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호공고 사태'를 바라보면서 생각났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말이란 양쪽 모두 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특히나 그렇습니다. 집값 상승 여부, 아이 학교 문제와 같이 개개인에게 있어 민감할 만한 부분이 있는 이슈는 정말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합니다.

<한겨레>에서 '동호공고가 이사한다'고 단신으로 보도했던 것을 <오마이뉴스>가 비중 있게 보도를 내보내고, 다수의 누리꾼들이 호응한 '동호공고 사태'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처음에는 시민들의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바이러스>가 보도한 기사에는 동호공고 학생들의 '누리꾼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이야기는 다수 있었지만, 반대편의 '남산타운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동호공고 학생들이 공부 못하는 실업계 학생이라는 이유로 더욱 동호공고가 없어지기를 바란다"거나, "슈퍼 주인을 비롯한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실업계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람 취급하지 않았던 일도 빈번했다"는 등 어떻게 보면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주의자들 정도로 보입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그런 보도를 보면서 "당신들(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믿을 수 없었기에 직접 가서 주민들의 반응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7일에 남산타운 아파트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 동호공고 가는 길 동호공고를 가는 길은 확실히 '힘들었'습니다. 초등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통학이 어려운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 심지blog.daum.net/simji1005

관련영상보기


인근 부동산업자, "동호공고와 집값은 별다른 연결고리 없다"

<오마이뉴스> 8월 29일자 기사 <우린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인가요? 폐교 위기에 처한 공고생들의 절규>에는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아파트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공고가 이전하고 초등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은 현재보다 10%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이 발언을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공고의 존재는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이들은 "동호공고는 아파트 건설 이전부터 존재했던 학교였고,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등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동호공고가 폐교되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이며, 단지 초등학교 유치를 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남산타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도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사태의 원인은 아파트 주민보다 애초부터 5150세대의 아파트를 1700세대씩 나누어 지어 '법망'을 피한 아파트 시공사(현대·SK·동아) 측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망'은 "3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는 의무적으로 초등학교를 건립해야 한다"는 법을 말합니다.

"남산타운 아파트가 건립될 당시, IMF 사태로 인해 주택보급 문제가 극심해졌을 때였다. 1700세대씩 나누어 지으며 초등학교 건립을 피하는 '편법'을, 2000세대가량의 임대아파트 건설을 매개로 정부가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남산타운 아파트 인근 부동산업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게다가, 초등학교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세대들이 사는 2000세대의 '임대아파트 주거자'나 26평형 주거자들이므로, 세대 비중이 큰 32평, 42평 아파트 주민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부터 초등학교 건립이 거론됐던 곳은 인근 아랫동네와 공원부지, 테니스 코트였지만, 각각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했고, 특히 테니스 코트는 '남산 종합권'이라 부지 선정 자체가 좌절됐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거론한 지역이 바로 '동호공고'였다는 것입니다. 이 부동산업자들에 따르면 "동호공고가 실업계 학교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문제 자체가 (편법으로 인해 건립이 안된) '초등학교 건립'"이라고 합니다.

부동산업자들은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인문계 고교를 원한다'는 보도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합니다. "초등학교 하나 지을 부지가 없어서 몇 년을 끌어왔고, 그래서 공고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무슨 인문계 고등학교가 들어서겠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기존 언론 보도와 반응이 사뭇 달라 당황스러웠습니다만, 어쨌든 이 부동산업자들의 주장은 "실업계 고교든 인문계 고교든, 그리고 초등학교가 건립이 성사되든 집값 자체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투기용이 아니라 주거용이며, 그중 임대아파트가 2000세대"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이 있는듯해 직접 방문했습니다.
▲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이 있는듯해 직접 방문했습니다.
ⓒ 심지blog.daum.net/simji1005

관련사진보기


"동호공고와 초등학교의 공존이 왜 안되느냐면..."

동호공고 측은 대안으로 '공고와 초등학교의 공존'을 제시했습니다. 대지가 6천평인만큼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마다 반응이 좀 다릅니다. 일단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환영'의 기류가 일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결정적으로 아파트 부녀회와 경비실에서 반대 의견을 제기했고, 이 '반대 의견' 역시 전체적으로 합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산타운 아파트'의 다수 의견이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부동산업자들은 "그럴 경우엔 학생들이 활용할 운동장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애초에 성사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의견은 '실업계 고교'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분명히 견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기자분이 특히나 딸 있는 아버지라면, 그런(실업계 고교와 공존하는 초등학교) 학교 보내실 수 있겠어요?"

학부모들의 반응에 비친 '동호공고'의 이미지는 확실히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 9월 5일자 기사 <동호공고생 아파트 단지 출입금지·범죄자 취급>에 비친, '슈퍼' 주인의 학생에 대한 지나친 행동(출입금지 처분, 2인 1조 한줄서기 구매 등)에는 분명히 학생들이 원인을 어느 정도 제공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동호공고 학생들은 "그런 아이들은 일부에 불과한데 우리 모두를 예비범죄자 취급한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오해가 깊이 작용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일반화를 합니다. 특히나 학교를 다니는 학생, 그런 경우가 더 두드러집니다. 왜, 학교 다닐 때도 우리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습니까? "너 하나의 행동이 학교 전체의 이미지를 먹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동호공고 학생들로서는 분명히 억울한 처사고, 기분 나쁠 수 있는 처사입니다. 상식적으로 슈퍼 주인은 그래선 안 됩니다.

하지만 슈퍼 주인은 "내가 괜히 미쳤다고 그랬겠나. 걔들 억울해하는 것 다 알지만, 나로서는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이 매일 연속이었기 때문에 손해와 스트레스가 컸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슈퍼 주인을 편드는 학부모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요.

학부모들은 실업계 고교 학생들의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보다는, '불량한 아이들이 많다'는 편견을 깊이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당했고 목격했다는 것이 그 편견 확신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고요.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공존'에 대해서도 부녀회 차원으로 반대의견을 보였던 것 같았습니다. 결국 이 학부모들은 "동호공고 보고 나가라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공존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세웠습니다.

"동호공고 이전"에 대한 목소리는 의외로 강하지 않았습니다.
▲ 남산타운 아파트 "동호공고 이전"에 대한 목소리는 의외로 강하지 않았습니다.
ⓒ 심지blog.daum.net/simji1005

관련사진보기


참고로 제가 이 기사로서 드러내는 저 반응들, 옳기 때문에 애써 노력해 표현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양측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걸린 일에는 양쪽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 요점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그간의 언론 보도와 제가 이 기사로써 표현한 요점을 잘 판단해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해결돼야 하는지, 궁극적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정말 생각해야 할 것, '실업계 교육 위기와 인식 전환'

'동호공고'가 현재 위치에 유지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사실 전국 어디를 가든 실업계 학교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습니다. '불량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인식도 있고, "불량학생들이 많아서 아이들 내보내기 불안하다"는 반응은 굳이 '남산타운 아파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디를 가든 자식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반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실업계 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것입니다. '대학만능사회'가 사회적 기류로 정착되고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이 판치면서 실업고는 '공부 못하고 불량한 아이들이 주로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나치게 굳혀진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일부' 실업계 고교 학생들이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경우보다 비율이 더 크다고 느낀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보다 더 많은 '선의의 실업계 고교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고, 제아무리 인문계 고교에 다닌다 해도 '양아치스런' 아이들은 어딜 가나 있기 때문에, 실업계에만 그 굴레를 씌운다는 것도 지나친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공교육 붕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실업계 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사실 실업계 학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고졸'이라는 최종학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면서 전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기술 전수보다는 '전문대학 진학'을 권하는 실업계 고교 교사들도 많다고 하죠. '대학만능사회'가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들입니다.

우리가 '동호공고 사태'를 통해 지적해야 할 궁극적인 요소들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이 앞서 이야기한 대로 주민들의 반응과 달라 취재하던 입장에서는 정말 대단히 당황스러웠는데, 어쨌든 중요한 요점 하나는 남습니다. '실업계 고교 학생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편견'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주목한 것은 바로 저 '편견'입니다. 우리의 고민은 이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는 것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안 좋은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인문계든 실업계든, 이런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나 교육당국이 분명한 대책을 세워야 '동호공고 사태'에서 엿보였던 '선의의 학생들'의 억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문대 진학' 등의 다른 길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넓어지고 본래의 의미를 잃고 '아르바이트'로 전락해버린 실업계 고교의 '현장실습' 등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도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실업계 고교가 시도했고 동호공고도 시도하고 있는 '특화고 변화'의 움직임은 주목할만한 일입니다.

전체 학년이 모두 체험학습을 떠나 아쉽게도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기존 언론 보도에서 충분히 비중있게 다루었다는 판단에 발걸음을 아파트 단지로 옮겼습니다.
▲ 동호공고 전체 학년이 모두 체험학습을 떠나 아쉽게도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기존 언론 보도에서 충분히 비중있게 다루었다는 판단에 발걸음을 아파트 단지로 옮겼습니다.
ⓒ 심지blog.daum.net/simji1005

관련사진보기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학 아니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필요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의의 학생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부 '불량 학생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제어하거나, 전반적인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인성교육'은 인문계든 실업계든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판단합니다.

결국 그 겁니다. '제2의 동호공고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느 한쪽만을 낙인찍기보다는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를 지향해 객관적으로 사태와 궁극적인 문제점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뿌리깊은 갈등을 억제하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호공고, #남산타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