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지역운동'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장(충남대 교수)은 지역운동이 뜨는 이유로 '지역운동에 뿌리를 두지 않은 전국운동'의 쇠퇴를 꼽았다. 그는 30일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에서 열린 '2007대전지역사회포럼' 주제 강연을 통해 "그동안 운동역량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지역과의 운동 역량의 격차가 확대됐고 결국 사회 구조의 변화나 사람들의 삶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왜? 그가 예시한 사례는 두 가지. 하나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쌀 개방 반대투쟁이다. 낙천낙선운동으로 부패 정치인 상당수가 낙선되고 국회의원 정수도 일정하게 줄어들었다. 박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민운동이 마치 혁명군처럼 국회를 장악하는' 전과를 올렸다. 낙천낙선운동, 쌀 개방 반대운동이 일회성으로 끝난 이유 박 교수는 "하지만 그 후 슬그머니 의원 정수가 원래대로 돌아가고 국회 또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는 전국적 운동을 통해 획득한 '제도변화'를 열매 맺게 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0년 초 시작된 쌀 개방반대투쟁은 정부로부터 42조원의 농업투융자계획을 세우도록 했고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투쟁은 이른 바 119조원 투융자 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하지만 전국적 운동은 말했지만 누구도 풀린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그럴 역량도 없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현실진단이다.
그는 "결국 막대한 돈이 지방토호와 일부 약삭빠른 농민 배를 불러주었을 뿐 다수 농민들은 빚만 늘어나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역이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즉 "지역운동을 토대로 한 전국운동의 발전을 추구하자"는 역설로 모아진다. 박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앞세운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의 포로가 되고 있다"며 "지역운동을 통해 신개발주의 광풍에 맞서 지역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생활현장인 지역을 새로운 삶의 공동체로 만들어 중앙권력을 변화시키는 진지로 구축하자는 호소다. "운동이 즐겁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아라" 어떻게? 권선필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의 활동, 기초적 인간관계, 지식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우 대전충남통일연대 조직위원장은 "각 노동, 여성, 빈민 등 부문 운동진영 또는 단체 간 소통과 신뢰에 의한 연대와 화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역 의제에 대한 정기적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어 토론 및 교육을 통한 대안 찾기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민경우 한국진보연대 정책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경기지역에서도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 서민대중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전여민회 공동대표는 "그동안 단체 대표를 맡아 온 경우에도 일상적인 별도의 사업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직접 챙겨왔다"며 "단체 상근자 등 운동 주체들이 권력화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체 상근자나 운동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주체 역량을 강화하는 일 속 자체에서 즐거움(보람)을 찾아야 한다"며 "일이 즐겁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으라"고 덧붙였다.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대안의 하나로 대전참여자치연대의 3지체, 3운동론을 소개했다. "소통과 연대 계기 만들기" 지역사회 권력 감시운동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권력영역)에서, 정책의제 대항 담론의 형성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연구영역),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등 주민사업은 주민운동지원사업단(주민영역)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이날 지역사회포럼에서는 교육, 노동, 문화예술, 지역 언론, 인권, 통일, 환경 등 각 부문에 대한 분야별 토론도 진행됐다. 이날 포럼 진행을 맡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성과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운동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지역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사회포럼은 대전지역 진보개혁세력간 단절을 넘어 소통과 연대를 위한 한시적 네트워크로 대전지역 35개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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