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결국 타협을 한 그들은 오십여 분 가량을 지루하게 기다렸다. 신혁은 가끔 인터넷 게시판을 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곤 했다.

“방송이 끊어져서 게시판이 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네. 방송이 완전 용두사미가 됐어,”

마우스로 이리저리 클릭을 해보던 신혁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다.

“형, 잠깐.”

경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신혁을 바라보았다. 신혁은 경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사람들 전화기랑 소지품은 다 압수하고 방안에 가둬야 해.”

경수는 신혁에게 이유를 더 묻지 않고 총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자! 둘 다 모두 속옷만 남긴 채 다 벗어!”
“갑자기 왜 이래? 너희들 너무하지 않아? 우린 다쳐서 서 있을 힘도 없어.”
“총에 한 번 더 맞고 싶어?”

결국 두 사내는 속옷만 입은 채 방에 갇혔고 신혁은 급히 경수에게 소리쳤다.

“형 우리가 속았어! 김정탄 후보는 이리로 오지 않아!”
“뭐?”

“게시판에서 누가 올린 글을 봤는데 김정탄 후보가 지금 대전에서 연설중이래!”
“그럼 저 것들이 시간을 끈 건….”

경수는 창문을 통해 승합차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나! 방송 시작해!”

경수와 신혁은 창문에 붙어 권총을 든 채 접근해 오는 승합차를 노려보았다. 승합차는 산장 앞에서 멈춰 썼고 안에서는 쇠파이프, 야구방망이와 라이플총까지 든 검은 양복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야, 이거 왜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는 거야?”

영희는 당황해 하며 마우스를 마구 클릭했다. 검은 양복 중 하나가 스피커를 꺼내어 차에 기댄 채 경수 일행을 비웃었다.

“야! 이제 장난은 끝났거든? 이젠 무선인터넷이고 방송이고 전혀 안 될 거야. 전파 방해 장치를 가져 왔으니 말이야. 순순히 나오면 신사적으로 대해 줄 테니까 어서 기어 나와!”

“젠장!”

경수는 창문으로 검은 양복들의 무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라이플이 셋, 짧은 어린이용 야구 방망이와 권총을 같이 들고 있는 자가 둘, 쇠파이프와 스피커를 든 지휘자인 듯한 사람 하나, 도합 여섯 명이었다.

“싸워 볼만 하지 않아?”

신혁은 탄창을 뽑아 들고 총탄을 세어 보았다. 신혁의 총에는 여섯 발이 있었고 경수의 총에는 일곱 발의 총탄이 있었다.

“셋까지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쳐들어가겠다!”

검은 양복들의 위협이 계속되는 동안 안에서는 경수와 신혁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 형, 그렇게 하지 않고 맞서 싸우면 우리가 불리해!”
“그럼 영희가 위험해. 까짓것 그냥 싸워도 이길 수 있어!”
“형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느닷없이 조금은 엉뚱하게 들리는 신혁의 질문에 경수는 조금 머뭇거렸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가 다른 말로 가려 버린다면 우린 부질없이, 아니 잘해야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로 남고 말 거야.”

신혁은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을 영희에게 맡겼다.

“알겠지 누나? 꼭 조심해야 돼!”

검은 양복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확성기를 내려놓은 검은 양복은 사람들을 각각 두 명, 세 명씩 짝 지워 좌우로 갈라서 내어 보냈다.

-탕! 탕!

산장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검은 양복들은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낮춘 채 산장의 벽에 바짝 붙어 창문 쪽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소설, #결전, #쿠데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