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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대 1년 여 만에 '암' 판정을 받고 사망한 고 이현찬 씨의 유해가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고 이현찬씨의 안장식을 지켜보며 오열하고 있는 유족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며 애원하던 말이 귀에 쟁쟁합니다."

"나라가 필요해서 데려갔으면, 그 기간 동안 만큼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갈 때는 건강하게 현역판정 받고 갔는데, 암이라니요."


입대 1년여 만에 암이 발병, 2년 4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지난 2월 숨진 고 이현찬(향년 24세)씨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 씨는 지난 2002년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부산대 행정학과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2003년 9월 입대했다.

이 씨는 그해 11월 경북 영천에 있는 316전경대에 배치되어 근무하던 중 2004년 10월 경찰병원에서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 외부 병원에 의뢰했던 조직병리검사 결과가 '악성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그해 11월 3일 민간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투병생활을 하다가 올해 2월 20차 항암치료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하지만, 이씨의 소속 부대는 이씨를 공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부산대학교 학생들의 서명운동, 유족들의 청와대 탄원서 제출, <오마이뉴스>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 12일 '순직'처리했다.

이에 따라 50여 일 동안 한 사찰에 모셔져 있던 이씨의 유해는 26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경찰관 묘역에 안장되게 됐다.

안장식이 거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이 씨의 유해가 땅속에 묻힐 때는 "우리 현찬아, 이제 아프지 않는 곳에서 편안히 쉬라"며 오열을 터트리기도 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인자(62)씨는 "남해 시골에서 학원 한번 안가고 부산대에 합격했고, 거기에서도 장학생이 되어 부모의 마음을 늘 기쁘게 하던 외아들이었다, 죽기 전에도 '소중한 우리 어머니, 우리 누나들과 동생, 행복하게 살아라'고 유언을 남기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특히 현찬이는 병원 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다"며 "그런 애가 갑자기 이런 참변을 당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암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하늘이 노랬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의사 선생님에게 자기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며 "살아 보려고 항암치료를 20차례나 받으면서 그 고통을 이겨낼 때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고 이현찬씨의 모친인 김인자(62)씨가 고인의 유해에 흙을 뿌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안장식에는 고인의 투병생활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어, 더욱 안타깝게 했다. 또한 고인이 근무했던 부대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부대관계자들이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참 괘씸하다"며 "순직 처리됐다고 연락 온 뒤로는 전화 한 통화 없었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경찰병원에서 처음 수술할 때 종양을 제대로 제거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고, 민간병원으로 옮겨서 그 긴 시간동안 투병하는 동안 한 번 찾아오지도 않더니, 빨리 제대시키라고만 종용했었다"며 "너무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큰누나 이미희(35)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라에서 불러서 갔는데, 그렇다면 2년 동안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암'이라고 해서 공상처리도 안 해 주고, 유족들과 사과 한마디, 상의 한마디 없는 무책임함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고인이 투병생활을 하던 중 '고 노충국씨'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말하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도록 군부대 내의 의료시설과 군장병에 대한 건강관리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족들은 진주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현재 심사절차를 밟고 있으나 유족들은 담당자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유공자 인정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유족들은 고인의 공상처리를 위해 탄원서 제출 및 서명운동에 나섰던 부산대학교 교수 및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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