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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7월 10일 마사이족 기사(위)와 7월 17일 기사.
ⓒ 오마이뉴스

7월 10일 <오마이뉴스>의 메인면에서 기사를 읽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몸짱 부인 22명과 사는 남편'이라는 기사의 제목이 원인이었다. ''몸짱'이라니 아프리카 여성들의 건강미를 일컫는 건가, 좋은 의도인가 보다' 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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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부인 22명과 사는 남편

그런데 기사 본문을 읽으니 여자의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 몸값을 주고 받고 유지되는 일부다처제가 꽤 다사롭게 그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아프리카를 탐험하는 필자가, 마사이족 전사들의 기상을 전해주는 기사 자체는 흥미롭고 기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어쩐지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난 17일 또 다시 '마사이족에 노예가 없는 이유'라는 기사가 걸린 메인 면을 보았다. 참 이상했다. 우리는 흔히 법적·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신체적 구속을 받는 자들을 가리켜 '노예'라고 부른다. 몸짱 부인 22명을 한 명당 지참금으로 소 5~20마리씩 주고 사와서 데리고 사는 마사이족 남자는 바로 여성 노예제의 착취자가 아닌가.

'몸짱 부인 22명'에 이어 '노예가 없는 이유'라니, 아프리카 지역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일상적인 폭력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닐까. '노예'라니 조금 심한 말이라고? 마사이족의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굳이 '노예제'라고 명명하는 것은, 부족의 전통으로 굳건히 남아 있는 '할례' 때문이기도 하다.

'할례'는 여성의 성기를 자르고 족쇄를 채우는 관습

▲ 여성할례를 설명하는 사진 (MBC 'W', 왼쪽)과 마더링 사이트 활동가의 여성할례 관련 활동일지 중 케냐의 지도.
ⓒ MBC·Mothering
'몸짱 부인…' 기사에 '전통'으로 등장한 여성할례는 'FGM/FGC(female genital mutilation/cutting)'로 불리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여성 성기 절제'이다.

이는 소독되지 않은 면도칼·쇠꼬챙이·톱(때로는 이빨) 등으로 여성의 외음부를 잘라내는 민간시술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클리토리스를 자르거나 태워버린 다음, 외음순을 모조리 잘라내고 아주 작은 구멍만 남겨두고, 아직 아물지 않은 질의 9/10을 꿰매버리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에는 소녀들을 위한 특별한 할례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소녀가 10세나 11세가 되면 개미를 붙인 막대를 성기 안에 집어넣어 살을 뜯어먹도록 한다. 적당한 간격으로 더 많이 뜯어먹을 수 있도록 새로운 개미를 집어넣기도 한다.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전통·종교의례'라는 이름으로 계속할까. 처녀의 정숙을 강제하기 위한 일종의 '정조대'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렇게 봉합한 아내의 성기의 실을 뜯고 성교할 권리를 갖는다. 성기절제를 당한 여자는 영원히 성적인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

"아프리카 국가의 사람들은 4000년이 넘도록 여성의 성기를 절제해 왔다. 코란에도, 성경에도, 알라 신을 위해서 여성의 성기를 자르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강요하고 장려한 것일 뿐이다. 남자들은 할례를 받은 아내를 원한다. 엄마들은 그 요구에 응하여 딸들에게 할례를 받게 한다.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355쪽)"

▲ 여성할례 반대 캠페인 포스터.
아프리카계 미국인 앨리스 워커는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라는 소설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주인공 타쉬의 언니는 할례를 받다가 어린 나이에 죽었고, 그 지역 여성들은 모두 성기절제로 인해 '특유의 전통대로' 발을 질질 끌며 걷는다.

미국에 건너와 정신상담을 받던 타쉬는 결국, 마을에서 가부장제에 봉사하며 여자아이들의 성기를 절단했던 노파를 살해한다. 수많은 여아들의 성기를 절제했던 노파는 '아프리카 전통의 수호자'이자 '전사들의 어머니'로 추앙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고발하는 또다른 책으로는 위에서 인용한 <사막의 꽃>도 있다. 현재는 성공한 모델이자 유엔의 인권대사로 활동 중인 와리스 디리가 쓴, 일종의 생존기다. 와리스 디리는 친언니와 사촌언니 둘을 성기절제로 인해 잃었다. 본인 역시 성기절제를 겪고 열네살 나이에 낙타값을 받고 팔려갔다. 아버지가 돈 몇 푼에 늙은 영감에게 그를 판 것이다. 그의 책 속에는 분노로 가득찬 절규가 있다.

"종종 미국 내 아프리카 교민 사회에서는, 돈을 모아 집시 여인과 같은 시술자를 멀리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소녀들을 한꺼번에 시술한다. 그게 어려울 때는 식구들이 손수 일을 처리한다. 뉴욕시의 한 남자는 이웃들이 비명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스테이크를 자르는 칼로 딸의 성기를 잘랐다고 한다. (<사막의 꽃> 342~344쪽)"

여자는 관습적, 법적으로 남자의 소유물에 속한다. 와리스 디리는 부족 간의 전쟁, 여성할례가 남성들의 자존심과 이기주의, 공격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두 가지 다 남자들이 자신의 영역과 소유물에 집착해서 생긴 결과라는 말이다.

"남자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자들이 진정하고 세상을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여성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사막의 꽃> 352쪽)"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소녀들을 돕는 아그네스

▲ MBC 'W'에 방송된 여성할례 관련 영상들.
ⓒ MBC
아프리카 여성의 대부분인 약 1억3000만 명의 여성들이 여성 할례의식을 받았으며, 할례 받은 여성의 수는 매년 2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사이족이 속한 케냐에서는 2001년 이후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케냐를 포함해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성기절제로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할례시술 도중에 과다한 출혈로 사망한 여성도 있으며, 시술 과정에서 칼 등의 도구가 오염된 채로 사용되는 것이 원인이 되어 파상풍을 비롯 HIV에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를 제지하기 위한 일각의 노력도 있다. 아프리카 인권위원회소속으로 30년 째 할례 반대운동의 중심에 서고 있는 올라잉카씨와 루기아투 투레씨의 노력이 2006년 MBC 'W'(장유진 PD '아프리카 여성 할례' 편)'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루기아투 투레씨는 공개적으로 이 전통에 반대해온 이 사회 구성원 중 유일한 사람이다. 소녀의 할례를 멈추기 위해 혼자 111여개가 넘는 마을에서 온 400여명의 집도인들을 교육시켰다.

루기아투가 가르치는 많은 여자아이들은 5살 이하로 이들은 이미 집도인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단 몇 년 후면 이 여자 아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른 여자아이들을 자르는 칼을 손에 쥐게 된다고 한다. 할례로 인해 죽을까 두려워한 소녀들은 '프리 타운'으로 도망나오고 있다.

▲ 마사이족 출신으로 여성성기절제를 반대하는 활동가 아그네스 파레이요
ⓒ mothering
마사이족 출신의 활동가 아그네스 파레이요도 있다. 2002년 4월 9일 이브 앤슬러(<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저자)와 함께 케냐 여성들을 위한 '브이데이 세이프하우스(V-Day Safe House)'를 오픈했다. 억지결혼과 성기 절제를 피해 도망나온 여성들을 위한 피난처다.

'가족생활과 좋은 부모되기'에 대한 미국 잡지 <마더링(www.mothering.com)>의 한 활동가 캔다스 월시는 이 피난처에 찾아가 아그네스 파레이요와 도망친 소녀들을 만난다. 그의 글에서 10살짜리 소녀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아빠는 내가 할례받길 원했죠, 엄마는 내 맘대로 하길 원했어요. 아빠는 내가 결혼하기를 원하고, 할례는 좋은 결혼을 위한 과정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할례하기를 주장했죠. 엄마와 아빠는 큰 싸움을 했고, 나는 아그네스에게로 피신했어요. 갈 수 있는 안전한 곳이니까요. 아그네스는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어요. 아빠는 와서 날 데려갈 수 없죠, 그래서 말할 뿐예요 '내가 그 여자를 죽일 거야.' 아그네스는 '문이 어딘지 안다면, 시도해야 한다! 반드시 내게 와야해'라고 말했었어요."

덧붙이는 글 | 이들을 지원하는 관련 사이트 모음입니다. 사이트를 클릭하면 곧장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www.equalitynow.org
☞ 여성성기절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풀뿌리 활동가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www.fgmnetwork.org
☞ 여성성기절제 (근절) 교육과 네트워크 프로젝트. 관련 자료 수록

www.Pactworld.org
☞ 여성성기절제를 없애기 위해 투쟁하고 운동하는 공동체들에 대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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