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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7일 낮 12시 50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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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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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공직부패수사처)가 있으면 다리로 다니면 된다. 그런데 왜 굳이 나룻배(특별검사제)를 띄워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에 관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삼성 특검법)'(이하 '삼성 특검법')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요구에 따라 특검법을 마지못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속내를 드러냈다. 특검에 대해 "국회의원의 횡포·지위 남용", "다수당의 무기"라고 비난했고, 특검 대상에 포함된 '당선축하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 흔들기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특검 수용은 '사인' 아닌 '정치인'의 판단"

노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특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3일 국회를 통과한 삼성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오늘 이 판단은 정치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특검법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특검법이 법리상으로나 정치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회 의결 정족수, 찬성표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재의 요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의를 요구하면 그 기간 동안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다시 수사를 이어 받아서 해야 되는 번거로움과 혼란이 있다"며 "정치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타당성을 주장할 만한 이익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공직부패수사처 법안(공수처법) 처리와 특검의 수사범위를 재조정해 주면 삼성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 검찰 및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 ▲ 국회가 공수처법을 처리하지 않는 부당성을 폭로하고 ▲ 국회에서 논의되던 특검법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털어놓았다.

"공권력 이렇게 남용돼도 되나... 이건 '대통령 흔들기'"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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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삼성 특검법을 수용했음에도 "특검법은 여소야대일 때에만 가능한 다수당의 무기다, 국회가 이번처럼 결탁해서 '대통령 흔들기' 할 때에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이 언제라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공수처를 하면 되는데 국회의원들이 부담이 돼서인지는 모르지만 2004년 11월 제출한 법안을 심의도 하지 않고 처박아버렸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 동안 특검이 5회 있었는데 2번만 성과가 있었고 3번은 완전히 '헛일'을 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만 주었다는 게 대통령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공권력이 이렇게 남용돼도 되냐"며 "국회가 진정으로 투명사회를 바란다면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선 축하금' 특검 수사를 밀어붙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토해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선축하금을 받았다고 할 만한 근거가 있냐? 누구의 얘기였죠?"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은 뒤 "안상수(한나라당 원내대표)·홍준표(당 클린정치위원장)씨가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은 2004년 2월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으로 의심되는 CD(양도성 예금증서)의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 CD가 위조된 것이 드러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얘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고소하려고 발언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주장의) 구체성이 없어 고소를 하지 못했다"며 "의혹의 단서도 너무 의문스러운데 하물며 이걸 수사의 단서로 삼겠다는 것은 '대통령 흔들기'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퇴임 후 수사 협조'에 대해선 "법대로, 양심적으로"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 협조'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동안 (대선자금·측근 비리 등과 관련해) 실질적인 수사를 많이 받았다, 그 동안 많이 받아왔으니 또 다시 법대로, 양심적으로 할 것"이라고 수용의사를 시사했다.

측근들이 받은 당선축하금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으로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당선축하금이란 것은 없다. 대통령이 받아야 당선축하금이 된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측근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돈을 받은 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대상"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용철 변호사(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가 (당선축하금 수사의) 계기가 됐는데 청와대에 그런 일이 보편적으로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참모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그:#삼성 특검법, #노무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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