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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soonchan
국내 출판계에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역사 저술작가를 찾노라면 우리는 주저 없이 이덕일(45)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는 ‘자기 이름을 내건 책’만으로 국내 출판계 ‘신기록’을 세우며 오늘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인디 라이터’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인디 라이터는 매달 꼬박꼬박 급여를 받는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아니면서 인문·사회·과학 분야 등에서 오직 글만 써서 생활해야 하는 독립저술가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불안정하거나 고달픈 경우가 많다.

독자들은 이씨가 세운 신기록의 내막을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수치’나 ‘키워드’로 설명해 주길 원할 것이다. 좋다, 당사자를 찾아가 직접 들어보자.

폭발적인 인기 속 한국사 연구의 새 지평 열어

대중 매체들은 한때 이덕일을 이야기하면서 꽤 흥미로운 숫자들을 갖다 붙이곤 했다. 책 표지에 이덕일 이름만 붙여도 기본 5만부 판매, 데뷔 10년 동안 쓴 30여 권의 책 대부분이 베스트 대열에 진입.

1999년에 나왔던 <누가 왕을 죽였는가>를 고쳐 쓴 <조선왕 독살사건>이 나온 지 7개월 만에 이미 10만부 넘게 팔렸고, 종합 출판사인 김영사의 '빅4' 필자 중 한 사람, 지난해에만 인세 수입 2억원, <조선최대갑부 역관> 한 권만으로 한 달 1600만원 수입….

'인문 교양서의 사망설'마저 나도는 이 엄혹한 시절에 역사서가 10만 부 씩이나 팔렸다는 것 자체가 '특종'감이다.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의 신화를 이뤄가는 동안에는 판매부수가 늘어나 지금은 한 달에 1만5000부가 팔리고 있어 올해 안에 20만 부의 '신화'마저 이뤄낼 태세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성공한 글쟁이로 만들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의 책 쓰는 기본 자세는 '문사철(文史哲)의 통합'

요즘 글 쓰는 사람들 중에 문학가들은 역사 지식이 없고, 역사학자들은 문장을 모르거나, 철학자들도 문장과 역사가 따로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옛날 선비들이 그랬듯이 문학과 사학과 철학 즉, 문사철을 일체화하며 내공을 쌓아야 제대로 된 인문학자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가난 때문에 제때 대학 가는 것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동년배들에 비해 4년이나 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한국 사학계 사상 최단시일에 받은 박사학위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학위로 보면 '단박에' 동년배들을 추월해버린 셈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의 오랜 습관이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제 시간에 출근을 해서 퇴근하는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야근도 하며, 집에 일을 싸가지고도 간다. 가끔씩 술 마시는 시간을 빼고는 글을 쓰거나 공부에 매달린다. 원고 마감일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작가로도 정평이 났다.

"인문학 전문 대학원 설립하여 올바른 역사학자 키워낼 것"

이덕일은 누구?

숭실대학교 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실과 강단이라는 공간적 한계와 전문연구서라는 매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열린 가슴으로 역사 연구의 성과를 대중과 함께 나누는 작업을 시도하여 한국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가 쓴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1·2>는 우리 사회가 어떤 역사서를 원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책으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수많은 논쟁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의 목표나 초점이 민생 쪽에 맞춰진 개혁파들이 진짜 개혁가들이었음을 강조한다. 역사상 우리가 기억하는 개혁 정치가 중 정도전이든 조광조든 정약용이든 이들의 공통점은 민생개혁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그는 <월간중앙>을 통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나라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진작에 맥을 짚어낸 사실을 밝혔다.

한국의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한국영토를 차지하려는 동북공정의 목적 중 하나는 만주지역을 자신들의 기지로 만들어 '북한지역에서 기득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임을 처음으로 제기한 역사학자였다. 그는 이제 순수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이해하는 일이 절실하다고도 덧붙인다.

미래사회는 대중을 움직이는 전문가가 모든 것을 주도해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인 그는 오늘도 대중에게 역사지식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학문적 깊이와 지적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인간 중심의 역사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인기작가로 떠오른 그에게 연구소의 미래 구상을 밝혀달라고 했다. 인문학 전문 대학원을 설립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이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문학의 필요와 수요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태그:#이덕일, #역사학자, #동북공정, #가순찬, #아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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