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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회견을 마친 뒤 김인국 신부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언론은 '삼성 가족'을 자처하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은 삼성 비자금 의혹을 구석에 처박았다. 이번 사건은 크게 보도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이다." (한국기자협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언론 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외면하고 있는 대다수 언론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최근까지도 정부의 브리핌룸 통폐합 조치에 대해 격한 표현을 동원해 '국민의 알권리 수호 투쟁'을 선포했던 언론들이 삼성의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를 성토했다.   

 

기자협회·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은 지난달 31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언론에게 '성역'으로 존재하는 삼성의 영향력을 재차 확인했다, 자괴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언론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이번 삼성 비자금 보도태도에 대해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에 '언론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몇몇 언론사들이 경제권력 앞에서는 꼬리 내린 강아지 꼴을 보이고 있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세게' 취재하고 '크게' 보도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언론이 '배 부른 돼지보다는 배 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려는 용기가 필요할 때"라고 호소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신문 보도량(10월 30일, 31일치)

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도 '언론은 삼성 가족을 자처하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번 사건을 축소 보도하기에 급급했고, 김 변호사-삼성 간의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며 본질을 호도했다"면서 "정치권력에는 막말까지 쏟아내던 언론이 삼성을 향해서는 입을 쏙 닫은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재벌에 대한 아첨을 넘어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정부의 취재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정도였나"며 따져 묻기도 했다. 

 

민언련(대표 신태섭)도 "신정아-변양균 사건에 대해서는 신씨의 누드 사진까지 등장시키며 지면을 도배했던 신문들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외면하는 행태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헛되지 하지 말라"고 언론을 겨냥했다.

 

특히 민언련은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신문 보도량' 분석 자료를 내고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30일)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공방·논란' 수준으로 각 1건씩만 보도하는 데 그쳤다"면서 "사건 초기부터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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