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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다가 울어버린 비정규직 노동자 장기자랑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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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 개천절 휴일 오전 궂은 날씨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자랑'이 열렸다.

비정규직 노동자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비정규직투쟁사업장공동행동'이 주최한 공동 집회로, ▲비정규직 법안 폐기 ▲비정규 투쟁 승리 등을 외치기 위해 자리를 만든 것이다.

검은색 작업복 차림에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붉은 머리끈을 두른 참석자들 사이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구호만 외칠 것 같았지만, 되레 이날 집회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자랑'

첫 번째 웃음의 포문은 송파구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임정재(51)씨가 열었다. 서울 송파구청에서 5년간 전화안내를 하다 해고된 임씨는 대중가요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개사해, 비정규직의 설움을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르실거야, 비정규직 보호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임기가 가기 전에 빨리 폐기하세요, 비정규직들이 고통스러울 때나, 비정규보호법이 잘못됐을 때에는, 비정규보호법을 고쳐야 하잖아요, 비정규 살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씁쓸한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비정규직지부 노조원들의 연극.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가 합심해 이들의 시위를 저지하려는 사주, 용역 깡패, 경찰을 막아낸다는 내용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 경찰, 돈 봉투를 덥석 집어받는 용역 깡패, 은색 왕관을 쓴 사주 등으로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경찰이 등장할 때는 배우들을 대신해 "빡쎄게"라는 경찰들의 구호를 외쳤다.

이 외에도 해고 투쟁 800여일을 맞은 기륭전자 노조,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회 노조원 등이 율동 등을 보이며 현장의 활기를 더했다.

하지만 흥겨운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대표적 비정규직 노동자인 KTX-새마을호 승무원이 앞에 나서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는 앞선 노동자들의 공연에 "너무 잘 봤다,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다"면서도 곧 눈시울을 붉혔다.

앉아있던 노동자들쪽에서 "울지 마", "힘내라"라는 응원이 나오자, 이 대표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투쟁이 열달이 넘었다, KTX 승무원들과 같이 투쟁했는데 여름을 지나면서 투쟁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단지 '승무원으로서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일념밖에 없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시련이 닥친 상황"이라며 "오늘 문화공연을 보니 우리가 '투쟁 50일', '투쟁 100일' 되던 때에 즐겁게 투쟁하던 모습이 떠올라 감격했다"고 말했다. 

"하늘 열린 날, 비정규직 뚜껑 열린다"

참석자들은 "비정규직법안 제정 전부터 우리는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신음했는데, '보호법'이 생기면서 오히려 더 불안한 고용과 노동권 박탈에 고통받고 있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비정규악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투쟁 승리의 결의를 밝히고자 한다"고 집회의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나라가 열린 개천절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통스럽다"며 "비정규직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정부가 나서서,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비정규권리입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에는 이랜드-뉴코아, 기륭전자, GM대우자동차(창원지회), 코스콤, 서울대병원과 한국철도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동참하고 있다.

비정규직투재사업장공동행동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소공원에서 연대투쟁을 알리는 공동집회를 열었다.
 비정규직투재사업장공동행동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소공원에서 연대투쟁을 알리는 공동집회를 열었다.
ⓒ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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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정규직 , #투쟁사업장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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