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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텔레비전에서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부부가 된 사람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일찍 사랑하여 결혼하였으나, 제대로 학업을 마치지 못해 대부분 단순 노동직이나 아르바이트 자리에 매달려 힘겹게 살더군요. 더구나 마치 무슨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보듯 그 젊은 부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못합니다.

캥거루족은 캥거루 새끼처럼 부모에 얹혀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니트족은 결혼하지 않고, 직업도 없으며, 일할 의지도 없는 실업자를 뜻합니다. 캥거루족이 의존하는 편이라면, 니트족은 아예 부모에게 의존하여 평생 얹혀살겠다는 것이지요.

원래 서구 선진국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청소년과는 달리 일찍 부모와 헤어져 독립하는 편이지요. 어떤 때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자기가 판단하여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동거합니다. 그래도 부모가 그런 과정에 간섭하지 못하는 것은 그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서구 선진국 젊은이들이 경제적 성인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제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되거나, 대학 수업료가 싸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감당할 수 있거나, 주택과 의료 제도가 잘 발달해 남녀가 일찍 만나 결혼해도 노력하면 가정을 얼마든지 꾸릴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듯 한국 부모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아들 며느리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그렇게 큰소리칠 만큼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바라지를 한다는 뜻입니다. 즉, 한국 젊은이들이 결혼하고도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회가 제도적으로 그 젊은 부부를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구 젊은이들보다 무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서구 선진국에서도 캥거루족과 니트족이 늘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습니다. 일본만 해도 결혼하지 않고 직업이 일정치 않은 젊은이가 이미 10년 전에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것은 그런 선진국조차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젊은이들이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거나, 주어진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해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한국 젊은이가 10대 후반, 20대 초에 결혼하고 한 번 해보자고 달려든다면 아주 대단한 일을 하는 겁니다. 캥거루족과 니트족을 단호히 거부한 셈이지요. 그러니 사회에서 애정을 두고 주택과 의료, 복지 제도를 기울여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때까지 힘껏 도와주어야 합니다. 젊은이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 것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선택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사회입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부천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캥거루족, #니트족, #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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