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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대운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었고, 그 망상을 공약으로 들이미는 과정에서 숱하게 많은 억지 주장과 거짓말이 드러났으며, 결국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상 이 후보는 국민을 현혹하고 기만하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겸허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는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철저하게 한나라당 경선용으로 디자인된 공약이다. 한마디로 정책적 거짓말과 정치공학적 술수의 합작품이다. 이명박 후보의 조직적 취약지역인 영남 지역의 득표를 위해 대규모 개발공약 꾸러미를 대운하라는 하나의 끈으로 엮은 것이 대운하 공약의 시작과 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대운하는 한나라당의 절반도 동의하지 않았다. 한나라당도 설득하지 못한 공약을 대한민국에 들이미는 것은 무책임한 억지일 뿐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정치공학과 거짓말로 디자인된 허황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용서받기 어려운 국민 기만행위다.

한반도 운하를 보는 국민 여론은 이 후보에 우호적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반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 신문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는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다가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한반도대운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한반도대운하가 이 후보의 향후 대권 가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는 물론이고 이 후보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지냈던 차명진 의원도 최근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차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반도대운하는 국민의 경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한반도대운하를 고집하는 사람은 이 후보와 이 후보를 추종하는 세력들뿐이다. 이들은 한반도대운하의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단순히 득표 전략의 하나로 이 무모한 망상을 국민들에게 불어넣고 있다.

이 후보는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동안 그의 행적과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후보에게도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 의지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설령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한반도대운하는 구체적인 검토 단계에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계속해서 말을 바꿔가며 논점을 회피해 왔다.

이 후보는 다음 일곱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제 국민 앞에 대운하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1] 운하에서 시속 13km? 불가능하다

벌써 해묵은 논란이 됐지만 이 후보는 한 번도 운송 속도에 대해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대운하의 운송속도가 시속 30km까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부운하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 마인도나우운하의 운송 속도가 시속 13km다. 경부운하는 마인도나우운하보다 지리적 여건이 훨씬 나쁘다. 유량의 차이가 큰데다 지천이 많아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사와 굴곡도 더 심하고 갑문도 19개나 된다. 어떻게 속도를 높이겠다는 말인가?

대운하의 길이는 550km. 백 번 양보해서 독일과 같은 시속 13km를 적용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시간이다. 여기에 하역과 갑문 통과,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하면 112.4시간이 소요된다. 남해안과 서해안을 타고 돌아오는 연안해운을 이용할 경우 61.5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경부운하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연안해운보다 이틀 이상 더 걸린다는 이야기다.

거칠 것 없는 넓은 바다를 달리는 것과 19개나 되는 갑문을 통과하면서 구불구불한 운하를 따라 산을 넘어가는 것, 어느 쪽이 더 빠를까. 이 후보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연안해운보다 충분히 빠르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바다를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린 운하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건설할 필요가 있을까.

▲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2] 대운하 경제성? 없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류비용이 연간 최대 4조5천억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용 대비 수익, 이른바 BC계수가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고 넘지 못하면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는 경부운하의 BC계수가 1은커녕 0.5도 안 된다는 결론이 대부분이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산업파급 효과에 유지관리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후보 진영 학자들의 전망도 모두 제각각이다. 노창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4조5천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3636억원, 이상호 세종대학교 교수는 1294억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이들의 주장은 애초에 기본 가정부터 잘못돼 있다. 곽 교수는 도로 운송의 80%를 운하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고 노 교수는 수도권 화물의 50%가 부산항에서 들어온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50%면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인 24.6%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곽 교수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1TEU 기준으로 35만원씩 물류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인천까지 연안해운의 운송비용은 31만8438원이다. 그런데 곽 교수는 이를 14만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연안해운과 비교해도 운송시간이 훨씬 더 긴데 어떻게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게다가 연안해운보다 선박의 크기도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

경제성 논란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이 후보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24시간 만에 올라올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비롯한 온갖 장밋빛 전망은 그때 가서야 논의할 수 있다.

[3] 물동량 증가? 현실성 없다

이 후보는 대운하를 경부고속도로에 비유한다.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고 물동량이 없어서 부자들이 자가용 타고 놀러 다니는 데나 쓸 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는 이야기다. 경부운하도 지금은 반대가 많지만 2020년까지 지금보다 물동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수용하려면 운하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후보는 물동량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반도대운하를 이용할 사람이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운하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비용이 15만원밖에 안 된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도로운송은 48만9804원, 연안해운은 31만8438원이다. 이 후보는 이 비용을 어떻게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인가. 물류비용을 충분히 줄이지 못한다면 물동량도 없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 후보는 부산항의 수도권 물동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거나 일부러 숨기고 있다. 2001년의 경우 부산항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화물 처리 비율이 69.7%였는데 2005년에는 52.8%로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중국의 성장에 발맞춰 서해안에 잇따라 새로운 항만이 들어서고 부산항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 운송의 66.3%가 수도권과 광역단체 내부 물량이고 그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한반도대운하는 육로는 물론이고 연안해운보다 더 느리고 운송비용은 훨씬 더 든다. 게다가 보와 갑문이 많아 하루에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배가 20척도 안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대운하는 백두대간의 물줄기를 다 파헤쳐놓고 정작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훨씬 더 느리고 비싼데 도대체 누가 이 운하를 이용한단 말인가.

[4] 중동에 골재 팔아 재원 조달? 중동 가는 기름 값도 안 나온다

이 후보는 아직까지도 골재를 팔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동에 골재 수요가 많아서 난리이므로 안 팔리면 내가 중동에 갖다 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색하고 답변을 부탁한다. 한강의 모래를 중동까지 싣고 가서 팔 수 있나. 전문가들은 모래나 자갈의 경우 가격 대비 물류비용을 감안해 반경 100km를 넘어서면 경제성이 없다고 말한다. 모래 가격보다 물류비용이 훨씬 더 들지 않을까.

운하 건설 과정에서 채취하는 골재를 1㎥에 1만원씩 8억3432만㎥를 팔겠다는 게 이 후보의 계산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모래 수요가 1억㎥도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개발가능 골재량과 채취가능 골재량의 차이도 있다. 건설교통부 자료를 기준으로 채취가능 골재량을 다시 계산하면 2억~2억8천만㎥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의 계산은 3배 가까이 부풀려져 있다.

이렇게 캐낸 자갈과 모래를 모두 팔 데가 없을뿐더러 생산이 넘쳐나면 판매 단가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중동에라도 가져가 팔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운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1㎥에 6천원 정도밖에 안 남는다. 이 후보는 골재의 양을 3배 가까이 부풀렸고, 운송비용을 감안해 계산하면 골재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5배 가까이 부풀렸다.

이 후보에게 묻고 싶다. 자갈과 모래를 중동까지 가서 팔려면 물류비용을 감안해 1㎥에 얼마씩 받아야 하는가.

▲ 경북 칠곡군 낙동강변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김병기

[5] 강변여과수로 먹여 살린다고? 물 배급받는 나라 만들 생각인가

이 후보는 그동안 운하를 만들어도 한강이나 낙동강의 식수원 오염 문제는 걱정할 것 없다는 태도를 고집해 왔다. 강바닥의 쓰레기를 제거해 오히려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식수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강변여과수를 들고 나왔다. 수질이 나빠지더라도 강변여과수를 식수원으로 쓰면 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강 식수원을 팔당댐에서 양수리로 옮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제는 이런 대안이 지난 몇 달 사이에 즉흥적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데 있다.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한강과 낙동강의 물을 먹고 산다. 그런데 이 후보는 운하를 만들어도 식수원이 오염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언젠가부터 은근슬쩍 접었다. 대신 강변여과수니 취수원 이전이니 하는 임기응변식 대안을 들고 나왔다. 강변여과수는 수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하루 1300만톤이나 되는 서울과 경기도 식수원을 조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양수리로 취수원을 옮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식수원 오염을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강변여과수나 취수원 이전이 그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강변여과수로 전체 국민의 3분의 2를 먹여 살릴 생각인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6] 공사기간 4년 동안 식수 없이 살아야 한다

이 후보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피하고 있다. 최소 4년이라는 공사 기간 동안 한강과 낙동강의 식수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준설할 때 오탁수가 생기지 않는 공법이 있다"고만 답했을 뿐 갑문과 수중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갔다.

독극물을 실은 배가 침몰할 경우 수질 오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 나온 배는 전복되고 충돌돼도 오염물질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답변했고 "운하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며 "오히려 운하가 수질을 더욱 좋게 만든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민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등 믿을 수 없는 주장도 남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지난달까지 40만개라고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 70만개로 늘어났다. 민자 유치의 적자 논란에 대해서도 "하면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7] 대구와 광주로 배가 들어간다고? 섬진강과 영산강에 가보긴 했나

가장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운하를 만들고 나면 상수원 지역 규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 후보는 "취수방식이 직접 취수에서 간접 취수로 바뀌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수원 보호 규제는 상당 부분 불필요하게 된다"며 "더 맑은 물을 공급하면서 점차적으로 규제를 풀어 지역 주민들의 숙원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상당 부분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다. 심지어 "대구와 광주를 세계로 열린 항구도시로 개발한다"는 믿을 수 없는 주장도 늘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항에서 자동차를 실은 배가 중국으로, 대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배가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섬진강이나 영산강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가봤다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심상정 기자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자 대선 예비후보입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정책검증을 시리즈로 이어갈 생각입니다.


태그:#심상정, #이명박, #대운하,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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