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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건축이 문화적 가치로 인정받게 된 데는 아줌마들의 힘이 컸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로, ‘기적의 도서관’으로 알려진 어린이도서관 설계를 맡았던 (주)기용건축 정기용 대표가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가족 친화적 건축물을 통해 지역공동체 문화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5월 22일 여성가족부의 가정의 달 유공자 포상을 받은 것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국민훈장 수상을 “국가 또는 정부가 건축을 문화로 인정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건축 관련 ‘협회장’이 아니라 개인 건축가의 일련의 건축 작업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설기술ㆍ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 위원이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했고 서울 성곽 복원을 지휘했다. 문화연대 공동대표로 서울시 뉴타운개발계획을 상업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사회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일견 대단해 보이는 이력과 달리 그가 지은 ‘가족 친화적 건축물’로 열거된 김제 지평선중학교 목공실, 제천 간디학교 기숙사, 전북 무주군의 면사무소들, 그리고 순천, 서귀포, 진해, 정읍 등 지역 중소도시의 어린이도서관 등은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공중목욕탕과 천문대가 있는 면사무소, 아이들이 눕고 구르고 잘 수 있고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있는 어린이도서관 등은 노인과 아이들은 물론 그 가족의 발길도 이끌었다. 자연스레 아이와 부모, 이웃 간 대화가 늘었고 공동체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나아가 시골마을과 지역 도시 전체가 변화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정 대표는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조직하는 일”이라며 “즐거워서 찾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적 가치”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도서관은 가족관계를 바꾸고 나아가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선 순천은 이제 도시 전체가 ‘도서관 도시’로 변모를 꿈꾸고 있다.

그는 건축이 문화적 힘을 갖게 된 데에는 “사회적인 요구를 받아 안아 통로를 열어준 시민단체, 그리고 아줌마들의 힘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거나 자녀들과 직접 이용해온 ‘아줌마’들이 건축가인 정 대표에게 자신들의 체험을 세세하게 들려준 덕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한국형 도서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린이도서관 건립 후 운영과 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가족들의 삶을 녹여낸 것도 바로 ‘아줌마’, 여성들이었다. 진해 어린이도서관의 경우, 주부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사회 주체로 당당히 서고 있다. 진해 어린이도서관 이종화 관장은 이날 정기용 대표와 더불어 여성가족부 장하진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김선희 기자 ksh@iwomantimes.com

태그:#순천, #어린이 도서관, #국민훈장, #정기용,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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