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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국장은 "이랜드의 이번 대량해고는 까르푸의 매각당시 문서로 보장했던 고용승계 내용마저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40년동안 노동운동을 해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아마 세계 노동운동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솔직하게 이번에 해고된 사람들의 임금이 얼마나 됩니까. 듣기로는 거의 대부분 저임금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라고 하는데…."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Commerce)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얀 국장은 이어 "이랜드의 이번 대량해고는 까르푸의 매각당시 문서로 보장했던 고용승계 내용마저 무시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현재 까르푸 본사 쪽에 구체적인 계약 내용 등을 재확인해 놓은 상태이며, UNI 차원에서도 회사와 한국정부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매각당시 문서로 보장한 고용승계마저 무시했다"

▲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국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9일 이랜드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얀 국장은 국제산별노동조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의 상업서비스분과를 맡고 있다. 스위스 리온에 본부를 두고 있는 UNI는 전세계 사무직 노동자 1500만명이 가입돼 있다. 이 가운데 상업서비스 분과에는 500만명의 호텔유통 등의 서비스노동자가 있다.

특히 UNI는 지난해 까르푸가 이랜드그룹으로 매각될 당시, 프랑스 까르푸 본사와 매각과정에서의 고용부분에 대해 협의를 나누기도 했다.

얀 국장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이랜드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면서도 강한 어투로 밝혔다.

까르푸의 한국 철수과정에서의 내용에 대해 좀더 물었다. 그의 말이다.

"까르푸가 작년에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을때, UNI 차원에서 까르푸 본사에 2가지를 요구했어요. 하나는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월마트는 알다시피 무노조 경영을 하면서, 대량해고 등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곳이예요. 또 하나는 (한국 까르푸) 매각 때 매장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얀 국장은 "까르푸 본사 쪽에서도 UNI의 의견에 공감했고 동의했다"면서 "이같은 내용이 회사와 노조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에 명시됐고, 이랜드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까르푸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4월께 까르푸와 노조는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18개월이상 근무한 계약직 조합원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해고를 통한 이윤추구가 이랜드의 '도덕 경영'인가"

얀 국장은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등을 둘러본 후, "40년동안 노동운동을 해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아마 세계 노동운동사에서도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랜드 쪽의 경영상 어려움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대량해고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얀 국장은 회사 쪽에서 경영상의 이유 때문에 대량해고를 한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회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량해고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그대로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그는 "유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대량해고로 이마트 등 다른 경쟁업체와 경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부분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는 일을 하는 이들이 회사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나. 소비자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랜드 스스로 도덕적 경영을 해왔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이런 방식의 해결이 과연 도덕적 경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등 제3자가 개입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선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다시 그의 말을 들어보자.

"3년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 수백여명을 한꺼번에 해고를 하는 회사에 대해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이는 이랜드라는 회사만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 문제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이든, UNI 등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해고부터 철회해야... 비정규직 법도 보완되어야 한다"

▲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국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UNI 차원에서도 이랜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랜드 사태가 터진 후에 UNI 한국지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들었다"면서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을 비롯해 회사쪽에 UNI 차원의 항의 서한을 2차례에 걸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얀 국장은 또 "이번 방문 기간 중에 회사 쪽 책임자와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지만, 회사 쪽에선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 쪽"이라고 비난했다. UNI는 이밖에 한국정부 쪽에 대해서도 이랜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도 전달했다.

또 UNI 차원에서 현재 상암동 월드컵점 등에서 농성하는 노조에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인도적 차원에서 재정적 지원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UNI 본부는 뉴코아와 홈에버 노조의 장기 농성에 대비해 1만5000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얀 국장은 이랜드 사태의 해법으로 회사의 해고철회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쪽에서 우선 해고 철회가 이뤄지고, 노조와 진지한 협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정부도 법 집행 과정에서 단호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회사쪽의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아닌가"라고 얀 국장은 말했다.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의 보완도 당부했다. 그는 "현행 법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면 하루빨리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는 한국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도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태그:#이랜드 사태, #비정규직법, #얀포르스탠보리 UNI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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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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