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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씨가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에서 전 세계 챔피언 고바야시 다케루(중앙)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 빨리먹기대회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선경씨 이선경씨가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에서 전 세계 챔피언 고바야시 다케루(중앙)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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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푸드 파이터(food fighter)' 이선경(38·미국명 소냐 토머스)씨가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열린 '닭날개 빨리 먹기대회'에서 12분 만에 닭 날개 173개(2.38㎏)를 먹어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푸드 파이터'는 음식 먹기 대회에 전문적으로 참가하는 선수들을 뜻하는데, 미국에서는 음식 먹기 대회에 참여한 푸드 파이터들이 방송을 타고 상금과 광고 등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선경씨가 지금까지 각종 먹기 대회에서 세운 기록만도 30여 개이고, '흑거미'라는 별명을 갖고 최정상급 대회 참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햄버거·삶은 계란·생굴·랍스터·치즈케이크 등 다양한 먹기 대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상금과 광고 등을 통해 얻은 수입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음식 먹기 대회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알려진 대회는 네이탄스 페이머스 핫도그 콘테스트입니다.

지난 7월 4일 열린 대회에서는 미국의 신예 조이 체스트넛(24)이 12분 동안 66개의 핫도그를 먹고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6연속 챔피언에 빛나는 고바야시 다케루(29)를 물리치고 1만 달러의 상금을 챙기면서 챔피언에 등극하였습니다. 올해 열린 대회에서는 3만 명의 관중이 현장에서 지켜봤고, 미국에서만 150만 가구가 TV 생중계를 시청하는 등 하나의 오락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65㎝ 45㎏의 빨리 먹기 챔피언

"길어야 10~12분 먹는 건데요. 끝나도 배도 별로 안 불러요. 대회가 끝난 후 8~12시간이면 소화가 다 됩니다."

주최측에서 닭날개 먹는것을 카운트 세고 있습니다. 먹기대회에서는 타고난 식성과 체질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닭날개 빨리 먹기대회에 참여중인 이선경씨 주최측에서 닭날개 먹는것을 카운트 세고 있습니다. 먹기대회에서는 타고난 식성과 체질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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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씨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이씨는 몇 년 동안의 훈련으로 위 크기를 늘리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조이 체스트넛은 대회를 위해 물을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흡수하며 위를 확장시키는 훈련과 체중을 조절하고 체력 훈련까지 받고 있습니다.

고바야시 다케루는 대회 두 달 전부터 8분, 10분씩 대회에 맞춰 시간을 정해놓고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대영 가톨릭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는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도 6~12개월 정도 지나면 보통의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위가 늘어난다"면서 위장관도 환경에 적응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기존의 위가 훈련을 통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 위 크기를 늘리는 훈련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려줍니다.

작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던 고바야시 다케루나 이선경씨는 체격이 남들보다 결코 크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165㎝ 키에 45㎏의 마른 체격이며, 고바야시 다케루 또한 170㎝ 키에 65㎏의 몸무게로 평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빨리 먹기 대회 우승자들은 특별한 체질?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거구의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서게 된 것일까요?

한의학에서는 비장(脾腸)과 위장(胃腸)의 기능을 소화기와 관계있다고 봅니다. 위는 물과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이고 비장은 위에서 받아들인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관으로 봅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겉모습으로도 위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위장의 상태는 팔꿈치와 무릎 뒤에 뭉쳐있는 살에서 나타난다고 봅니다. 이 곳이 단단하고 크면 위도 튼튼하고, 작으면 위도 약하고 늘어진다고 합니다.

박재우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는 "소양인과 태음인이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왕성하다"며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는 체질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소양인은 위의 열이 많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좋고, 태음인의 경우 해부학적으로 위 자체가 타 체질에 비해 크기 때문에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소음인의 경우 체형이 가늘고,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정대영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1시간 만에 음식을 소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6시간씩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있는 등 체질적으로 소화시키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면서도 "대사량이 늘어나는 갑상선항진증과 같은 질환에서는 식사량이 많이 늘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잘 먹는 사람들도 체질로 원인을 돌리기 보다는 세심하게 몸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조언합니다.

푸드 파이터들의 각고의 훈련이 분명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타고난 체질이 따라주지 못하면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빨리 먹기 대회, 몸에는 무리가 없을까?

빨리 먹기 국제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mpetitive eating)이 발표한 순위.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던 고바야시 다케루가 조엘 체스트넛에게 밀려 한 계단 내려 앉은 가운데, 이선경씨는 전체 순위 5위, 여자부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 세계 빨리 먹기 대회 순위 빨리 먹기 국제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mpetitive eating)이 발표한 순위.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던 고바야시 다케루가 조엘 체스트넛에게 밀려 한 계단 내려 앉은 가운데, 이선경씨는 전체 순위 5위, 여자부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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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를 10분 남짓한 시간에 50개 이상을 먹는다면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위(胃)는 괜찮을까요?

의학적으로 위에 들어갈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은 약 2~4ℓ 부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동의보감에 따르면 곡식 2말과 물 1말 5되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도량형이 같지는 않지만, 3말 5되의 양은 약 63ℓ가 되므로 과거에는 매우 많은 양이 위속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위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지만, 빨리 많은 양을 먹게 될 경우에는 위에 큰 무리를 주게 됩니다.

정대영 교수는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게 되면 위식도 역류(위의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식도가 찢어질 수 있으며,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흉강이나 복강 내 염증은 치명적"이라고 우려합니다.

박재우 교수도 "빨리 많은 양을 먹는 것 자체가 일종의 외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식도와 구강의 연접부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잘못 삼키게 되면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또 위의 압력이 늘어나고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면 소화성 궤양이 있는 경우 악화되는 등 위의 기능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밖에도 많은 음식물이 위에 정체되어 복압을 상승시키면 흉곽과 복부를 압박해 혈압이 떨어지게 되고,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박수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식 자체가 심각한 영양상태의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50개의 핫도그는 1만6000 ㎈, 1㎏ 이상의 지방을 포함한 엄청난 열량을 가지고 있는데, 1만6000 ㎈는 7600분을 걸어야 소모할 수 있는 칼로리입니다.

지양해야 할 빨리 먹기 대회

빨리먹기대회 공식 홈페이지(www.ifoce.com)에서 다음에 벌어질 경기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핏자헛과 같은 각종 먹거리 업체에서의 협찬이 쇄도하고 있는 것은 상업자본주의에 물든 대회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빨리먹기대회 광고 빨리먹기대회 공식 홈페이지(www.ifoce.com)에서 다음에 벌어질 경기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핏자헛과 같은 각종 먹거리 업체에서의 협찬이 쇄도하고 있는 것은 상업자본주의에 물든 대회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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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지난 7일 신림동에서는 고시생들을 상대로 한 '핫도그 먹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음식물 먹기나 음료수 빨리 마시기 대회가 각 대학의 축제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벤트가 되었고, 중복 맞이 수박 빨리 먹기 대회, 지역 특산물 먹기 대회, 전어요리 빨리 먹기 대회 등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자치단체에서도 빨리 먹기 대회가 행사의 일부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빨리 먹기 대회는 여러 부작용뿐만 아니라 나쁜 식습관을 조장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문화입니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물마시기 대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4ℓ 가까운 물을 마신 뒤 수분 중독으로 한 시간 만에 자신의 집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등 위험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있음에도 빨리 먹기 대회는 지역이나 회사의 음식과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홍보 효과로 인해 빨리 먹기 대회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전에 성철스님은 "학과 같이 고고한 영물은 자기 위장 크기의 7할 이상을 먹지 않는다"면서 "하물며 사람이 짐승보다 못해서 배 터지게 먹어 위장 상하고 건강을 망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과식 문화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빨리 먹기 대회가 정식 대회로 발전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대회가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기 전에 빨리 먹기 놀이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지혜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을 주신 분들] 정대영 가톨릭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박재우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빨리 먹기, #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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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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