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도 회색빛 아파트 사이로 맑은 바람이 흐른다. 햇살도 투명하고, 멀리 구름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고층 아파트 숲은 바람과 햇살 사이로 육중한 몸을 시위하며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일순, 짜증이 인다. 회색빛 시멘트에 짓눌린 환경이 못내 아쉽다. 사람은 본시 흙을 밟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우중충한 시멘트에 둘러싸여 있는지. 분명 현대인의 정서불안은 저 시멘트 덩어리에서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참 반가운 일이다. 잿빛 아파트 숲속에 거대한 문화공간이 생긴 것은 무척 신선한 시도다. 이름도 예쁘다. ‘아르바자르(Arbazaar)’라. 아트와 바자회의 합성어란다. 미술품과 전통 도자기, 고가구등을 바자회처럼 판매하는 공간이란다. 600평의 널찍한 공간에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들과 조선백자, 고려청자, 고가구 등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다.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 신도시에 생긴 ‘아르바자르’는 새로운 전시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장산 지하철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탑마트 지하층에 마련된 아르바자르는 총 6개의 구역에 문화 테마공간, 북카페, 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프랑스의 서정적 자연주의 화가인 ‘샤흘르 벨’의 거대한 회화작품을 볼 수 있다. 황색의 색감으로 그려진 꽃그림은 강렬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중앙의 문화테마 공간 벽에 그려진 거대한 유화는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높이 약 2m에 가로 약 7m에 달하는 이 그림에는 샤흘르 벨의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이 눅진하게 녹아 있다.
 
  발걸음을 옮겨 고미술 특별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가본다.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목 공예품들이 생생한 질감으로 노출되어 있다. 답답한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지 않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고미술품들은 최소 수 천 만 원에서 최대 수 억 원에 이르는 고가품들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박물관처럼 형식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눈앞에서 희귀한 고미술품들을 현장감 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르바자르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근 현대 특별전이 열리는 공간에서는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장식한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단체전이 열리는 공간에서는 박고석, 김인숭, 박득순 씨등 최근 미술품 시장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참을 돌다보면 근육 세포가 경직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전시장 가운데에 마련된 문화테마공간의 의자에 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확 트인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 것이다. 박물관처럼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코발트블루의 바다처럼 널찍한 공간의 여유로움이 절로 넘쳐난다. 
  
  

   문화의 향기란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곳이 박물관이든 회색빛 시멘트 안이든 누구나 감상하고 토론하고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아르바자르는 아파트 숲을 시원하게 만드는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다.
 
  비록 수 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을 사지는 못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아낌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르바자르 문화 탐방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도심 속 이색적인 문화공간인 아르바자르.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소박하게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


태그:#아르바자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