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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삼성 비자금'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제기동 성당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문국현 대통령후보.

"삼성 비자금 의혹?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 문국현 후보 대변인 장유식
"삼성이 민주노동당 내부 단결을 도와주고 있다." - 권영길 후보 대변인 박용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삼성 비자금 의혹이란 호재를 만났다. 이들이 재벌의 부정부패를 반기는 건 아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자신들의 정책적 차별성과 도덕성을 적극 부각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사실 최근 정국이 문국현·권영길 두 후보에게 썩 좋은 건 아니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설 때문이다. 물론 이 전 총재의 지지층이 두 후보 지지층과 겹치는 건 아니다. 다만 여론의 관심이 이 전 총재 출마 여부로 쏠리면서 갈 길 바쁜 문 후보는 인지도 확장 기회를 잃었고, 지방을 돌고 있는 권 후보는 대중적 관심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

 

그러나 5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문제를 다시 제기하면서 두 후보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문국현 후보] "나는 오랫동안 반부패 운동을 해왔다."

 

문국현 후보는 5일 오후 4시 서울 제기동 성당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전격 방문했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대권 후보 중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은 건 문 후보가 처음이다.

 

문 후보는 제기동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수사본부를 만들어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삼성그룹) 총수는 물론이고 그룹 가신들은 수사를 받아야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후보는 "이번 사건은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는 "나는 지난 3년 전부터 반부패 범국민운동을 해왔다"며 "신부님들과 함께 부패를 이 사회에서 종식시키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고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 쪽에서는 함세웅, 문규현 신부 등이 나와 문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문 후보는 신부들과 30분 동안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모임을 마친 문 후보는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문 후보는 이번 짧은 방문을 통해 반부패와 깨끗한 이미지의 자신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동안 문 후보는 "부정부패야 말로 청년실업과 일자리 감소의 적"이라며 "오는 12월 19일을 부정부패 사망 선고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곽노현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삼성 비자금 의혹, 떡값 검사 문제, 에버랜드 편법 상속 의혹으로 나눠 선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곽 대변인은 "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대책을 문 후보가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후보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반부패 연석회의'에 대한 견해도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힐 예정이다.

 

 권영길 후보가 5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전현직 노동조합 간부 간담회에 앞서 선물로 받은 꽃다발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 "삼성이 민주노동당을 단결시키네"

 

"대한민국에서 민주노동당 만큼 삼성에서 자유로운 조직이 있을까? 이번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지면서 당이 빠르게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박용진 대변인 말이다. 사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안팎으로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라는 말을 들어왔다. 권 후보의 지지율도 많이 나와야 3.9%를 기록하는 등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처하면서 당 내부가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먼저 특별검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문국현, 정동영 후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삼성비자금 및 떡값로비 진실규명을 위한 대선후보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또 권영길 후보는 물론이고,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심상정·노회찬 의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 후보와 경쟁을 벌였던 두 의원은 삼성특별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삼성에 대해서는 선수인 두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며 흐뭇해 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5일 "삼성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모든 대선 후보들은 연석회의에 참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의원도 "양극화의 정점에서 불법과 편법, 반칙을 동원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삼성재벌이 있다"며 "이건희 왕국의 추악한 부패와 부정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삼성공화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에는 한 달 넘게 만일보 행사를 벌였던 권 후보가 서울로 돌아온다. 권 후보는 5일 마지막 행선지인 경남 창원에서 "이회창씨와 삼성 비자금은 동전의 양면, 썩은 생선의 머리와 꼬리와 같은 것"이라며 이 전 총재와 삼성 비자금 의혹을 묶어서 비판했다.

 

이어 권 후보는 "삼성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회창씨나 선거자금을 제공해서 삼성왕국을 강화시키고 유지한 이건희 회장은 똑같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삼성 비자금 의혹이라는 외부 호재로 당이 활기를 되찾는 절묘한 순간에 '컴 백 홈' 한다. 권 후보는 6일 오전 서울 입성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11일 백만 민중대회'에 대한 견해와 향후 대권 행보의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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