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도서출판 한길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로마인 이야기> 독후감 대회 응모작입니다. <편집자주>
급변하는 21세기 환경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의 가장 커다란 화두는 단연 '세계화(Globalization)'와 '인재경영(Human Resources Management)'일 것이다. 정신 없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이에 못지 않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 및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이러한 환경의 여러 가지 위협 요소를 극복하고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세계 무대로의 진출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또 이러한 세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마인드로 무장된 핵심 인재의 확보가 기업 경영자들의 주요 관심거리일 것이다. 특히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재경영을 통한 훌륭한 리더의 양성과 국경을 넘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는 글로벌한 기업의 출현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로마인 이야기>는 현재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미래 글로벌 기업의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 어떠한 분야에서든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또한 꼭 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경영하고픈 사람들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우리는 로마의 역사를 통하여 훌륭한 리더는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리더를 어떻게 양성할 수 있는지, 또한 국가나 조직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세계로 향할 때 어떠한 전략을 구사할 때 성공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어떤 기업 문화를 지향해야 하나

인재경영 그리고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배우기에 앞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업 문화를 지향해야 할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culture)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cultura'에서 파생한 말로 본래의 뜻은 경작이나 재배였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라는 단어의 어원을 안 후에 나는 문화는 '밭'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특정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사람들은 씨를 뿌리지만, 어떠한 밭에 뿌리느냐에 따라 결과는 우리가 얻는 과실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또 우리의 마음 밭의 상태에 따라서 현자(賢者)가 되기도 하고 우자(愚者)가 되기도 한다.

문화란 어떠한 조직이나 국가, 공동체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업문화는 기업의 근본 체질로서 주요한 경영 의사 결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앞으로 살펴보게 될 기업의 인재경영, 세계화 전략 모두 이를 뒷받침할 적절한 문화가 먼저 형성될 때만이 전략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도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 글로벌 기업, 인재를 최고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기업문화에 대한 시사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로마인이 다른 국가들과 다른 점 중 한 가지는 적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사람이나 사고 책임자에게 다시 지휘를 맡기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려는 온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한 번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그 실수에서 틀림없이 교훈을 얻었으리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로마인은 패배하면 반드시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개량하여 다시 일어서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카이사르도 폼페이우스처럼 패배를 모르는 무장은 아니었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였다. 다만 게르고비아에서 철수한 뒤 알레시아에서 승리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실패는 해도 당장 만회하였다. 즉, 로마는 실수를 용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조직, 기업 또한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유기체이다. 세계화 및 인재경영을 운운하기에 앞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할 것이다. 또한 환경에의 지속적인 적응은 특정한 일회성 사건이나 혁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조직이나 기업의 문화가 그 조직과 구성원에게 체화(體化)되어 있을 때만이 즉, 변화적응 유전자가 조직에 내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특징 짓는 단어들은 '혁신, 속도, 창의성'이다. 경쟁자들보다 발 빠르게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마케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떠한 유전자를 가져야 할까? 어떤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까? 모든 발명과 창의적인 제품, 혁신은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의 결과물이다. 즉, 로마의 실수를 장려하는 문화를 기업 경영자들이 배우고 모방한다면 어떠한 외부의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 존속하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세계적인 기업인 3M을 통해 기업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3M을 포스트 잇(Post-it) 만드는 회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3M은 '혁신, 창조성'의 대명사격인 회사로서 다양한 혁신 제품들을 꾸준히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3M이 매년 벌어들이는 매출의 1/3은 5년 내 새롭게 만들어진 제품, 즉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들에서 나오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제품의 창출은 자연스럽게 3M의 경제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졌으며, 이러한 3M의 성공요인으로 많은 사람들은 실수를 용납하는 것을 넘어서 도리어 실수를 장려하는 독특한 문화를 꼽는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경영자들은 과연 우리 기업이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이 되기에 적합한 문화, 토양, 밭을 가지고 있는지 근본부터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카이사르를 통해 본 리더십

다음으로는 로마의 역사와 훌륭한 지도자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인재상, 리더십의 모습을 살펴보겠다. 로마의 역사를 읽다 보면, 너무나도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았고 또 이러한 리더들 때문에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뛰어난 리더를 만났던 행운을 누린 로마인들이 내심 부럽기도 하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등… 모두 각각의 재능과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로마를 사랑하는 열정만은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훌륭한 리더들 중에서 후세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리더는 즉, 최고의 인기스타는 아마 율리우스 카이사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 또한 카이사르를 좋아했는지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무려 두 권에 걸쳐 저술하며, 리더로서의 카이사르뿐만 아니라 카이사르의 인간적인 고뇌와 개인적인 성품 등 많은 면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카이사르를 가장 좋아한다. 감히 카이사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비록 너무나 먼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카이사르를 나의 멘토로 삼았다. 훌륭한 리더는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또 기업들은 어떠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여야 하는지를 카이사르를 통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이르길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의 다섯 가지라고 한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그리고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다섯가지 자질을 미래의 지도자 및 리더의 잠재력을 평가할 기준으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훌륭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카이사르의 다섯 가지 자질을 함양하고자 노력한다면 카이사르처럼 천재적인 리더라는 평가는 아니더라도 위대한 리더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인 지성은 지식만도 아니고 교양만도 아니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지성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않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꿰뚫어보는 재능이지만, 꿰뚫어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한다. 상황을 통찰한 뒤에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최선인지도 이해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창조성이 결여된 현실인식은 백 점 만점의 지성이 아니라고 하였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가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두번째 자질인 설득력을 꽤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책의 곳곳에서 문장이나 연설로 자기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남에게 납득시키는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이러한 면에서도 카이사르를 무척이나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작가는 무엇을 전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하고 말하였다. 이 두 가지가 전해져야만 비로소 남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자질, 창조성이 함께 하는 지성과 설득력, 다시 말해, 자신의 의견을 글과 말로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은 특히 우리나라 경영자들과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인재와 젊은이들이 많은 면에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창의성의 결여와 적극적인 자기표현능력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암기위주,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묵묵히 참여식 수업이 아닌 일방적인 전달 수업만을 받아 온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외국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때 틀에 박힌 답만 알고 토론 수업에 너무나도 소극적인 내 모습에 많이 좌절하기도 하였다. 그 때 나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인재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당시 내렸던 나만의 결론이 바로 카이사르의 두 가지 자질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영자들은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할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또 더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먼저 이러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을 기를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 자질 이외에도 <로마인 이야기> 곳곳에서 훌륭한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번째는 다름 아닌 긍정적 에너지와 낙천적인 성품이다. 카이사르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도 유쾌한 기분을 잃지 않고, 항상 낙천적이었다고 한다. 절망에 빠진 병사들도 카이사르를 보면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한다. 현시대의 훌륭한 리더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이다. 우리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주위에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에 절대 리더가 될 수가 없다.

훌륭한 리더의 또 다른 덕목은 바로 인간적인 매력, 훌륭한 성품일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군단장과 총사령관은 다르다. 총사령관이 세운 전략에 따라 전술을 실천하는 사람이 군단장이다. 총사령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략적 사고만이 아니다. 전쟁터로 병사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인간적 매력과 인망도 필요하다.

총사령관이 기업을 진두 지휘하는 CEO라면 군단장은 전략의 실행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CEO가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직접 수행할 군단장들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인간적 매력과 인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한 다섯가지 자질보다 함양하기 더 힘든 것이 뒤에 언급한 이 두가지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자세와 훌륭한 성품은 긴 세월을 통해,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매일 조금씩 수련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성품일 것이다. 앞의 다섯 가지 자질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리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꼭 뒤의 두 가지 자질을 가져야 할 것이며, 사람들은 위대한 리더를 존경하고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카이사르의 말 중 "나는 너희들에게 용기와 긍지 높은 정신을 바라지만, 그 못지않게 겸허함과 규율 바른 행동을 바란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항상 최고가 되기를 추구하고 마냥 높아지려고만 한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볼 때 인간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적은 교만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최고가 되고, 훌륭한 리더가 되기를 추구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는 항상 '나는 겸허하게, 규율 바르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며, 자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세계화 전략 '개방성'

다음으로 로마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기업이 성공적인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 로마를 특징 짓는 가장 커다란 단어이자 로마의 성공요인은 바로 '개방성'일 것이다. 로마인들의 개방성은 글로벌한 기업의 경영자들 및 글로벌한 기업을 구축하고자 하는 경영인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로마인들의 '개방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들의 개방성을 배워 보도록 하자.

아테네, 스파르타를 불문하고 그리스인의 계급투쟁은 어느 한 쪽이 승리할 때까지 계속되어 승자가 패자를 복속시켜야만 비로소 끝났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한동안은 격렬하게 싸우더라도 결국에는 공존공영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로마인의 성향이었다. 강대국이 된 뒤에도 모든 일을 독점해서 하려 들지 않고, 다른 민족이 장기로 삼는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의 일은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로마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키케로의 편지를 통해서도 로마인의 개방성과 관용을 엿볼 수 있다. 키케로는 말했다.

"적을 용서하는 카이사르와 자기 편을 버리는 폼페이우스는 얼마나 다른가!"

카이사르는 이길 수 있는 전투라도 피하려고 애썼고,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포로에 대해서도 승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석방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방성과 관용을 기업경영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기업이 글로벌화 한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규범, 철학, 행동양식을 가진 곳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때로 경영자들은 커다란 착각을 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유명한 구절이 말해주듯이, 기업이 새로운 곳에서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 곳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포용하는 관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기업의 인수합병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귀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이 글로벌하는 방식으로 현지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던 두 기업이 만나 하나의 기업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합병을 당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불안감과 반발감이 크기 마련이다. 현실 세계에서 많은 합병의 실패 사례도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데에서, 즉 직원들끼리 융화되지 못하고, 비록 몸은 하나이지만 두 개의 문화가 그대로 존속하는 데서 기인함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기업, 또 합병을 통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로마의 개방성과 관용의 자세를 꼭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로마가 무작정 정복한 타민족에게 관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로마인 이야기> 중 다음 구절에서 나는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로마는 인간의 행동원칙을 바로 잡는 역할을 법률에 맡겼다. 종교를 달리하거나 철학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의 제국을 이룩하고 있던 카이사르는 로마 가도와 로마 통화 및 로마 달력과 더불어 로마 법률도 '로마 세계'의 공통항으로 만들어야 했다. 법의 정신은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범이 아닐까…

이처럼 카이사르는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많은 분야에서는 지방분권주의를 인정했지만, 통치체제와 법률과 군사, 도로와 상하수도 및 항만설비로 대표되는 사회 간접자본 분야에서는 로마식을 관철했다. 이런 면에서 그는 확실한 중앙 집권 주의자였다. 그리고 지방분권과 중앙집권이 균형있게 병용되는 사회야말로 카이사르가 생각하는 제국이었다. 카이사르는 코스모폴리스, 즉 세계국가 창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를 특징 짓고, 로마의 커다란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개방성. 그러나 로마가 무조건 개방하고, 타민족의 다름을 모두 수용하였던 것은 아니다. 다름을 수용하고 개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도리어 다른 민족들과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로마는 이를 법률을 통해 시행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있어서는 무엇이 로마의 법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의 본질, 존재목적을 생각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이윤 창출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이윤 창출이 이러한 법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윤이란 항상 불변하는 불안정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묶는 기업의 접착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바로 기업의 비전과 미션이 로마의 법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뚜렷하고 명확한 비전을 모든 직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모든 직원들이 동일한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아래에서 다양한 기업과 국가와 사람들을 포용하면서 기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전을 어떻게 심어줄 것인가? 이를 위해서 기업은 카이사르 같은 훌륭한 리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직원들에게 심어주며, 확신을 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다음 구절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기업의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제국 전역이 누린 평화는 아우구스투스의 수많은 개혁이 처음부터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개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그가 하루도 쉬지 않고 감시했기 때문이다. 통치도 가도와 비슷하다. 끊임없는 유지와 보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식력, 문제점을 깨닫자마자 당장 보완하고 수정하는 유연한 행동력,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경제력 가운데 하나만 부족해도 통치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라 수 없게 된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혁신을 외치며 한꺼번에 무언가를 바꾸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조직, 개인, 물체에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관성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기업이라는 조직은 조그만 프로세스의 변화도 직원들의 불만을 이끌어내기에 혁신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우구스투스처럼 매일 기업의 상황을 점검하고, 조그마한 것부터 바꾸어 나갈 때 기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격한 혁신보다는 점진적인 변화와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21세기의 기업은 혁신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 혁신이라는 것도 평소에 작은 개선을 많이 한 조직이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매일의 개선을 통해 혁신을 꿈꾸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로마를 통해 21세기의 경쟁사회에서 기업은 어떠한 문화를 가지고, 어떠한 리더와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어떠한 글로벌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위의 요소들 모두 틀림없이 중요한 요소들이고 꼭 우리기업들과 경영자, 관리자들, 직원들 및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글을 끝마치기 전에 위의 다른 어떠한 요소들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름아닌 로마 지도자들의 '로마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열정'이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의 열정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로마인 이야기> 독후감 모집 응모.


로마인 이야기 1 (1판 1쇄)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1995)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