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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하지 않으면 좀 괴로울 거야.”

 

검은 옷 사내가 커다란 집게를 들고 영희의 손을 콱 잡았다.

 

“그걸로 어쩌려고요?”

“몰라서 물어?”

 

사내는 영희의 손가락 하나에 집게를 가져다 대었다.

 

“말 하지 않으면 알지?”

 

영희는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단호히 소리쳤다.

 

“그렇다면 통화라도 하게 해줘요! 그 분에게 비밀번호를 직접 말하겠어요!”

“네 년에게 선택 따위는 없어.”

 

사내가 집게를 쥔 손에 힘이라도 줄 것처럼 행동하자 밖에서 지켜보던 경수가 움찔 놀라 뛰어 들어가려 했다. 신혁은 그런 경수를 굳게 붙잡았다.

 

“형! 어쩌려고 그래?”

“그럼 그냥 두고 봐? 이 씨발놈아 스너프 방송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형….”

 

집게를 쥔 사내가 힘을 풀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야, 무슨 소리가 난 거 같지 않아?”

 

또 다른 사내가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이미 벽 쪽으로 바짝 붙은 경수와 신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야! 거기서 어물쩡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밖으로 나가서 보라고.”

“예.”

 

사내는 대답과 함께 권총을 빼어들고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창쪽으로 달려갔다.

 

“윽!”

 

모퉁이를 돌자마자 사내는 몽둥이에 뒤통수를 맞고는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형! 빨리 총 주워!”

 

경수는 총을 주워들고 그대로 안으로 들이닥쳤다. 경수가 들어서자마자 본 것은 영희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눈 검은 양복의 사나이였다.

 

“총 버려 이 새끼야! 안 그러면….”

 

탕!

 

“으악!”

 

권총이 허공에 붕 떠오름과 동시에 벽에 피가 튀었다. 총에 맞은 검은 양복 사나이는 팔을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경수가 검은 양복 사나이를 보자마자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었다.

 

“우와 형! 대단해!”

 

달려온 신혁이 감탄했지만 경수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총알이 장전되어 있는지 몰랐어.”

 

영희가 그 말을 듣고서는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뭐야! 빗나갔거나 내가 맞았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경수는 영희를 애써 무시하며 신혁과 밖에 쓰러진 사내와 총에 맞은 사내를 구석에 몰아 놓고 권총을 겨누었다.

 

“아까 봐서 알겠지만 난 흥분하면 사정 안 봐줘. 언제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지 몰라.”

 

총에 맞은 사내는 이를 악물고 팔을 움켜잡고 있었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내는 머리를 감싸 쥐고서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일단 너희들 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잖아. 그러려면 누가 이런 일을 시켰는지 크게 말해봐.”

“다 들어 놓고서는 무슨 짓이야.”

 

검은 양복 사내가 여전히 위압적인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답하자 신혁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가더니 그의 턱에 발길질을 했다.

 

“욱!”

 

검은 양복 사내는 앞으로 푹 꼬꾸라지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시키는 대로 해.”

“그래, 너희들이 들었듯이 김정탄 대통령 후보님께서 시킨 일이야. 저 계집애가 이상한 사진을 들고 와서는 후보님께 협박을 했다고.”

 

“그럼 경찰에 신고하면 될 걸 왜 너희들이 납치를 해서 사람을 협박해?”

“니들이 뭘 알아? 경찰을 불러 처리하면 괜히 시끄럽잖아.”

 

검은 양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희가 뒤에서 사내들에게 권총을 겨누고는 성큼 성큼 다가왔다. 그 권총은 검은 양복 사내가 떨어트린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소설, #결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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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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