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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미 서너 차례에 걸쳐 파리 원정투쟁단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곽민형 원정단장이 기금을 건네받는 모습. 가운데 보이는 사람은 유학생 양창렬씨로 원정단의 통역을 전담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미 서너 차례에 걸쳐 파리 원정투쟁단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곽민형 원정단장이 기금을 건네받는 모습. 가운데 보이는 사람은 유학생 양창렬씨로 원정단의 통역을 전담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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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정투쟁단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파리 라파즈 본사를 찾는 프랑스 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겁다.
 파리원정투쟁단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파리 라파즈 본사를 찾는 프랑스 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겁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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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본사 앞을 점령한 라파즈 프랑스 노동자들. 이들은 수 백 킬로를 달려와 파리원정투쟁단에 합류했다.
 라파즈 본사 앞을 점령한 라파즈 프랑스 노동자들. 이들은 수 백 킬로를 달려와 파리원정투쟁단에 합류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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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서 파리원정투쟁단과 노동총동맹(CGT)는 끊임없이 ‘작전회의’를 펼치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 파리원정투쟁단과 노동총동맹(CGT)는 끊임없이 ‘작전회의’를 펼치기도 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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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한국인, 라파즈를 공략하다"(프랑스 뉴스 통신사 <아 에프 페, AFP)> 9월 13일 자)
"파리에서 시위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한국인 3인"(<아 에프 페> 9월 14일 자)
"한국인들, 라파즈를 포위하다"(일간지 <르 몽드> 9월 20일 자)
"라파즈 앞에 선 한국인들, 라파즈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한국인 노동자들 파리에서 시위"(일간지 <리베라시옹> 9월 25일 자)
"한국 노동자들 라파즈 공략, 라파즈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한국 노동자들이 파리에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일간지 <뤼마니떼> 9월 25일 자)
"한국 노조와 마주한 라파즈"(라디오 <에르 에프 이, RFI> 9월 28일 자)
"한국인 / 라파즈 : 여전히 수용할 수 없는 라파즈 지도부의 제안"(<아 에프 페> 10월 2일 자)
"파리의 라파즈 본사 앞, 3인의 한국 해고노동자 20일 전부터 시위"(프랑스 무가지 <20분> 10월 3일 자)
"한국인들, 라파즈에 저항하다"(<리베라시옹> 10월 3일 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 속에서는 노동자의 투쟁도 세계화 한다. 한국의 해고노동자들이 프랑스 기업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강원도 옥계에서 파리까지 날아왔다.

"노조 탄압, 주 100시간 노동 그리고 해고, 이것은 노예제도다!"

프랑스 언론이 ‘한국인 해고노동자 3인’이라 지칭한 인물은 채희진(42), 김운기(35), 진종길(32)씨다. 이들은 지난해 3월 31일까지 라파즈한라시멘트(이하 라파즈한라)의 사내 하청업체인 우진산업에서 중장비를 운전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지금은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다.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이유로 우진산업이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파리에 도착한 이들은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파리의 부촌 16구에 자리한 라파즈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외친다.

"노조 탄압, 주 100시간 노동 그리고 해고, 이것은 노예제도다!"

현지 원정투쟁, 당연한 말이지만,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개인용 경비행기를 이용해 현지의 최고급 호텔을 돌며 쇼핑이나 연회를 즐기는 젯 셋(Jet Set)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물 설고 말 설다. 호주머니도 가볍다. 원정단은 처음에 파리의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전전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전단과 플래카드 등이 잔뜩 실린 짐가방을 들고 좀더 저렴한 민박집을 찾아 ‘이사’를 다니기도 서너 차례. 지금은 파리 유학생의 비좁은 아파트에 정착했다.

그러나 먹고 자는 문제는 고생스럽지 않았다. 파리 현지에서 기대 못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몽파르나스, 공화국광장, 트로카데로 등 파리의 관광지를 비롯해 소르본, 시앙스 포(파리정치대학)와 같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선전전을 펼친 원정단에 파리 시민들은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실시된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집회 때 불러달라는 말을 남긴 시민들도 한 둘이 아니다.

귀국 비행기표도 버렸다. 이기고 돌아간다!

한편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노동총동맹(CGT) 산하 건설노조는 원정단이 파리에 도착함과 동시에 투쟁에 합류했다. 노동총동맹은 이미 서너 차례 조합원들이 모은 투쟁기금을 원정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CFDT)과 대표적 대안세계주의 시민단체인 아탁(ATTAC)도 원정단의 손을 잡았다. 프랑스 단체들은 매일 아침 원정단이 라파즈 본사 정문 앞에서 펼치는 시위에 교대로 나와 프랑스 경찰과의 충돌을 막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라파즈는 난처해진 걸까. 원정단의 파리 투쟁이 한 달째 접어들 즈음인 지난 1일 라파즈한라의 프레데릭 드 루즈몽 사장이 파리를 다녀갔다. 곽민형 원정단장(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마주한 루즈몽 사장은 그러나 "이런 식이면 한국 노사관계의 문제점이 세계에 알려져 어떤 기업도 한국에 진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라파즈도 철수할 수 있다"는 등의 엄포만 놓고 서울로 떠났다. 몇 차례 더 합의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투쟁중인 노동자들을 청소 용역에 고용하는 등의 수용할 수 없는 제안들만 쏟아졌다.

원정단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이다. 일하던 자리에 복직시켜주고 노조활동 보장하고 노동조건 개선하고 밀린 임금 지급하란 말이다. 이 네 가지가 그렇게 어렵나!"

복직투쟁 18개월을 끌어오며 과묵했던 김운기씨도 이제는 말이 많아졌다. 현재 노조에 남은 4인 중 김갑수(34)씨는 파리에 오지 못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와 아내가 있는 김갑수씨는 생계문제에 떠밀려 주차관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두 사람이 전화 통화를 하면 김갑수씨는 "꼭 승리하고 오라"고 당부한다. 김운기씨는 그래서 반드시 이기고 싶다. 라파즈한라에 ‘퉷’ 침 한 번 뱉어주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던 김운기씨가 파리까지 온 것은 동지애 때문이었다. 김운기씨는 이것을 ‘의리’라고 말한다.

파리에서 50일을 넘기는 동안 원정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지난달 19일로 예정됐던 귀국 비행기표도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원정단은 이겨서, 반드시 이겨서 라파즈가 제공하는 비행기표로 돌아갈 것이다. 돌아가서 김갑수씨에게 이겼다고 말하고 싶은 원정단은 이제 단식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원정단이 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지도 모른다.


태그:#우진산업, #라파즈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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