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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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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저널? 평화저널? 독립저널? 아니면 삼성저널?

<시사저널> 출신 기자들이 새로 만들 주간지의 이름을 공모한다.

사주의 삼성 관련 기사 삭제에 반발해 파업을 시작했던 전 <시사저널> 노동조합 기자들은 2일 오후 6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9층 임시 사무실에서 매체 창간 선포식을 열었다.

새 매체는 <시사저널>과 같은 시사 주간지. 하지만 이들은 "기존 <시사저널>과 같으면서도 크게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22명의 기자들은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단장 문정우·이하 시사기자단)으로 이름도 바꿨다. 지난달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이들은 이제 전직 <시사저널> 기자들이다.

9월 중순 새 매체 창간

문정우 단장은 "전 시사저널 멤버들을 주축으로 이미 소액투자자조합이 결성됐다"며 "늦어도 9월 중순 창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련만큼 사람을 단련시키는 것은 없고, 파업 전과 후의 우리는 다르다"며 "좋은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밝혔다.

장영희 기자는 "이달말 투자자를 모집해 8월 중순께 주주간 협약을 통해 법인 및 매체 등록을 할 계획"이라며 "12월 대선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시사기자단은 새 매체에 대해 ▲성역없는 탐사보도 ▲균형잡힌 공론의 마당 ▲깊이있는 정보와 책임있는 대안 모색 등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 매체를 위해 20억~30억 규모의 자본금을 모을 계획이다. '소액주주투자조합'(가칭) 주도로 소액 주주를 모집하고, 1천만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자와도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기 구독 약정 운동을 통해 미래의 정기구독자의 '구독료 투자'도 받는다.

▲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시사모 회원들도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작은 소박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시사기자단은 이날 시사모 회원들과 새 매체의 안정된 출발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이날 행사에는 김훈·서명숙·이윤삼 전 편집국장 등 <시사저널> 출신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외에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화운동실천가족협의회 소속 10여명 등이 함께 했다.

고진화 의원은 "오늘이 기쁜 날인지, 슬픈 날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21세기 편집권 독립 문제가 석달 정도면 풀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불행히도 자본의 힘이 언론사를 위축시켜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새 매체의 이름으로 '행복저널', '평화저널', '삼성저널' 등을 내놓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시작은 소박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기자단을 향해 "화려하게 부활하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가는 길은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며 "초대형 권력인 삼성에 맞서 강한 매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2일 시사기자단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 김훈 전 <시사저널> 국장
ⓒ 시사기자단

김훈 "노사, 타협점 찾을 거라 믿었는데..."

김훈 전 편집장은 <시사저널>과 끝내 결별한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노사간 갈등을 일으킨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해 "기사가 빠진 과정은 매우 잘못"이라면서도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한 기사"라고 노사 양측을 질타했다.

"결국 노사 양측이 각자의 파멸로 끝까지 왔다. 회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시사저널>을 만들고, 기자들은 대책이 없는 미래를 향해서 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내가 바라던 상황은 아니었다.

여러분은 '참언론'이라고 표현하는데, 참언론은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할 줄 아는 것이다.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지 말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의견을 사실처럼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장삿속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장삿속에 매몰된 자들의 눈에는 현실의 올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자들은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면서 그것을 '정의'라고 한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 들여다보는 이 시대 언어의 참상이다.

지난번 문제가 된 <시사저널>의 기사는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지 못한 기사다. 나는 그 기사가 빠진 과정은 매우 잘못됐지만, 내가 편집국장이라면 그 기사를 뺐을 것이다. (노사) 양쪽이 불안정하고, 100% 온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양쪽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나의 소망은 좌절됐고, 내 후배들은 기약할 수 없는 미래로 나가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단장 문정우)은 새 매체에 걸맞은 참신한 이름을 찾습니다. 시사기자단 사이트(www.sisaj.com)를 통해 이름을 공모해주세요. 당선작을 내신 분은 평생 독자로 모십니다.


태그:#시사저널, #참언론실천 시사기자단,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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