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무단횡단 등으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사고다발지역에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달라는 경찰과 주민들의 요청이 행정기관에 의해 묵살되고, 늑장행정으로 인해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2001년부터 올 10월까지 인천시 부평구 관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명이다. 이중 무단횡단에 의한 사망자는 무려 57%에 이른다. 이에 인천시는 올 1월 교통안전시설물(횡단보도·조명시설·안전펜스 등) 설치비용으로 1억6800만원의 예산을 부평구에 편성해줬다.

하지만 부평구는 안전시설물의 디자인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이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않고 있다가 10월 말에나 돼서야 예산집행 계획을 세워 집행 중이다.

경찰 협조요청 후에도 경인로서 사망사고 4건

문제는 올 초에 확보된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예산이 잠자고 있는 동안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행정기관이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11월 초까지 부평구 관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건수는 18건,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2건에 이른다. 이 중 ‘인천 부개역 부개사거리~송내역 방향’ 경인로에서는 무려 4건의 무단횡단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살던 83세 할머니는 지난 7월 29일 오후 4시 55분경 이곳을 무단횡단하다 승용차량에 치어 사망했고 37세의 원아무개씨도 지난달 23일 새벽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이곳에서 사망했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자 부평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이곳에 무단횡단을 막을 수 있는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부평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의 협조 요청 이후에도 무려 4건의 무단횡단에 의한 교통사고로 인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 구청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고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교통안전시설물을 발 빠르게 설치한 인천 남동구와 서구에서는 무단횡단 등에 의한 사망사고가 무려 20%나 감소했다. 

경찰 요청한 10건 중 설치 전무...“직무유기” 지적

문제는 경찰서가 이 곳 외에도 부평구에서 무단횡단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에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부평구가 예산을 확보하고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평경찰서는 올 2월부터 부평구 관내 ▲명신여고 앞 ‘미끄럼방지시설물’ ▲동암 굴다리 ‘중앙분리대와 보도 차 분리 벽’ ▲도약 삼거리 ‘도로차단시설물’ ▲경인로 동수교회와 보훈회관 앞 ‘횡단보도 보안등’ ▲부개 경인로 외 1개소 ‘무단횡단 방지펜스’ ▲무네미길 ‘중앙분리대 델리네이셕과 부착식 경광등’ 등 총 10건의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줄 것을 부평구에 요청했다. 그러나 부평구는 이 곳 중 한 곳도 설치하지 않고 방치했다.

이와 관련, 부평구 교통행정과는 “중앙분리대의 규정이 없고, 파손이 돼서 2차 사고가능성이 있어 검토를 했고, 디자인 등을 검토했다”며 “10월 현재 설치를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의 이런 입장에 대해 경찰서 관계자들과 사고다발 지역 주민들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개동 한 주민은 “무단횡단이 많은 이 지역에 대해 처음에는 경찰이 방치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경찰서 등에 확인해보니 부평구가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사업을 지연시켜 여러 명의 동네 주민들이 죽어나갔다”며 “공무원이 신속하게 경찰서 민원을 수렴했다면 4명의 무고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한 사람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경제적 손실이 3억원에 이르고, 사망자와 사고자 모두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일이라 사고 예방이 제일 중요한데, 예산을 확보한 해당 구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올 초부터 수차례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결국은 그 곳에 타 자치구의 시설물과 똑 같은 시설을 설치할 것이면서 왜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