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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이 질문에 캐나다의 농업 연구가 브루스터 닌은 "보이지 않는 거인, 카길"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또 "카길은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에 미국산 쇠고기를 더 많이 수입하라고 압력을 가해 왔다"면서 한국의 먹을거리 시장도 조만간 카길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이지 않는 거인(Invisible Giant)'은 세계에서 유일한 카길 연구서인 브루스터 닌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안진환 옮김, 시대의 창)>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브루스터 닌은 20여년 가까이 카길의 행보를 추적해 왔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웹진 '양의 뿔(The Ram's Horn)'에는 '카길 프로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카길에 대한 신문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다. 그는 카길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카길은 공적인 공간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정을 공개할 법적인 책임이 없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정보는 더욱 희박하다.

닌에 따르면 카길의 목표는 전 세계의 식탁에 자신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운송이 편리한, 규격화된 제품, 예를 들면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르는 김치보다는 통조림에 든 피클을 더 선호한다.

그는 카길의 이러한 생각은 각국의 다양한 식량문화를 파괴하고 결국에는 식량주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90년대 초반 한국을 방문, 카길에 의해 잠식당해 가던 한국 농업에 깊은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브루스터 닌은 "자본주의가 최고의 경제 구조라면 아마도 카길은 가장 뛰어난 선수"라며 하지만 "카길은 식량 안보가 아니라 식량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식량 안보는 식량 주권"이라며 카길과 같은 다국적 곡물 메이저에 맞서 소규모의 친환경 농업과 같은 '식량의 지역 통제'를 주장했다.

다음은 브루스터 닌과의 일문일답.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미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

▲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의 저자 브루스터 닌.
ⓒ Brewster Kneen
- 카길은 수익이 752억달러인 기업인데도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카길에 대한 당신 책 제목도 <보이지 않는 거인>이다.
"1990년 출판한 카길에 대한 나의 첫번째 책 제목은 <비싸게 주고 사기- 세계 최대의 곡물회사 카길은 캐나다의 농업을 어떻게 바꾸었나>였다. 당시 캐나다에서 카길은 곡물무역업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업계 사람들도 카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카길이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누가 캐나다의 농업 정책을 만들어 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길은 여전히 활동 분야 대부분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신의 엄청난 규모나 영향력을 드러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카길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재정을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 가급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 얼마 전부터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다.
"카길은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에 미국산 쇠고기를 더 많이 수입하라고 압력을 가해 왔다. 한국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쇠고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카길은 주장한다. 카길은 미국 정부의 농업 보조금 덕분에 낮은 가격의 쇠고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 광우병과 대형화하고 산업화된 카길의 사업 방식 사이의 연관관계는?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는 같은 문제다. 식품의 대량생산은 질병을 유발하고 확산시킨다. 그것은 또 싼 사료와도 연관이 있다. 즉, 현대화된 영농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한다. 카길은 어떻게 만들어졌든 단백질은 단백질일 뿐이니, 질이나 원료가 아니라 가격에 맞춰 사면 된다고 말한다."

- 이밖에도 많은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먹을거리의 안전성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
"첫번째 책 <땅에서 입으로>(1990)에서 나는 '거리'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즉, 산업화된 식품시스템은 어떤 형태이든간에 우리 입과 생산지 사이에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거리 운송은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형태이며 살충제와 약품, 화학비료가 필요한 냉동처리, 중앙물류, 농장 농업도 그러하다."

"전세계 작황 파악위해 인공위성까지 가동"

- 카길은 미국의 4대 육우회사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돼지들이 먹는 옥수수 사료를 보급하고, 그 사료를 만드는 옥수수 종자와 농장에 뿌리는 비료도 만들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를 카길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카길의 전형적인 경영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노련한 곡물 무역업자인 카길은 그 기반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하는 식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서서히 확장해 왔다. 오늘날 저녁 식사에서는 소금부터 오렌지 음료, 그리고 고기와 빵·쌀까지 식탁에 올라와 있는 모든 것들에서 카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신선 채소는 카길이 손대지 않은 유일한 분야다. 카길은 1990년대 미국에서 신선 채소사업에 도전했지만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결국 손을 뗐다. 이는 카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 발을 들여놨을 때 카길은 주력 분야로 만들 것인지 손을 뗄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 카길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의 작황을 파악한다고 들었다.
"카길은 전 세계의 작황, 농산물의 저장량과 선적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언제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왔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원하는 시장 조건 조성을 위한 정보의 훌륭한 매니저다."

"카길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일 것"

▲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 시대의창
- 대니얼 암스터츠 전 카길 부회장은 1987년 GATT 농업협상에 제출됐던 미국의 예외 없는 관세화 방안의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이라크 재건사업 농업부문 단장으로 활동했다. 카길과 미국의 농업 무역 정책의 관계는?
"카길과 '아처 대니얼 미드랜드(ADM)'의 정부 접근법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아처 대니얼 미드랜드는 항상 회사의 사장을 포함한 대량의 공격적인 로비에 의존하고 있다. 카길은 항상 공공복지와 연관있는 선한 시민인 것처럼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워낙 사업 분야가 광범위해서 카길은 (국내·외) 식량 원조부터 상업 교역까지, 다양한 종류의 공공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거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만약 자본주의가 최고의 경제 구조라고 한다면 아마도 카길은 가장 뛰어난 선수일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농부들은 거물이다. 산업화한 농장주들은 목화와 옥수수, 대두를 생산한다. 덧붙여 말하면 그 농작물들은 유전자 조작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농부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건 '카길로부터' 보호한다는 게 아니라 '카길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 카길은 종전 후 미국의 후진국 식량 원조를 통해 성장했다고 알려졌다.
"카길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식량원조 정책에서 큰 혜택을 받았다. 원조되는 식량은 미국 내에서 구입되어 미국 선적의 배에 실려야 한다. 카길은 그 식량들을 정부보조금이 지급된 가격에 정부로부터 구입하고 수송선을 계약(혹은 자신의 배를 사용하거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것은 리스크가 없고 이윤이 보장된 것이었다."

- 카길에 의해 농업이 초토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일본과 한국은 카길의 전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카길은 두 나라에 처음에는 식량 사업으로 진출해, 그 나라의 문화와 구조를 배워가면서 서서히 그 나라를 점령할 수 있는 교두보를 삼아 움직였다. 카길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 분야의 관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단기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브루스터 닌은 누구?

카길 등 다국적 곡물 메이저와 현대의 먹을거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캐나다 연구가. 1971년부터 1986년까지 실제 농장을 경영하면서 축산과 거대 상업 농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바이오테크놀로지 발달과 식량체계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에 뛰어 들었다. 아내 캐슬린과 함께 현대의 식품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는 웹진 양의 뿔(www.ramshorn.ca)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5년 4월에는 강기갑, 유승희 의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초청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 카길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신들이 합리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길의 접근법인 '비교우위'에 대해 정확하게 봤다. 하지만 카길은 식량 안보가 아니라 식량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나는 절대 나의 먹을거리가 카길에 지배당하거나 식량 시스템이 소수의 초국적 기업에 의해 통제되길 원치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 그들이 최소한의 이윤을 내지 못하게 됐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진정한 식량 안보는 식량 주권이라고 불리는 것과 닿아 있는데, 그것은 식량의 지역 통제, 즉 지역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대규모의 산업화된 농장이 아니라 수많은 소규모 친환경 농부들이다. 그리고 슈퍼마켓이 아닌 농민들의 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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