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潯陽江頭夜送客(심양강두야송객) 심양의 강나루에서 밤에 손님을 보내니
楓葉荻花秋瑟瑟(풍엽적화추슬슬) 단풍잎과 갈대꽃에 가을바람 쓸쓸하네


낙천 백거이(樂天 白居易 : 772~846)가 지은 '비파행(琵琶行)'의 첫 구절입니다. 백거이는 어느 가을날 저녁 들려오는 비파 소리를 감상하다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단숨에 이 시를 지어냈다고 합니다. 백거이는 서두부터 가을의 쓸쓸한 기분을 한껏 표현하고 있는데, 가을이 되면 쓸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고금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직장인 13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9%가 '현재 가을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을 증후군이란 흔히 '가을 탄다'고 말하는 것으로, 가을에 이유 없이 우울함, 외로움, 고독함을 느끼는 심리 증상을 말합니다. 이를 의학용어로는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도 10월의 질병 정보를 우울증으로 정해 일부 사람들이 계절의 변화에 기분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며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을 조언합니다.

계절성 우울증, 왜 생기나?

경남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의 초가을 전경입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이나 초겨울에 주로 찾아와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이면 사라집니다. 계절성 우울증과 가장 연관이 있는 것은 감소된 일조량입니다.
▲ 초가을의 우포늪 경남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의 초가을 전경입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이나 초겨울에 주로 찾아와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이면 사라집니다. 계절성 우울증과 가장 연관이 있는 것은 감소된 일조량입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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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를 괴롭히는 세계 3대 질환'의 하나로 우울증을 선정하였는데,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갱년기 우울증, 산후 우울증 등 많은 종류의 우울증이 있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 나타났다가 그 계절이 끝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따로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가을과 겨울이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일까요? 유전, 환경, 정신 등 여러 요소를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계절성 우울증과 가장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감소된 일조량입니다.

임세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송과체에서 분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면서 "멜라토닌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 계절성 우울증에 잘 걸린다"고 분석합니다.

조성훈 경희대 경희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음양오행으로 본다면 계절마다 기운이 다르다"면서 "봄·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양기가 늘어나고, 가을·겨울에는 낮의 길이가 짧아지며 양기가 줄어드는데, 이것이 우리 몸에도 같이 적용되며 가을·겨울철에 한방에서 기울증(氣鬱證)으로 불리는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의학으로 분석합니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이나 초겨울에 주로 찾아와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이면 사라집니다. 위도가 높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에서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일조량과 계절성 우울증이 관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에게 더 취약한 우울증

여자들이 우울증에 취약성을 보이는 것은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영향으로 인한 뇌 회로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림 출처는 루안 브리젠딘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
 여자들이 우울증에 취약성을 보이는 것은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영향으로 인한 뇌 회로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림 출처는 루안 브리젠딘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
ⓒ 우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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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는 증상이 다릅니다.

일반 우울증의 증상이 식욕저하, 체중감소, 수면감소 라면, 계절성 우울증은 체중증가, 수면 증가 등 반대 증상을 보입니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보다는 주로 무기력한 증상이 나타나며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단 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찌기도 합니다.

가을은 보통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여성이 더 많이 가을을 탑니다. 왜냐하면 계절성 우울증이 그만큼 여성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은 나라나 적은 나라나 관계 없이, 즉 문화권에 관계 없이 여성의 우울증이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세원 교수는 "사회문화의 차이보다 신체의 차이가 우울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감성적인 경향이 있고, 여성들이 생리를 하는 것도 주기적인 감정의 변화 진폭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여성들이 더 우울증을 많이 느끼는 현상에 대해 설명합니다.

계절성 우울증, 어떻게 치료하나?

연꽃의 씨앗을 우려낸 연자육차는 우울증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연꽃의 씨앗을 우려낸 연자육차는 우울증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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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치료 여부는 지속기간과 심각도 2가지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무기력하거나 우울해 하는 증상이 보인다고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약 2주이상의 우울한 기간과 일상적 기능 손상이 동반될 경우 치료가 필요합니다.

임세원 교수는 "가벼운 증상이라면 햇빛 보고 운동하는 것이 좋다"며 낮시간 활동량의 증가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통하지 않을 경우 병원을 방문해 상담 치료나 항우울제 등의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으로도 햇빛을 보는 것은 좋은 예방법입니다. 즉 해가 뜸과 동시에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아침 산책을 통해 양기를 북돋아 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성환 교수는 "치료의 원칙은 기를 소통시키는 것"이라며 "한약과 침을 통해 기를 소통시키는 치료를 하고,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 일종의 상담요법)을 하는 것이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치료법을 설명합니다.

아울러 연꽃의 열매가 주 원료인 연자육차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오장을 편하게 하여 진정작용을 도와줄 수 있으므로 연자육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을은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입니다. 그러나 햇살을 받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가을의 쓸쓸한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가을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을 주신 분들] 임세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조성훈 경희대 한의대 경희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계절성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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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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