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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은 9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부정 폭로와 관련해 사직하면서 그룹 법무책임자로서의 책임과 심경을 토로하는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다음은 이 고문의 메일 내용 요약이다.

  ▲ 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 문제로 회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임직원 여러 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려 그룹 법무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이 사건은 곧 시작될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이 사건도 이제 어느 정도 방향이나 흐름은 잡힌 것 같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김용철 변호사 개인의 잘못이다. 김 변호사가 언론의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등에서 주장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이다.

  직무상 처리한 회사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건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다.

  외부의 사람들은 김 변호사가 검사출신 법조인인데다 삼성에 임원으로 7년여 재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의 주장이 사실일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행위로 회사가 큰 곤경에 빠지게 된 데에는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

  김 변호사의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지난 8~9월 세 차례에 걸쳐 협박성 편지를 회사에 보내 왔을 때 제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다.

  저는 법과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관계는 물론이고, 그 쪽의 편지 내용을 보더라도 회사는 크게 잘못한 일이 없다. 모두 근거없는 황당한 주장이었고, 이를 토대로 회사에 협박을 해왔다.

  그래서 순간의 화를 모면하려고 적당히 타협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빌미가 돼 나중에라도 더 큰 화가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도 변호사인데, 편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근거없는 사실을 폭로해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경영진에서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 김 변호사 측의 불온한 편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 판단했다. 그로 인해 회사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

  임직원 여러 분 중 어느 누구라도 떡값 갖다 주라는 지시 받은 적 있나?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리라고 지시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지만,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 등으로 ‘떡값검사’ 논란이 일고 있다.

  말없이 직분에 충실한 검사들 가슴에 큰 멍이 들었을 것이다.

  원인과 책임이야 어쨌든 삼성그룹 법무실 일로 그런 사태가 초래되었다. 검사를 비롯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직자 분들께 송구스럽다. 저의 불찰로 회사와 임직원 여러 분께 큰 누를 끼치고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

  ks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태그:#삼성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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