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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 나와! 너 잡으러 온 사람들 같다!”

 

경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낮은 목소리로 영희를 재촉했지만 정작 영희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래? 잠깐만 있어봐.”

 

영희는 큰 가방 한가득 짐을 챙겨서는 집밖으로 나오려 했다. 이미 갈색점퍼 사내들은 손마디를 두둑두둑 푸는 여유까지 부리며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영희.”

 

갈색점퍼 사내들은 주춤거리는 경수를 슬쩍 손등으로 밀며 쪽방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짐도 제대로 챙겼겠다. 이제 우리랑 같이 가지?”

 

영희는 가방을 옆으로 질끈 매고서는 허리를 굽히고 천천히 쪽방에서 나왔다.

 

“오빠는 저리 좀 비켜.”

 

경수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영희의 손이 번쩍 올라가더니 갈색점퍼 사내들의 눈에 스프레이를 뿌려대었다.

 

“아악!”

갈색점퍼 사내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 쥐었고 영희는 그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 경수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뛰어!”

“이런 씨파! 너희들 죽었어!”

 

갈색점퍼 사내들은 눈물콧물을 흘리며 잠시 갈팡질팡하다가 욕을 내뱉으며 경수와 영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경수와 영희는 필사적으로 달려 겨우 차까지 도달한 후 시동을 걸고 동네를 빠져나갔다.

 

“야! 너, 겨우 가스 스프레이 하나 믿고 그렇게 태연자약했던 거야?”

“이거 좀 독한거야. 예전에 내가 직접 내 얼굴에 조금 쏘아봤는데 장난 아니더라. 오빠도 한번 이거 맞아볼래?”

“아, 됐네요. 됐어!”

 

좁은 동네 어귀를 돌아서 빠져나가 도로로 접어든 경수의 차는 여의도 인근에 접어들면서부터 심한 교통정체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이들은 아예 시동을 끄고 밖으로 나왔고 버스는 승객들을 모조리 밖으로 쏟아내었다.

 

“아 진짜! 평일인데 왜이래? 도무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안 하네?”

 

경수는 또다시 E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자동차 연료 계기판을 보며 조바심이 나 소리쳤다. 무료해진 영희는 라디오를 틀었다.

 

“…지금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주변은 군 병력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모든 방향의 도로가 차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뭐야, 이거? 음악방송 주파수는 맞는 거 같은데 뉴스가 나오네?”

 

영희가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하자 경수가 영희의 손을 가로 막았다.

 

“잠깐, 이거 음악방송 맞거든? 속보인가 본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어보자.”

 

경수는 볼륨을 높였다.

 

“…현재 청와대와 여의도를 지나가는 서울시내 모든 방향의 차량은 전면 통제중이며 곧 국가 긴급 담화문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만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뭐야? 갑자기 전쟁이라도 난 거야?”

 

경수는 창문을 내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미 차량운행을 포기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경수는 밖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그들 역시 당황해 해며 이것 저것 추론을 쏟아놓을 뿐이었다.

 

“테러가 벌어진 거야.”

“거 공산당원들 짓인가?”

“걔들이 요즘 무슨 힘이 있다고…. 일본 놈들 짓이 아닐까?”

 

때를 맞춰 멀리서부터 헬리콥터가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낮은 고도를 그리며 차량이 밀집한 도로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태그:#소설, #결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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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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