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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자임한다. 그래서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 내놓은 공약이 747경제공약이다.

이 후보가 내세운 747공약은 앞으로 7%씩 성장하여, 10년 후 국민소득 4만 달러, G7 국가 진입에 이르겠다는 약속이다. 공약의 틀로만 보면 5년 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연상케 한다. 이회창 후보는 당시 연평균 6% 성장, 1인당 2만5000달러, G10 경제대국을 말했다.

두 이 후보의 공약이 유사해 흥미롭다. 여기서 유사하다는 것은 경제공약이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나는 지난 3월 "이명박 747 점보기의 항로는 재앙"이라는 제목으로 그 문제점을 언론기고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부실 경제공약을 지닌 이 후보가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747공약이 한국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면 환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747공약은 한국경제를 망칠 위험한 계획이다. 그의 747공약에 숨겨진 일곱가지 거짓말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거짓말] 10년간 7% 성장?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이 하던 얘기

10년간 한국 경제를 7% 성장시키겠다는 이 후보의 목표는 과연 가능할까?

그는 자기가 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 목표는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의 객관적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이 후보의 10년 연속 7% 성장은 '경제를 모르는' 소꿉장난 같은 약속이다.

여기서 잠재성장율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노동·자원 등의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그래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을 경우 경기가 과열되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놀랄 만한 과학기술의 발명으로 획기적인 생산력 증대방안을 만들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는 성장률을 떠벌리는 이가 있다면 모두가 사기꾼에 가깝거나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다.

최근 조세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KIET)·직업능력개발원·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제시한 향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4~5% 수준이다. 어떤 연구기관이나 기업연구소도 이 후보의 7% 성장률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가 6% 성장을 얘기하자 노무현 후보는 한단계 높여 7% 성장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지난 4년간 이룬 경제성장률 평균은 4.5%였다.

그가 지금 7%를 달성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을까? 천만에!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며 오히려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다. 이제 노무현은 알고 있을 것이다. 7% 성장률 공약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음을.

[두 번째 거짓말] 국민소득 4만 달러? 지난 7년간 서민은 행복해졌나

이 후보는 7%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루면 국민 모두가 잘 살 것처럼 이야기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 모두의 소득이 올라가야 진짜 좋은 일이다.

지금 우리의 국민소득은 2000년 1만달러에서 7년 만에 2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면 서민의 삶이 2배 나아졌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아우성만 높아가고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절반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되었으며, 농민들은 갈 데도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 후보가 '양극화'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것이 틀림 없다. 이후보는 양극화가 무엇인지 경제보좌팀에게 묻고 배우기 바란다.

그리고 이 후보가 진정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평균적 개념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양극화시대에 설명력이 취약한 총량적 수치를 말하기 보다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4만달러가 되어도 서민들이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거짓말] 10년간 7% 성장으로는 세계 7위 못 된다

이 후보의 747공약은 참으로 이해하기 난간한 공약이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본 산수계산 조차 숫자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혹 이 후보 주장처럼, 10년간 연 7% 성장을 이룬다 해도 한국은 세계 7위가 되지 못한다. 앞선 몇 나라가 스스로 몰락하여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한 말이다.

200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1위 국가는 미국이고, 우리가 관심을 갖는 7위 국가는 이탈리아로 원화 기준 국내총생산이 1800조원이다. 반면 한국은 현재 880조원이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880조원인 국내총생산이 연간 7%씩 성장한다면 10년 후 1800조원이 된다. 이탈리아가 앞으로 10년간 전혀 성장하지 않아아 우리가 공동 7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부터 7위까지 어떤 국가도 매년 최소한 1~2%의 경제성장을 이룩한다. 우리가 성장하는 만큼 그들도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보가 진정 7위를 하고 싶다면, 성장률을 보다 더 높게 불렀어야 했다. 747 점보기 숫자를 억지로 맞추기 위한 노력은 가상하나 그래도 산수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네 번째 거짓말] 매년 60만개 일자리? 이명박식 성장으론 일자리 없다

이명박 후보는 매년 7% 성장으로 6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만약 이 후보의 말대로 6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구체적 방안을 보는 순간 한숨이 나온다. 연 60만개 일자리 중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해 생겨나는 일자리가 40만개다. 이미 파탄난 대운하 사업이 일자리 방안의 핵심이었다니.

이 후보는 대운하 사업 외에 각종 투자활성화 조치를 통해 일자리 20만~30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법질서 확립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화, 공기업의 축소 및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융규제 대폭 완화 및 금융국제화, 법인세율 인하, 기술개발투자 촉진 등 이른바 '자본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들이다.

과연 이것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후보는 알고 있는가? 노사관계가 안정화된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공기업을 축소하고 민영화를 하면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든다. 노동자 10명 중 9명을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고용증가율을 둔화시킬 위험이 높다.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자본의 투기성만 높아져 안정적인 투자를 저해할 것이다. 법인세율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인하되었지만 기업의 낮은 투자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다섯 번째 거짓말] 이명박식 토건국가는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

이후보는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경제을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날 이른바 '이명박 수혜주'로 불리는 대운하 관련주들이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각종 건설관련 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SOC 건설이 확대되고, 부동산 규제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시에 반영된 것이다.

이후보의 747공약의 핵심은 대운하사업이다. 대운하사업이 지닌 핵심 문제는 멀쩡한 한반도 배를 갈라 사상 유례없는 환경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 있다. 심후보는 이미 "이명박 검증 1탄: 이명박후보가 대운하를 포기해야 하는 일곱가지 이유"에서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자세히 지적하였다. 이후보 진영 내부에서 조차 사업 포기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이후보는 각종 규제완화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노무현을 닮았고, 개발의 망령을 되살린다는 면에서 박정희를 닮았다. 노무현과 박정희, 서민경제를 내팽겨친 두 경제 모델의 최악의 결합이 바로 이 후보의 747이다

[여섯 번째 거짓말] 세계 어디서나 대접받는 국민? 어디서나 위협받는 국민

이 후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등 선진국 국민은 세계 어디를 가도 보호를 받는다면서 강한 한국이 되어 해외에서 지도국가의 국민으로서 대접받자고 한다.

어딘지 '성공신화'에 도취된 패권적 냄새를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면서 북핵 제거, 전시작전권 재협상 등을 거론한다.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위해 논의를 발전시키고,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후보는 아직도 남북관계를 발목잡는 의제에 연연하는 분단고착형 대북관에서 못나오고 있다.

그렇게 강한 국가가 되어 북한을 개방시키고,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힘을 자랑하면 우리 국민은 대접받고 안전할까? 아니다. 강한 국가 미국민은 세계 어디를 가도 안전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명박식의 강한 한국은 한국민을 처하지 않아도 될 위험에 노출시키게 될 개연성이 높다. 최근 벌어진 아프카니스탄 피랍사태의 교훈을 이후보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일곱 번째 거짓말] 금융규제 완화 경제 붕괴를 촉진할 것

이 후보는 747점보기를 이륙시키기 위하여 동북아 금융허브를 통한 금융산업 발전을 내세운다. 그 방안은 노무현정부가 그랬듯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금융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금융규제를 풀겠다는 이후보의 안이한 생각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확인되었듯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인 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시장 의존도가 큰 한국은 1997년에 버금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 후보가 그저 금융규제 완화, 금융허브 추진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으니 한심스러울 뿐이다.

이명박 후보는 알아야 한다. 혹 이후보의 747기가 찬란하게 이륙하더라도 금융세계화 폭풍 앞에선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후보는 냉혹한 국제금융 현실을 직시하고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한 금융세계화에 맞설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아예 경제에 대해 입을 다물든지.

태그:#심상정, #이명박, #747, #거짓말, #경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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