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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세계 시민기자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이왕 서울까지 왔으니 포럼 일정이 끝난 후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포럼 참가 여대생에게 재미난 한국 드라마를 좀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여대생은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드라마요? 저는 한국 드라마 안봐요.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본 드라마만 봐요"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여대생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30대 주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면서 아이디도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여주인공인 '미도리(MIDPRI)'라고 했다 . 그런데 내가 질문 상대를 잘못 고른 탓인지 이번에도 역시 "한국 드라마는 안 봐요, 그 보다는 일본 드라마가 더 재미있거든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나의 통하지 않는 일본어와 그녀의 통하지 않는 일본어, 이도 저도 안 될때는 영어로 이루어졌다)

일본 드라마가 좋다는 그녀들에게 좋아하는 일본배우에 대해 물어보았다. 4명 모두 마쓰모토 준(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이라고 했다. 공부가 바빠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다던 여대생은 마쓰모토 준이 출연한 <너는 펫>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일본에서는 남성에게도 귀엽다는 말을 쓴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남자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안 써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귀엽다는 말을 쓰더군요. 실제로 일본 남성들이 귀여운 것 같아요. 저는 한국 남자 배우보다 일본 남자 배우가 더 좋아요"

그런데 정말 한국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는 것일까.

다음날 나는 포럼 일정이 끝난 후 아카스리(때밀이) 관광을 했다. 쑥찜질을 하고 있자니, 옆에 앉아있던 50대 정도의 한국 여성 2명이 재미나게 TV를 보고 있었다. 노부부, 중년 부부, 젊은 남녀 3세대가 나오는 홈 드라마로 한국어 초급 정도인 내가 봐도 재미있어 보였다.

호텔로 돌아와 일본 드라마가 좋다던 여대생에게 그 홈 드라마에 대해 물어보니 최근 그 드라마가 인기가 아주 좋다고 했다. 재미있는 다른 한국 드라마는 없냐고 물으니 박신양 주연의 <쩐의 전쟁>이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시청률은 나쁘지만 최지우 주연의 <에어시티>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최지우가 주연하는 것도 그렇고 에피소드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에피소드별로 진행되는 '1회 완결형' 드라마가 아주 드물거든요" 라고 했다.

'뭐야, 한국 드라마는 안 본다더니…….'

한국에는 '1회 완결형 드라마'가 드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일본에서는 시대극이나 형사 드라마 등 대부분이 주로 1회 완결형이다.

그리고 그 여대생에게서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출연자 중에 일본인 유학생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일본인 유학생이 대학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고백해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전 TBS에서 방영된 <일본인의 이런 점이 이상하다>라는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에 일본에도 그런 방송이 있었는데"라고 하자, 그 여대생은 "역시 그렇군요. 한국의 재미있는 방송은 일본 프로그램을 모방한 것이 많아요"라고 했다.

아니, 꼭 그런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드라마도 한국 드라마에서 배운 것도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은 TV와 영화, 예술 등 많은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다.

번역 : 강지은

태그:#세계시민기자포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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