필요하다고 국방부는 주장하고 있는데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기존 550만평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했던 미군과 한국군이 현재 어디에 가 있는가? 이라크에 가서 전쟁을 일삼고 있다. 이런 훈련장은 필요 없는 것이다. 550만평의 훈련장이 더 필요하면 왜 더 필요한지 설명을 해 줘야지, 무작정 필요하니까 나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너무나 화가 난다. 절대로 못나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작가는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확장해야 할 것은 훈련장이 아니라 집이요, 농토"라고 일갈했다.

집회가 끝난 뒤, 주병준 무건리훈련장확장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장 등 주민들과 김종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등은 김시록 국방부 교육정책팀장 등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 무건리훈련장확장 중단을 촉구했다.


태그:#무건리, #오현리, #대추리, #훈련장,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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