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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 징집과 관련, "관련 법령이나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사실상 그 불법성을 인정했다.
ⓒ 오마이뉴스

국방부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 징집의 불법성을 인정해 주목된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6·25참전 소년지원병 전우회(소년병전우회)의 민원에 대한 회신을 통해 "당시 15세 아동을 현역병으로 입대시킨 관련 법령이나 근거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소년병 징집의 불법성을 인정했다.

이미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15~17세 이하 소년병의 강제징집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국방부의 '전향적인 회신'이 나와 이것이 향후 소년병의 국가유공자 인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국방부 "15세 아동 현역병으로 입대시킨 법령이나 근거 없어"

국방부의 회신은 '소년병 징집의 법적 근거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회신내용과 비교할 때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회신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전시상황에서 징집은 호적부나 오늘날 주민등록에 근거한 징집이 아니라 거주지별 필요병력을 충원하다 보니 징집된 사례가 있을 수 있으며 많은 어린 학도병·청소년들이 자유대한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전하다 보니 이중 군 복무 또는 강제 복무한 사례들이 일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년병의 강제징집이 있을 수 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그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이번 회신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병역법은 '만 20세 이상에 달한 남자'에 한해서만 징집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국방부가 이번 회신에서 열거한 당시 법적 근거들에서도 소년병 징집을 합리화할 수 있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한국전쟁 개전 이후에 취해진 대통령 긴급명령 제6호('징발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제7호('비상시 향토방위령'), 국민방위군설치법, 전시근로동원법 등에서도 18세 미만 아동을 군인으로 징집할 수 있다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 동원대상은 대부분 17세 이상 청·장년들에 한정됐거나, 17세 미만 아동이 동원됐더라도 정규군이 아닌 향토방위 등 비정규군의 역할을 맡았다.

또한 국방부는 1951년 3월 16일 이승만 대통령의 종군학생 복교조치에서 소년병이 빠진 이유와 관련, "당시 '종군학생 복교령 조치 담화'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은 학생 신분으로 군번을 부여받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복귀조치였다"며 "자원입대한 소년병들에 대한 차후 조치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내용은 ▲모든 학도는 본래의 본분인 학업으로 돌아갈 것 ▲군 복무로 학업이 중단된 학도는 군 복무 사실이 인정되면 학교 당국은 무조건 복교를 인정할 것 ▲군 복무 학도에 대한 군 및 각급 학교는 복교하는 학도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줄 것 ▲군에 복무하는 동안 학년 진급이 누락된 학도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학년 진급을 인정할 것 등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소년병 다수가 학생이었음에도 복교 조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들은 일반 학도병들과 다르게 모두 정식군번을 부여받고 낙동강전투 등에 투입된 정규군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국방부는 소년병의 국가유공자 인정 여부와 관련, "참전유공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 주무부처인 보훈처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항상 관심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8월 만 14세 이상의 남자들을 '동원'할 수 있는 '긴급명령 9호'(비상시향토방위령)를 내렸다. 하지만 비정규군을 동원하는 조치였던 긴급명령 9호도 소년병 징집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 오마이뉴스
소년병 전우회 "정부는 마땅히 사과하고 보상해야"

이러한 국방부의 회신에 대해 소년병전우회는 공식 의견을 통해 "15세 아동을 법적 근거 없이 현역병으로 강제 징집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평가한 뒤 "정부는 이제 마땅히 사과해야 하며 인권침해를 당한 소년병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우회는 "국방부는 15세 아동을 현역병으로 강제징집해 실전에 내몰았다"며 "소년병의 역할을 감추지 말고 과감하게 드러내 잘못된 전사를 고치고, 소년병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책임이 국방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우회는 "인권침해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북한도 소년병을 혁명유공자로 예우하고 있다는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대한민국이 소년병의 희생과 공헌을 외면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소년병, #한국전쟁, #강제징집, #불법,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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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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