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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미주법인 전 구매과장 강부찬씨가 <시사인>과 인터뷰하며 비자금 조성 경위를 담은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 미주법인 전 구매과장 강부찬씨가 <시사인>과 인터뷰하며 비자금 조성 경위를 담은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 시사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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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해외 비자금 조성창구 중 하나로 지목했던 삼성SDI 미주법인 전 구매과장 강부찬씨가 최근 한 시사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강씨의 주장은 김 변호사가 밝힌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사례와 대부분 일치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씨는 지난 4일 <시사인>과 인터뷰를 통해 "92년부터 99년까지 7년간 삼성SDI에 소속돼 해외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다"며 "그룹 비서실에서 자금을 조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 비서실장 보좌역(현 SDI 사장) 라인을 거쳐 ○○○ 부장(현 삼성증권 부사장)과 함께 비자금을 만드는 실무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90년대 삼성SDI의 해외 설비투자 규모가 컸다"며 "그래서 SDI를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강씨는 이 인터뷰에서 비자금 조성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삼성그룹 모든 해외지사,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

93년에는 삼성SDI 월드와이드와 삼성재팬을 통해 약 80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94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SDI 멕시코 공장을 통해 약 400억원의 돈을 돈세탁했으며, 95년에는 삼성SDI 뉴욕과 런던 지점을 통해 약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98년~99년 사이에는 삼성SDI 브라질 마나우스공장을 건립하면서 약 50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일부 관련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씨가 직접 조성하고 목격한 비자금 규모는 3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6일 공개한 증거자료 가운데 직접 서명한 메모랜덤에 대해 강씨는 "본인이 직접 이 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원가보다 15% 비싼 가격에 대신 장비를 사오면 그중 수수료는 2%만 받고 나머지 13%의 돈은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고백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강씨는 메모랜덤의 실체에 대해 "암호처럼 쓴 것"이라며 "만일의 경우 이 공문서가 드러나도 '아 이거 샘플비구나'라고 알게끔 꾸며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또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해외 지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이 만들어졌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비자금은 주로 임원들의 차명계좌에 보관됐다"고 주장했다.

김인주 사장 "강부찬 죽여버릴까?" 미국 사설탐정 고용하기도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6일 공개한 메모랜덤. 이 계약서 하단에 강부찬의 서명이 들어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6일 공개한 메모랜덤. 이 계약서 하단에 강부찬의 서명이 들어 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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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씨는 "2000년 초 MBC <PD수첩>의 허모 PD와 LA에서 만나 삼성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한 일이 있"으나, "당일 아침 박아무개 인사부장과 임아무개 관리팀장이 못 나가게 막았으며, <PD수첩>과 접촉하기 전부터 한국인 두 사람 등 모두 7명의 사립탐정이 나를 미행하고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탐정들에게 경고를 주기도 했다"며 "하루는 새벽 3시쯤 밖에 나가려는데 집 바깥에 히터를 틀고 있는 수상한 차가 있었고 이 차는 시속 200km로 급가속을 해서 내 차량을 들이받으려 했으며, 180km로 도망가다 속도를 줄여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6일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대목과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부찬씨가 김순택 사장에게 협박편지를 보내 삼성전자 미 주재원으로 해주고 미국 비자와 생활비를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다"며 "김인주 사장이 답답해 하면서 협박에 응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해결을 해야 한다며 '강부찬 죽여버릴까?'라고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 뒤로 "SDI가 물품을 공급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내용이 공개되면 아주 곤란하니까 하는 수 없이 끌려갔다"며 "당시 김인주 사장과 몇 차례 이 문제를 의논한 적이 있고 미국에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강부찬이 몇 시에 숙소를 나가 뭘 하는지 등등 보고가 들어왔는데 돈이 꽤 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최근에도 "삼성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전화기 4대를 사용하는데 삼성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함께 비자금 업무를 담당했던 문 선배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삼성이 그렇게까지는 안 했으리라고 믿고 싶지만 나는 두렵다"고 불안증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부찬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SDI는 "강씨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에 거액을 요구하는 부도덕한 인물"이라며 "강씨의 주장은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태그:#강부찬, #삼성 비자금,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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