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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다.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된 의혹, 그리고 신정아씨에 대한 권력실세 비호 의혹을 가리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신정아씨 비호 의혹은 '깜'이 되는 의혹으로 드러나 버렸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동안 해명해온 내용들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변 실장은 신씨와 가까운 사이로 신씨와 빈번한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7월 초 노 대통령의 과테말라 방문을 수행하던 중에도 장윤 스님과 간접적으로 연락했다. 이런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변 실장은 이에 따라 사의를 표했고 노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검찰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변 실장의 해명이 대부분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변 실장이 실제로 신씨를 얼마나 비호했는지 여부는 검찰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그동안의 거짓 해명 책임이 무거움은 물론이다.

 

변 실장 감싸고 돌았던 노 대통령과 청와대

 

이번 일은 변 실장 개인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선 노 대통령이 잘못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이만큼 언론을 장식할만한 기본적 사실을 가지고 있는가? 좀 부실하다, 꼭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청와대 인사의 비호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대통령이 나서서 예단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청와대 전체의 책임이다. 연루의혹이 제기된 이래, 변 실장 자신은 한번도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장윤 스님을 만났을 때 신정아씨 얘기를 한 적이 없다"거나 "과테말라에서 장윤 스님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다"거나 하는, 부인으로 일관하는 해명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서 했을 뿐이었다.

 

대리 해명내용에 대한 추가적 질문들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아무런 자체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변 실장을 무조건 비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청와대 대변인은 변 실장의 거짓말을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말았다.

 

이미 언론들은 변 실장 자신이 직접 해명을 하지않고 언론과의 접촉 자체를 끊은 상황을 놓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부에서 제기되는 추가적인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사실확인의 노력을 방기하였다. 기본적으로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윤재 전 비서관 의혹도 '깜' 되나

 

이제 이 사태는 변 실장 개인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노 대통령의 섣부른 예단, 합리적 의심을 일축해온 청와대의 오만한 태도가 낳은 결과이다.

 

변 실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해명을 했고, 청와대와 대통령은 그런 변 실장을 비호한 꼴이 되었다. 그렇다면 변 실장 개인의 사퇴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 전체가 대국민 사과를 하든,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든 해야 할 일이다.

 

아직 하나 더 있다. 노 대통령은 역시 '깜도 안 되는 의혹'이라고 했지만,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건설업자 김상진씨에게서 받은 2000만원은 합법적인 후원금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김상진씨의 청탁을 받고 정상곤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씨를 만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의심가는 여러 내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역시 '깜도 안 되는 의혹'인지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청와대·검찰, 국민이 보고있다

 

한 가지 더, 검찰의 늑장수사도 짚어야 할 문제이다. 동국대가 신정아씨를 고소한 지 50일이 지났다. 각종 비호의혹이 제기되었는데도 검찰은 그동안 참고인 조사조차 제대로 안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본격수사에 나서고 있다. 변양균 실장 연루 수사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은 정윤재 전 비서관 관련 수사도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여론에 떠밀려 사실상의 재수사에 나서게 되었다. 막상 수사를 해보니, 김상진씨와 관련해서도 이것저것 터져나오고, 정 전 비서관 부분도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의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던 두가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모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지적이 따르게 된다. 검찰은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그것이 대선정국 한복판에서 검찰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길이다.

 

임기말에 불거진 의혹들을 청와대와 검찰이 어떤 자세로 다루는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말기 바란다.


태그:#변양균, #유시민몰락, #신정아, #청와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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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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