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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라구절초, 포천구절초, 구절초...오늘의 주인공은 한라구절초다.
▲ 한라구절초 구절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라구절초, 포천구절초, 구절초...오늘의 주인공은 한라구절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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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라는 꽃 이름은 없다

가을 들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통칭 '들국화'로 불리는 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통칭일 뿐 식물도감에서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꽃은 사실 없습니다. '들국화'라는 말은 '들에 피는 국화'를 아우르는 말인 것이죠. 식물 중에서 가장 고등식물이 '국화과'의 식물이라고 합니다. 신이 제일 마지막으로 만든 꽃도 국화과라고 알려져 있으니 국화과의 식물이 가장 고등식물인 이유가 설명이 될까요?

통칭 들국화라 불리는 꽃 중 대표적인 것은 구절초이고, 쑥부쟁이, 해국, 감국, 산국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구절초만 해도 그냥 구절초가 있는가 하면 한라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다양한 구절초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구절초는 산림청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선정한 한라구절초입니다.

수줍은 듯, 가을을 구경나온 듯
▲ 한라구절초 수줍은 듯, 가을을 구경나온 듯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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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모초(仙母草)의 뜻은 무엇일까?

구절초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이름은 '선모초'라는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모초에 대해서 '흰 꽃이 신선보다 더 돋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고 '신선이 어머니에게 주는 약초'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유익을 주는 약초'라는 뜻을 가진 익모초(翊母草)가 있으니 구절초의 약효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후자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9월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절초'라는 이름을 얻었고, 음력으로 9월 9일(올해 10월 19일) 채취를 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전해집니다. 약효는 여인의 손발이 차거나 산후의 냉기 등 월경장애에 사용되며 여성의 몸을 따스하게 하는데 좋다고 합니다.

꽃은 그들이 있어 아름답다.
▲ 한라구절초를 찾은 손님 꽃은 그들이 있어 아름답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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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의 다양한 꽃말

구절초의 꽃말은 '고상함, 밝음, 순수, 우아한 자태, 어머니의 사랑'등 다양합니다. 고상함이나 우아한 자태는 같은 뜻으로 묶어준다면 '밝고 순수하고 고상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구절초의 맛은 씁니다. 약초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꽃을 따서 차로 음용하기도 하는데 그 맛도 역시 씁스름합니다. 맛은 쓰지만 구절초의 성질은 따스하고, 독이 없어 사람에게 좋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지요?

함께 피어있어 또 아름답다.
▲ 한라구절초 함께 피어있어 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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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의 생명력으로 피어나길

구절초는 생명력이 강해서 하나만 심어두어도 몇 해만 지나면 무더기로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라구절초는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구절초의 생명력으로 피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구절초, 홀로 피어 있어도 함께 피어 있어도 그들은 아름답습니다. 처음 피어날 때에는 분홍빛을 띠고 있다가 이내 흰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포천구절초의 경우에는 분홍빛을 잃지않고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차이, 그러나 그들이 가진 속내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구절초의 생명력과 그가 가진 성질이 참 맘에 듭니다. 끈질긴 생명력, 쓰지만 독이 없고 따스한 성질은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진 덕목같습니다.

가을 날 하루에 한 송이씩 피어난 듯하다.
▲ 한라구절초 가을 날 하루에 한 송이씩 피어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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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를 보며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다

구절초를 보면서 불효자로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자식이라는 것이 아무리 효도한다고 해도 불효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요즘들어 실감합니다. 내가 자식들에게 그러하듯 자식이 부모의 사랑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였던 자식이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었어도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자식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이제 제발 어머니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시라고 하지만 어머니의 삶은 자식들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가을 하늘과 하나, 땅에 피어난 구름같다.
▲ 한라구절초 가을 하늘과 하나, 땅에 피어난 구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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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과 가을빛, 한라구절초의 자태가 아름답다.
▲ 한라구절초 가을하늘과 가을빛, 한라구절초의 자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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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과 잘 어우리는 구절초

가을하늘이 높은 요즘입니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기어이 가을은 왔습니다. 가을 하늘이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청명한 가을하늘과 구절초는 참 잘 어울립니다.

뭔가에 뭔가 더해져서 자신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 어느 한 쪽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둘다 돋보일 수 있는 것, 어느 한 쪽에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더해주는 관계를 봅니다. 약육강식의 논리에서는 볼 수 없는 순리입니다.

세상사 바쁘다고 살아가다보니 피어나는 들꽃들을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쁜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들꽃을 만나고 왔어도 더 바빠지지 않더군요. 하루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일에 쫓기며 살아갔던 날들이 조금은 바보스러워 보입니다.

가을날 만난 한라구절초, 그들이 뭔가 허전했던 마음을 가득채워 줍니다. 언젠가 뜰이 있는 집을 마련하면 구절초동산을 만들어 9월 9일이 되면 꽃을 따서 구절초차도 만들고, 이파리며 줄기들 모아 처마끝에 달아두고 몸이 차가워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내 몸에 구절초의 향기가 남아 있는 듯 기분 좋은 날입니다.


태그:#한라구절초, #우리꽃,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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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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