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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인 의원.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송민성 기자] 지난달 '한국국방연구원 폐지법안'을 제출한 임종인(무소속·경기 안산상록을)은 5월 31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를 만나 "냉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국방부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국방연구원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개혁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임 의원은 국방연구원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방연구원은 어떤 곳?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이 목적

한국국방연구원법에 따르면 국방연구원은 군사전략·군사력 건설 및 자원관리 등 국방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구·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국방정책의 수립에 이바지하게 하는 목적으로 1979년 설립됐다.

지난 1987년 국방연구원법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의 부설 국방관리연구소에서 국방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안보환경 및 국방기본정책에 관한 연구와 대안 개발, 군사전략, 군사력 건설, 무기체계의 선정 및 획득정책에 관한 연구, 국방인력·자원관리 및 국방과학기술관리정책에 관한 연구 등을 하도록 돼 있다.

설립비·연구비 및 운영비는 정부 출연금 및 기타 수입금으로 충당하도록 돼 있다. 연구원의 설립과 운영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 국유재산을 무상대부 또는 양여하거나 군수품을 무상대여 또는 양도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운영 중이다.

2007년 5월 8일 임종인 의원의 대표발의로 폐지법안이 올라왔고, 강기갑 김태년 노회찬 단병호 이영순 임종인 정청래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 송민성 기자
- 국방연구원을 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방연구원은 국방정책의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출연금으로 설립된 국방전문 연구기관이다. 냉전체제 붕괴와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변화된 국제질서에 기반해 올바른 국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연구원의 임무다.

그런데 그걸 안하고 있다. 여전히 냉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석유채굴권을 위해서 자이툰 파병 연장해야 한다느니 북한보다 군사력이 열세라 무기를 더 사야한다느니 하는 거짓말과 국민들 겁주는 얘기만 하고 있다."

- <중앙일보> 5월 31일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23일 "쿠르드 지역에서 석유 채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파병 연장과 석유 채굴권을 연결시키는 논리 자체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파병 연장에 따른 경제적 실익을 기대하는 여론이 높은 것만은 사실인데.
"파병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금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공사가 3301건이다. 그 중 우리 기업이 수주한 공사는 단 한 건도 없다. 쿠르드 공항은 터키, 광케이블은 독일, 무선통신은 중국, 발전소는 요르단, 석유는 노르웨이가 따냈다. 이들은 이라크 파병국들이 아니다. 파병을 한 우리는 테러 가능성이 있어 이런 사업들 못 따낸다.

우리 기업이 이라크로 진출하려면 부대를 철수해야 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자이툰 부대 파병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대신 7월까지 임무종결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방부로선 이라크 파병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는데 연구원이 보고서로 길을 터준 셈이다. 이런 연구원이 무슨 필요가 있나?"

- 지난 2004년 연구원은 국방개혁안의 기초 자료로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 대한 연구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군만 북한보다 우세(103%)했고, 육군(80%)과 해군(90%)은 북한보다 열세인데.
"다 거짓말이다. 북한의 1934년식 탱크도 탱크 한 대, 우리 최신식 탱크도 탱크 한 대로 치는 단순 비교를 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50톤 배 한 척이랑 우리 이지스함 한 척이랑 똑같이 배 한 척으로 친다. 이렇게 세어놓고 우리 군함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나?

배만 해도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해군력이 딸린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F-15K 한 대가 우리나라 돈으로 1000억이다. 북한은 비행기가 모자라 훈련을 못할 지경인데 우리가 공군력에서 약간 우세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최근 30년간 국방비로 쏟아 부은 돈만 100조 이상이다. 그런데도 군사력이 열세라고? 그렇다면 북한이 왜 가난한 나라의 무기인 원자폭탄에 그렇게 매달리는가? 북한이 군사력이 없기 때문에 원자폭탄에 매달린다는 것은 군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반박 근거는 또 있다. 얼마 전 8500억원을 들여 제주도에 해군기지 설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북한이 쳐들어오는 것 때문이라면 왜 해군기지를 제일 남쪽에다 만드나? 인천이나 묵호, 하다못해 군산에라도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 돈이 있으면 해군력이 열세니 군함 하나 더 만들지 무슨 기지를 만드나?

국방위원들 간에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우리가 벤치마킹할 군대는 북한 군대'라는 말이 있다. 왜냐? 무기 안사도 맨날 우리를 이긴다. 이거 장관한테 질의해도 제대로 답변 못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연구원이 자꾸 북한 때문에 무기 사야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미군을 잡아두려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 국방연구원보다는 국방부 폐지법안을 내야하는 거 아닌가.(웃음)
"그렇다고 국방부를 폐지할 수 있나(웃음). 국방부는 개혁해서, 고쳐서 써야지. 연구원은 고쳐서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민간연구소와 달리 국방연구원은 국방부의 특정한 입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인 조건이 있고, 오랜 연구관성 때문에 내부개혁 가지고는 고치기 어렵다.

연구원 한 해 예산만 226억이다. 지난 2006년에 218억이던 것이 8억이나 증액됐다. 쓸데없이 인원만 많고 예산도 많이 쓰는 이런 연구원을 국민 세금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 현 연구원을 폐지하고, 진정한 국방을 위한 연구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 국방연구원 폐지법안이 통과되리라 보나.
"통과도 통과지만 제출에도 큰 방점을 찍었다. 연구원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 법안에 대해 연구원측은 논평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폐지법안이 이슈가 되면 불리하다는 계산일 수도 있겠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을 텐데.
"앞서 말한대로 이 법안은 연구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 법안이다. 내 주장에 반박할 수 있다면 해보라. 연구원이 한 일이 뭔지, 왜 있어야 하는지 연구원이 한번 말해보라."

덧붙이는 글 | 입법 전문 정치 주간지 여의도통신 14호(2007년 6월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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