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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프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사소한 물건 하나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선택이 그물처럼 얽혀 개인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후회가 남지 않을 선택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현명하거나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갈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길이 나에게 최선인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김신명숙의 선택>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심리치유에세이라고 하면 좋을까? 우리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을 돌아보게 된다. 책은 하나의 문제를 놓고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막 대학원에 입학한 여성의 남자친구는 복학생에다 결혼은 남의 일로 여기는 사람이라 낙태는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그 후 마음에 남은 상처를 치유할 길 없어 보이는 여성은 살아있는 생명을 자신의 의지로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피임을 제대로 못한,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한 데 대한 상처가 컸다. 남자친구도 미안해 하지만 자신이 겪는 고통의 10분의 1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만약 남자들이 피임에 대해 철저한 공동책임 의식을 갖고 여자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포기할 줄 아는 양식을 가졌다면, 폭력적 섹스가 사라지고 성행위의 주도권을 '임신하는 몸'을 가진 여자들이 가지고 있다면, 공식적 발표만으로도 한 해 34만여 건에 이른다는 낙태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누구도 '순결을 지키지 못해 낙태를 자초했다'는 식으로 당신을 힐난할 권리도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성인인 님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자유로운 주체니까요. 오히려 시대착오적 순결 이데올로기가 여자들로 하여금 '성 경험이 많은 여자'로 몰릴까봐 철저한 피임 준비나 요구를 못하게 해 원치 않는 임신을 부르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요? - 126쪽


세상에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을 여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사랑의 결실로 세상에 태어나야 할 아기가 축복은커녕 뱃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참혹한 일이 한 해 그토록 많이 일어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엄마와 아이는 물론, 남성에게도 슬픈 일이지만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수술을 받는 당사자일 것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과 그릇된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일만이 더 이상 낙태로 인해 몸과 마음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들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낳지 않을 아이라면 만들지 않아야 한다. 생명을 두고 실수 어쩌고 하는 일은 정말이지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이 부담스럽고 두렵다?

오래 사귀어 온 남자친구가 있고 내년이면 서른이라 결혼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가지만 결혼하기 두려운 여성이 있다. 결혼 후 있을 아이문제, 시가문제, 가사노동 문제 등이 여성에게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던져질 거라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다는 여성의 고민은 결혼 전 대부분의 여성이 생각하는 일이다.

저자는 평등하고 행복한 결혼을 위해 혼전계약서를 함께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사실 결혼 전에 혼수를 보러 다니느라 분주하게 보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혼전계약서에는 주택 공동명의 등 재산관리나 수입관리에서부터 가사와 육아, 일상생활을 꾸리는 문제, 시가와 처가 관계 문제, 성생활 문제 등 결혼생활에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부부 간의 합의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혹시 이혼하게 될 경우 어떤 원칙에 따라 재산이나 아이 문제 등을 정리할 것인지, 또 폭행이나 속이기, 외도 등 불상사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기로 할 것인지 등도 덧붙일 수 있습니다. - 176쪽


저자는 '계약서에 담는 항목이 꼼꼼할수록 남자친구 뿐 아니라 스스로도 어떤 결혼생활을 기대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며, 둘의 입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관계인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했다.

그런 논의들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난 후에도 결혼이 두렵다면 저자는 잠시 결혼을 미루라고 권한다. '시야가 흐릴 때는 굳이 앞으로 나가기보다 눈을 감고 쉬는 편이 낫다'고 남자친구의 재촉에 쫓기지 말고 자신의 느낌과 판단을 존중하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사랑과 성, 결혼과 직업, 엄마 되기에 걸쳐 많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고, 마지막 부분에는 본문에 소개된 페미니스트 32명의 생애와 사상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여성으로 태어나 차별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은 태어났다. 걷잡을 수 없는 불행 속에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의지로 척박한 땅을 개척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책은 여성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교재로 남성들도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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