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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 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 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녕하세요, 새로운 잡지를 창간하기 위해 애쓰시는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여러분.

전 매우 평범한 삶을 사는 소시민입니다. 그냥 하루하루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숨이 벅찬 비루한 생활인입니다.

늘 '바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술만은 쉬지 않고 꾸준히 '장기복용'하고 있으니, 아마도 여러분께서 심상기 회장 집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을 바로 그 시간에 저란 인간은 어느 술집에서 시시한 농담이나 늘어놓으면서 술이나 켜고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전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응원군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또 '진품' <시사저널>의 열렬한 애독자였다고 할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전 이 글을 통해 위선을 떠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무겁습니다.

<시사저널> 사태가 남 일 같지 않은 이유

그런데 그 여러 번의 번민 끝에 그래도 제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우연히 본 MBC 'PD수첩'을 통해 <시사저널> 사태를 알게 되었을 때, 얼마 전 전철 가판대에서 본 <시사저널>이 어째 <월간조선>과 비슷해졌나 하고 의구심이 들었던 게 풀리면서, 종국에는 분한 감정에 양 볼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던 것도 한몫 했지만(아시죠? 한 잔 하면 감정이 격해지는 거), 그 다음날 생각해 보니 그게 전혀 남의 일이 아니었다는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음악에 관한 칼럼을 쓰는 것을 본업으로 해왔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음반 관련 리뷰를 음악 전문지에 기고하면서 살았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정확히 말씀드리면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 잡지에 실린 제 글이 원래와는 다르게 첨삭되거나, 편집부의 청탁에 의해 썼는데도 게재되지 않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제가 맡은 칼럼이 음반사의 광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가면 그 다음 달 광고에서 잡지사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잡지사는 '매체는 공정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등에 업고 어느새 음반사(광고주)의 보도자료 혹은 광고 전단을 만들고 있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광고가 우선인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오히려 핀잔을 줍니다.

더욱이 음악잡지 운영이 어렵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 왜 철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동료 평론가들에게 간접적으로(보통 '뒷담화'라고 하죠)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내력(심근경색)의 징후마저 느끼게 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10여 년 간 해오던 이 일을 정말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더 열심히 싸워주십시오, 보여주십시오

전 이러한 세태가 바로 여러분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문제이고 또 여러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그 영향이 아주 사소한 음반평론마저도 이 지경인데 예민한 사안을 다루는 여러분들의 어려움이란 얼마나 크겠습니까?

하지만 여러분이 떠안고 있는 문제가 무거운 만큼 여러분의 건투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염치없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자본만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멋진 시사 잡지가 꿋꿋하게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저희들에게 보여주십시오. 물론 저 역시 열심히 읽으며 응원하겠고 또 그 방식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꼼꼼히 배우겠습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고 싶어 편지를 썼지만 정작 제가 힘을 얻어가는군요. 요즘 제 기분이 점점 더 우울해져만 가는데 여러분들의 꿋꿋함을 보며 저도 힘을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덧붙이는 글 | 황덕호 기자는 음악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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