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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집회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 차예지
"결의안 채택이 끝이냐구요? 끝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의안 채택 후 모든 것이 끝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강주혜 사무처장은 이렇게 답했다.

30일 오후 12시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후 처음 맞는 정기수요집회가 열렸다. 수요집회는 지난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된 이래 이날로 772회를 맞았다.

이번 수요집회에서는 결의안 통과를 맞아 고등학교 학생들과 시민단체, 프란치스꼬 수녀회,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 등 여러 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 날 집회는 결의안 채택으로 인해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수요집회를 지켜보던 미국인 에리카 갓프레드슨씨. 갓프레드슨씨는 미국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잘 모른다. 몇몇의 NGO단체 사람들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갓프레드슨씨는 미국에 있을 때 여성의 인신매매와 성착취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3년 동안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위안부는 계획된 끔찍한 강간"이라며 "일본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강주혜 사무처장은 경과보고에서 "할머니들의 문제는 이제 아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여성의 인권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이제는 일본이 더 이상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국제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앞장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결의안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 결의안이 채택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강 사무처장은 "네덜란드계 호주인 위안부인 얀 할머니가 오는 8월 15일에 호주 상원의원 모임에서 증언을 해 호주에서의 결의안 채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 증언을 갔던 이용수 할머니가 새벽까지 잠도 자지 않고 언론에 문제를 호소하고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촉구했다"고 전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어 참가한 미국인 에리카 갓프레드슨 씨
ⓒ 차예지

▲ 집회에 참가한 할머니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차예지
강 사무처장은 "오늘 같이 즐거운 날 웃는게 필요할 것 같다"며 다같이 큰소리로 웃을 것을 즉석에서 제안했고 참가자들은 모두 약 5초간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참가자들은 "일본정부는 미국 결의안을 즉각적으로 수용하라", "일본정부는 당장 피해자 앞에 사죄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의 공동대표인 경희대 총여학생회장 조이미진씨는 "후손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에게 후원을 호소했다.

군포고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학생들 두 명과 함께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며 여성과인권 박물관 건설 기금을 모금한 '인권항아리'를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

일본 사민당 도야마 지역 대표인 오가다 의원은 집회에 참석해 "오늘 오전 정대협에서 비디오를 보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느꼈다"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가다 의원이 "위안부 일은 역사적으로 절대 지울 수 없는 일로서 일본인으로서 부끄럽다"며 "아베 수상은 미국의 부시에게 사죄한 모양인데 여기서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가다 의원은 "할머니, 열심히 싸워주십시오. 우리도 일본땅에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라고 발언을 끝맺었다.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보고만 있었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개인이나 국가는 실수하거나 잘못할 수 있지만 용서와 화해를 위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일본은 형제국가나 다름 없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용기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감추지 말고 이제라도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제772차 수요집회 성명서는 한양대와 경희대의 총여학생회장 두 사람이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위안부 결의안의) 단비 같은 소식을 환영한다"며 "전시 성폭력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이 땅의 여성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일본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집회는 할머니들이 '일본군위안부 문제 완전해결'이라는 글씨를 페인트로 칠하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다음 주 수요집회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각국의 여성 폭력 문제를 다루는 '세계공동행동주간'의 선포식이 열린다.

수요집회에 참가한 김지현(18·영신여자실업고등학교 2학년)양은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집회가 열리는지는 몰랐다"며 "국사 선생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직접 나오고 나서 결의안 통과와 위안부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 많은 사람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했다
ⓒ 차예지

▲ 한 집회 참가자가 일본을 비판하는 그림이 그려진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차예지

덧붙이는 글 | 차예지·최재인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위안부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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