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 묻힌 진실 파헤친다

대전 등 4곳 국가차원 유해발굴 시작

07.06.04 12:35l최종 업데이트 07.06.04 14:04l

▲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유해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

한국전쟁 당시 남한지역내 단일지역 최대 희생자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유해매장 추정지가 추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달 중 이 일대에 대한 유해매장 여부 확인 및 발굴 작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4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후 군ㆍ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 매장 추정지인 대전 산내 학살지에 대한 유해발굴을 위해 사전조사 작업을 벌이던 중 기존에 알려진 3곳 외에 또 다른 암매장지 추정지를 추가 발견했다. 이에 따라 대전 산내 골령골 매장 추정지는 모두 8곳으로 늘어났다.

새로운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은 골령골내 야산 기슭 작은 골짜기들로 모두 5곳이다. 이중 한 곳(7번째 암매장지)에서는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 유골 일부가 드러났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추가지역 5곳이 암매장지라는 증언이 있어 해당 지역을 조사하던 중 이중 한 곳에서 두개골과 유해 일부가 발견됐다"며 "드러난 유골은 너구리굴로 보이는 곳에서 동물에 의해 굴러 떨어진 곳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두개골이 발견된 암매장지 추정지에 있는 너구리굴 안쪽에는 유골분으로 추정되는 흰 물질이 다량 붙어 있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증언에 의해 추가 지목된 암매장지 4곳에 대한 유해매장 여부 확인 및 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충남대박물관을 골령골 일대에 대한 유해발굴 사업자로 선정하고 토지주 등과도 협의를 모두 끝낸 상태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암매장지 추정지에 대한 나무 간벌작업 등이 끝나는 이달 중순 경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빠르면 7월 말 경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전쟁당시 민간인 집단학살에 사용된 것으로 것으로 보이는 총알 탄피(대전 골령골 학살지)

청원 분터골, 경산 코발트광산, 구례 봉성산 등도 함께 발굴

이와 관련 산내 골령골 암매장지 추정지에서는 각종 개발 및 영농행위 등으로 유해훼손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1학살지 밭이랑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를 비롯 뼛조각 일부, 탄피 등이 추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전산내희생자 유족회 김종현 회장은 "유해매장 추정지가 추가 발견된 것은 대전 산내 골령골 일대 전체가 학살터라는 세간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이번 발굴을 통해 수 십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는 진실이 함께 파헤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산내희생자 유족회측은 내달 1일 예정된 희생자 위령제를 유해발굴 현장에서 갖는 방안을 논의중에 있다.

진실화해위의 이번 유해발굴 작업은 만간인집단희생사건에 대한 국가차원의 첫 발굴로 대전 산내 골령골을 비롯 충북 청원 고은리 분터골,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전남 구례 봉성산 등 모두 4곳이다. 유해발굴작업은 충남대와 경남대, 충북대, 한양대 등 인근 대학박물관에서 각각 맡았다.

다음은 발굴 장소별 사건 개요.

▲대전 산내 골령골 = 국군과 경찰이 1950년 7월초 부터 중순까지 약 보름동안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과 충청지역 보도연맹원 등을 집단 학살된 곳. 희생자 수는 최소 3000명에서 최대 7000명. 그간 매장추정지는 1,2,3학살지로 구분해 오다 진실화해위 사전조사과정에서 증언에 의해 5곳이 추가됨. 이번 발굴 예정지는 이중 4곳임.

▲청원 고은리 분터골 = 국군과 경찰이 1950년 7월 초부터 중순 경까지 청주경찰서 및 청주교도소에 구금 또는 수감돼 있던 보도연맹원을 집단 학살한 곳. 진실화해위의 이번 사전 조사과정에서 매장추정지 1곳이 추가됐으며 모두 1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됨.

▲경산 코발트광산 = 국군이 1950년 6월 말∼9월 초 대구경북지역 보도연맹원과 대구형무소 재소자 등을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 코발트광산 지하갱도와 인근 대원골에서 집단 학살한 곳. 현재 광산의 갱도에서 확인된 유골 수 백구를 포함 약 2000∼3000구 가량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됨.

▲구례 봉성산 매장지 = 국군과 경찰이 1948년 11월 19일 구례경찰서에서 여순사건 연루자로 지목된 민간인 70여명을 집단 총살한 곳. '여순사건'은 같은 해 10월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가 '제주 4.3사건' 진압 파병에 반대해 군·경과 무력 충돌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