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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시민이 시민주차료를 내는 주차요금미터. 자동차 왼쪽 차창에 보이는 노란색 카드가 시민주차카드이고 그 옆의 흰색 종이가 일주일치 주차료 영수증이다.
ⓒ 한경미

자동차를 내다파는 파리 시민이 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교통체증,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주차문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휘발유 값 등으로 소유하던 차를 처분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파리로 이사 오는 사람 중에는 아예 차를 팔고 이사 오는 사람도 많다.

현재 파리 시민의 50%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는데 10년 전의 45%에 비해 5%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차가 없는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 친구 집에 초대됐다거나 주말여행을 떠날 때에는 렌터카를 이용하고 있다.

"1년에 120일 넘게 운행하지 않으면 렌터카가 유리"

제과점 잡지 <씨갈> 1월호와 인터뷰에 응한 '렌트A카'의 사장인 막 보레에 따르면 "1년에 자동차 이용 일수가 120일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엔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렌트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의 경우에 해당되고 파리의 경우엔 150일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 렌터카 이용이 유리해지므로 렌터카의 유용성이 더 두드러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국민의 6%가 1년에 한 번 이상 렌터카를 이용하는 데 비해 파리 시민의 렌터카 이용률은 28%로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소형차를 1년 운용하는 데 평균 5000유로가 든다고 가정하면 그 비용으로 5개월 동안 차를 렌트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므로 특히 파리에 사는 젊은 신세대 가족이 점점 렌터카 이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렌터카 회사인 CNPA의 앙드레 갈렝 사장은 최근의 렌터카 이용 증가 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조부모 시절엔 자동차 소유가 사회적 위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층은 자동차 소유보다는 이용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자동차 소유에서 비롯된 불편함이 편리함보다 더 많을 수 있는데, 그렇다는 판단이 설 경우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차를 파는 것이다.

바스티유에 사는 31살의 기혼녀 조안나는 잡지 <씨갈>과 한 인터뷰에서 차를 렌트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주차장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저녁에 친구와 모일 때나 주말여행 때 주로 차를 렌트하는데 우리가 애용하는 모델은 '골프차'다. 렌터카를 이용함으로써 자동차 유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항상 새 차를 굴릴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 렌트A카 에이전트.
ⓒ 한경미

더 짧게 더 자주 이용한다

렌터카 이용 기간도 이전보다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다. 짧게 자주 이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바캉스를 갈 경우 주로 비행기나 기차로 바캉스 장소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1주일 혹은 2주일 머무는 동안 차를 렌트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름 대바캉스 기간에는 렌터카 이용기간이 3주 혹은 한 달까지 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주로 아비스나 유로카, 에르츠 등 3대 대형 렌터카 회사가 이런 장기 렌터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비행기장이나 기차역에 에이전트를 설치해 바캉스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주말여행이나 가까운 친지 집 방문 등 짧은 구간 이동을 위해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렌터카 회사 서열 4위인 '렌트A카'의 사장은 이용객들의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단기 렌터카 사용률을 점점 높이고 있다.

올해로 경력 10년인 막 보레 사장에겐 현재 400개의 렌터카 에이전트를 700여개로 늘리겠다는 포부가 있다. 모든 프랑스인이 원할 때 자기 집에서 20분 이내에 위치한 렌트카 에이전트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막 보레에 의하면 프랑스 전국 렌터카 평균 이용 기간이 5일인데 비해 파리 시민의 평균 이용기간은 이틀이라고 한다.

1시간짜리 렌터카도 등장... 전화 한 통이면 해결

단기 렌터카가 유행하면서 이용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에는 '공동기금 회사'가 최저 1시간을 렌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 달에 12유로의 예약금만 내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차를 렌트할 수 있는데, 예약은 전화 한 통이나 인터넷으로 직접 하면 된다. 예약이 끝나면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가서 차를 꺼내 쓰면 되는 아주 편리한 방식이다.

렌터카 비용도 저렴한 편이어서 투윙고(르노자동차의 소형 모델)를 1시간, 20㎞ 정도 달렸을 때 렌트 비용은 12.39유로다. 기차나 버스, 메트로(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렌터카 비용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이렇게 편리성과 경제성을 겸한 장점 덕분에 더 많은 파리지앵이 단기간의 렌터카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필요한 경우에만 차를 몰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공해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파리시는 최근 몇 년 동안 공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고안해 냈다.

그 중 하나로 파리 시민에게 할당된 시민주차지역의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시민주차지역은 시민의 집 근처 도로에 이들만을 위한 주차지역을 지정해 준 것을 말한다.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워놓을 때 별도의 주차비를 내지 않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시민주차지역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차를 세워놓을 때도 주차비를 낸다.

지은 지 몇 백년 혹은 몇 십년 된 오래된 건물이 많은 파리에서는 지하 주차장이 아예 없는 건물도 많고 또 있다 해도 아파트 수만큼 다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주차문제는 늘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당선 다음해인 2002년부터 시민주차지역 이용 요금을 하루 15프랑(2.29유로)에서 0.5유로로 대폭 내렸다.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내린 셈이다. 정책 목표는 당연히 대중교통수단 이용 장려였다.

이 정책 덕분에 많은 파리 시민이 차를 주거지 근처에 저렴하게 주차시키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그해 자동차 이용률이 12% 감소했고 2004년에는 파리지앵의 메트로 이용율이 5.5% 증가해 총 277만명이 메트로를 이용했다.

파리시의 또 다른 공해방지 정책으로 전차 부활, 차도 축소를 들 수 있다.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전차를 부활시켜 파리 남쪽의 구간을 잇게 했고,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바꿔 차량통행을 억제하고 그 대신 버스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렸다.

▲ 자전거 전용도로.
ⓒ 한경미

자전거 대여소 늘리고 센강에 '배 버스'까지 운행

한편 파리시는 올 여름부터 '벨리브'('자전거+자유'의 약어)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미 몇 년 전 리용에서 성공리에 시작된 벨리브는 시내 도처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서 필요한 경우에 즉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전거가 필요한 구역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자기가 갈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대여소에 반납하면 된다.

사용 방법은 3가지로 하루에 1유로, 일주일에 5유로 혹은 1년에 29유로의 예약금을 내는 방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처음 30분 동안의 대여료는 무료이고 이후 30분 이용마다 1유로의 요금이 추가된다. 파리시는 올해 말까지 1451개의 자전거 대여 장소를 마련할 예정이어서 이제 파리에서 더 많은 자전거 통행자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파리에서 자전거 통행량은 33% 증가했다.

파리 시내도로 교통체증을 방지하기 위해 들라노에 시장은 센강을 오가는 바토뷔스('배 버스'라는 뜻)를 새로 고안해내기도 했다. 현재 에펠탑, 오르세 박물관, 샹젤리제, 생제르맹 데 프레, 루브르 박물관, 시청과 노트르담 대성당을 연결하는 바토뷔스를 해마다 8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노선이 파리의 주요 관광지를 잇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이용객이 대부분 관광객이지만, 파리시는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이 바토뷔스 이용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바토뷔스 구간을 관광지만이 아닌 실제 주거지역과 파리 근교까지 확장하고 시간대도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1년에 55유로라는 저렴한 정액요금만 내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이점 때문에 앞으로 이용객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 차도 한쪽에 마련돼 있는 자전거 구역에 여러 대의 자전거가 놓여있다.
ⓒ 한경미

태그:#파리지앵, #렌터카, #벨리브, #바토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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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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