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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성장기 비만은 심각한 악성질병

필자는 지난 7년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의 비만과 씨름하며 살았다. 여러 해 동안 비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정규학급을 만들어 운영도 했고 특기적성교육으로도 2년을 시행해 보았다. 그러면서 비만한 아이들의 심리상태와 부모의 왜곡된 양육문화, 이해가 부족한 사회문화와 부딪치며 힘들어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아이들 비만에 대한 임상·심리·사회 측면의 연구가 매우 미흡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는 성장기 비만에 대해 많은 오해가 상존하고 있고, 대책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이는 하루속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흔히 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성장기 비만은 그 자체가 심각한 질병이다.

우선, 비만은 인류의 진화과정에 최대의 암초다. 대부분 학자들이 이렇게 규정하는데 이는 비만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의미이며,  뇌 세포가 비만 세포에 명령을 전달하는 체계보다는 비만 세포가 뇌 세포에 명령을 전달하는 체계가 훨씬 강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의학에서는 비만이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5년이 지나야 치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 질병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체제를 지니고 있는데 비만은 반대로 살졌던 몸상태로 회귀하려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160cm 키에 65kg인 여성이 55Kg으로 감량을 해도 55kg을 5년 동안 유지하지 못하면 55kg이 내 몸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치료를 위해 몸무게를 줄이는 데 1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줄인 몸무게를 유지하는데는 10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성장기 비만에는 지방 세포 수가 최대 10배까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성인이 되어 살찐 사람은 출산 시기가 아니라면 지방 세포 수는 늘지 않고 지방 세포의 크기만 커지는데 출산 시기도 성장기 비만만큼 지방 세포 수는 늘지 않는다. 

한번 늘어난 지방 세포 수는 평생 줄어들지 않기에 비만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평생 비만과 전쟁을 치르며 살 수 밖에 없다. 지방 세포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성장기 비만으로 자란 아이들이 비만에서 탈출하기란 말기 암 환자가 완쾌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요인들이 결합하여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질곡에 빠뜨린다. 성장기 비만은 자존감에 상처를 내어 아이들의 성격이 매우 소극적이게 된다. 또 정신건강에 심대한 해를 끼치고, 성조숙증을 야기하며, 성적능력을 떨어뜨린다. 이외에도 나이가 들수록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암 등 습관성 질병의 발병률을 높여 청장년 시기 삶을 위협한다.

아이들의 비만을 야기하는 것들

비만은 어렸을 때 탈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좀더 나이가 들어 말귀를 알아들을 때 하려다가는 10배의 노력을 들여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사진은 알라미 사이트(www.alamy.com) 캡쳐
 비만은 어렸을 때 탈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좀더 나이가 들어 말귀를 알아들을 때 하려다가는 10배의 노력을 들여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사진은 알라미 사이트(www.alamy.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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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영양과다와 운동 부족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것만 원인인 것은 아니다.  미네랄이 부족하거나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독성을 분출하면서 대사과정을 혼란시키는 것도 비만의 한 요인이다. 또 고관절과 척추가 틀어져 신체의 균형을 맞추려 복부 비만이 발생하기도 하고, 과다한 스트레스나 부족한 수면, 스테로이드계·항우울제·신경안정제·항불안제 등의 약물 남용이 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인슐린과 유전도 비만에 한몫한다.

신생아는 3.4kg 내외로 태어나 돌 전후까지 키도 빨리 자라고 지방도 급속도로 축척된다.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하면 지방량이 줄기 시작해 만 5세 전후에는 체지방이 가장 적다. 이것은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온 결과물이다.

정상적인 생로병사를 거친 사람은 돌 전후가 체지방이 가장 많은데 이는 위기에 처했을 때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며, 만 4~5세가 체지방이 가장 적다는 것은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하고 적게 먹어도 살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런 발달단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 5세 전후의 대부분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너무 야위어 걱정이야'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수저를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거나 아이가 가공식품을 찾아도 너그럽게 갖다준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위가 커져 비만으로 자라나기 쉽게 된다. 이 시기에 위가 커진 정도에 따라 만 8세 전후 비만의 정도를 판가름한다.  만 5세 전후가 체지방이 적어야 하고 적게 먹는 것이 정상이기에 이 시기에 먹을 것을 가지고 아이들을 쫓아 다니지 않아야 한다.

성장기 비만 탈출을 위한 10계명


비만한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면 비만한 몸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러다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는 다이어트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 이런 저런 약물을 장기 복용하게 되는데 다이어트 약물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여성성 ⁃  남성성이 완성되는 만 15세 전후는 각종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하고 신체구조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다이어트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것은 약물중독을 야기하면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불임을 비롯한 성적 능력 감퇴 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약물 다이어트에 빠져들지 않도록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가 교육을 해야 한다.

자, 그럼 우리 아이가 성장기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 수칙을 살펴보자.

첫째, 비만 중 가장 나쁜 비만이 만 4세 전후의 유아 비만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좀더 나이가 들어 말귀를 알아들을 때 하려다가는 10배의 노력을 들여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둘째,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들의 합의가 우선이며 그를 바탕으로 온 가족이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협력체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가정의 식문화, 놀이문화, 건강에 대한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족 공동체가 생활습관을 함께 바꾸지 않고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성장기 비만이다.

넷째, 아이들은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즐겁게 지내야 성장기 비만에서 벗어날 지속적인 힘을 지니게 된다. 그러기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아이들이 스스로 비만에서 탈출하려는 생각을 하도록 적극적인 대화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어른들이 이 문제를 아무리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아이들이 자기 문제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성장기 비만이다.

여섯째, 물·채소·해조류·거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며 가공식품은 멀리해야 한다. 이는 성장기 비만을 극복하는 중심 문제일 뿐 아니라 평생건강을 지키는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기에 사실은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일곱째,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아야 정상 발육을 한다. 밀림에 사는 동물들도, 강가에 사는 물고기도 새끼가 어른들보다 운동량이 많아야 훌륭한 어미로 자라나 자연에 순응하면서 종족을 보존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관통되는 것이다.

예컨대 어른이 1만보를 걸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1만 5천~ 2만보는 걸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운동량이 너무 적어 걱정이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연구에서 운동을 규칙있게 하는 아이들이 학력 향상도도 높게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땀 흘리며 해맑게 웃는 것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전제조건이며 어른들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여덟째, 건강일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 일에 부모도 함께 해야 한다.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 몇 번이나 웃었는지 등을 기록하며 자기 생활을 반추하도록 하여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아홉째, 키·몸무게·비만도(체지방)·체력(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윗몸앞으로굽히기 등)을 최소 월 1회 규칙적으로 점검하고 통계로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크게 칭찬한다.

아이들이 비만을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도 아이들의 비만도는 대각선처럼 낮아지지 않고 계단처럼 낮아지거나 어느 시기에는 약간 올라갔다 떨어지거나 한다. 이 특성을 잘 고려해 아이들이 상심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며 결과가 좋으면 칭찬해야 한다.

열번째, 아이들에게 저열량 다이어트, 약물 다이어트, 특정식품 중심의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성장기 아이나 다자란 10대 후반 청소년도 남성성⁃여성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시기이기에 영양 불균형이나 영양 부족을 초래하는 저열량 다이어트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약물 다이어트는 아이들에겐 절대 금물이며 어른들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처사다.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성장기 비만으로 자라도록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유린이며 사회의 지속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 부모와 학교와 사회가 협력(?)하여 아이들을 비만으로 안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중은 정상이나 근육량은 모자라고 지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근육형 비만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아이들의 바른 양육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선진국을 외치는 것은 돈독에 오른 야만의 사회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 쌓기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기본에 충실한 사회이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덧붙이는 글 | 이용중 기자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태그:#건강, #성장기,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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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과 관련한 기사를 쓸려고 합니다. 정보화 사회로 진척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병리현상이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 문제이고 이 중심에 아이들 비만이 있습니다. 급증하는 아이들의 비만에 대해 심층있는 기사를 써서 널리 알리고 성장기 비만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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