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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치 않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스스로세상학교>에서는 학생의 용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장학금을 주게 되는 학생은 학부모, 학생, 교사가 함께 정하는 내부 기준에 적합한 학생으로 하고 액수는 학생이 쓰는 한 달 총 용돈의 80%로 하였습니다.

 

장학금은 매달 첫날과 16일에 반씩 나누어 줍니다. 나머지 20%는 스스로 벌어서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장학금의 지급 절차는 별로 까다롭지 않습니다. 학생이 다음 달의 용돈계획서를 써내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원안대로 승인됩니다. 두 번째 달부터는 그 달의 '용돈결산서'를 다음 달의 '용돈 계획서'와 함께 내야 합니다.

 

이런 서류는 심사하여 평가하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닙니다. 경제생활이 체계적인지 점검하면서 스스로의 경제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장학금제도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겠습니다.

 

누구나 아이의 용돈으로 마음고생을 하신 적이 있으리라 봅니다. 용돈기입장을 만들어 주거나 용돈을 일정액으로 정해서 그 범위 안에서 마음대로 쓰게 한다든가 또는, 용돈의 용도와 사용처를 정해서 용돈액수를 최소화하는 등 아이가 알뜰하게 돈을 쓰고 군것질이나 사행성 오락에 빠지는데 용돈이 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청소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면 ‘대가성 용돈’을 주기도 해 봤을 것입니다. 이 대가성 용돈은 아주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아시죠?

 

한마디로 말해서 용돈에는 아이에 대한 일종의 불신과 염려가 항상 묻어 있습니다.

 

아이는 점점 돈의 용도에 눈이 뜨이면서 어떻게든 용돈을 더 타내서 쓰려고 합니다. 한 푼이라도 의미 있는 일에 쓰이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꼭 그럴 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부모한테서 용돈을 어떡해서든 더 얻어내서 공개할 수 없는 자기만의 용도로 쓰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둘러대는 식의 거짓말도 하게 됩니다.

 

용돈을 통해 아이가 돈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곳에 쓰는 능력을 키운다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더구나 돈으로 욕망이 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정성과 노력과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용돈의 일부를 스스로 마련하는 '경제력'을 키워가고자 하는 것이 이 장학금 제도의 취지입니다.

 

제가 2년 전 북유럽을 일주일 다녀왔는데 스웨덴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월 4만원씩 나라에서 용돈을 주는 것을 봤습니다. 그 나라의 교육제도 전반을 훑어보면서 '공공성'이라는 열쇠말을 보았습니다. 나라와 사회가 한 사람을 가르쳐 주고 키워주고 병도 고쳐줍니다. 당연히 그 사람은 자기의 능력과 힘을 사회와 이웃을 위해 씁니다. 이런 공공성을 일상속에서 익혀가고자 합니다.

 

자기가 자기와 한 약속, 자기가 학교와 사회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키는 훈련인 것입니다.

 

장학금의 재원은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충당할 생각입니다. 학생의 용돈에 학교와 우리 사회가 연결되게 하는 것입니다. 학생의 부모가 장학금을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학생에게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가 운영하는 카페 cafe.naver.com/moboo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스로세상학교,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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