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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여행이 기억에 남지만 이 중 3년 전인 2004년 여름 중3이라는 나이에 혼자 영동선 해안철도를 따라 떠났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난히 더웠던 그 날, 푸른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던 여행. 지금부터 그 때의 추억을 꺼내 보고자 한다.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면서 여행이 시작됐다.
ⓒ 박혁
여행은 청량리역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에서 시작되었다. 창구에서 열차표를 구입한 후 열차에 올랐고 열차가 출발했다. 출발하고 나서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뭔가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뿔싸! 열차표 예매에 사용했던 철도회원카드를 그냥 창구에 두고 왔었던 것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즉시 청량리역에 전화해 철도회원카드가 있는지 문의했다. 제천역에서 뒤따르는 열차로 갈아탈 예정이었던 나는 뒤따르는 열차편으로 카드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곤 밤 열차를 탔기 때문에 제천역까지 열차에서 눈을 붙였다.

열차가 출발한지 3시간 정도 지나서 제천역에 도착했고 내려서 30분 정도 대기한 후에 뒤따르는 열차로 갈아탔다. 열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지나고, 우리나라에서 딱 한 군데 있는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 새벽 4시 30분경에 첫 번째 목적지인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 정동진에서 맞이한 황홀한 해돋이
ⓒ 박혁
▲ 정동진역에서 해돋이의 감동을 느꼈다.
ⓒ 박혁
새벽 정동진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정동진역 앞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에 다시 정동진역 승강장으로 들어가서 사람들과 함께 해돋이를 기다렸다. 5시 30분 경,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동진역에서 바라본 해돋이는 정말 황홀함 그 자체였다. 게다가 동해에서 바라본 해돋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여행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동해안은 원래 날씨가 흐리기 때문에 황홀한 해돋이를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렇게 첫 목적지에서 황홀한 해돋이를 맞이하고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해안선을 따라 강릉에서 추암으로

▲ 해안선을 따라 놓여진 철길의 모습이 아름답다.
ⓒ 박혁
정동진역에서 열차를 타고 강릉역으로 향했다. 영동선 정동진-안인 구간은 철길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어서 열차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나도 이 당시에 처음으로 기차를 타면서 바다를 본 것이었기에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아름다운 기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해안선을 따라 30분 정도 흘렀을까. 어느 덧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서 약 1시간 정도 이런저런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삼척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고 목적지를 향해 열차가 출발했다. 열차는 방금 보았던 해안선 구간을 지나 묵호, 동해역을 지나서 목적지인 삼척역에 도착했다.

내가 삼척역에 온 목적은 특별히 없었다. 단지 30여 년 만에, 여객업무가 중단됐던 삼척역에 열차가 들어간다기에 열차로 삼척역을 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척역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열차를 타고 삼척해변역으로 향했다.

▲ 기억 속의 삼척해변역은 작고 아담했다.
ⓒ 박혁
▲ 푸른 동해바다가 조금씩 시야에 포착된다.
ⓒ 박혁
열차가 출발한 지 5분 정도 지나서 삼척해변역에 도착했다. 열차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동해역으로 향했고 점점 멀어졌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삼척해변역의 역사는 작고 아담했고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해 보였다. 그렇게 역을 구경하고 나와서 추암해변을 향해 10여분 정도 걸었을까. 시원한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푸른 동해바다를 마음속에

▲ 푸른 동해바다가 나로 하여금 뛰어들라고 소리친다.
ⓒ 박혁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추암해변도 처음이었다. 추암해변은 인터넷 정보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고 아담했다. 하지만 그 크기에서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멋이 느껴졌다.

촛대바위를 향해서 해변을 따라 걸어봤다. 밀려오는 파도, 끝까지 펼쳐있는 동해바다는 조금씩 내 마음 속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바다가 내 마음을 향해 여기로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내 영혼은 저 바다에 뛰어들어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마음을 다잡고 촛대바위에 올랐다.

▲ 동해바다와 촛대바위, 기암괴석의 조화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 박혁
촛대바위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는 정말 깨끗했다. 너무 깨끗해서 내 마음까지 깨끗해 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다와 촛대바위, 기암괴석의 조화는 자연을 향해서 박수를 치게 했다. 이제 서울로 가야하는데 어떻게 발걸음을 떼야하나 고민할 정도로. 그렇게 푸른 바다를 실컷 만끽하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서 동해역으로 향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 모든 여행을 정리하고 서울로 가는 열차에 오른다.
ⓒ 박혁
동해역에는 기차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단 미리 예매를 해 둔 열차표를 찾고 동해역 근처에서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역 안 맞이방으로 들어와서 잠깐 기다리다 열차를 타러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오후 2시 30분경 열차는 동해역에 도착했고 서울로 가는 열차에 타면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여행이란 다시 기억하고 추억할수록 정말 행복하고 그 감동을 가슴으로 다시 느낄 수 있어 즐겁지 않나 싶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행복하고 또 얼마나 감사한지.

대학에 합격한 후 그 때처럼 기차를 타고 여행했던 곳을 다시 한 번 가보고자 한다. 혼자서 떠나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떠나든 그 곳을 다시 한 번 가보고자 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또 추억하기 위해서.

▲ 서울로 떠나기 전에 들렸던 추암역. 철길이 끝 없이 이어져있다.
ⓒ 박혁

덧붙이는 글 | 박혁기자는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여행시민기자입니다. 이 글은 <철도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태그:#영동선, #동해안, #해안철도, #정동진, #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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