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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의 하나지만 이런 나라들 중에서 약간은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사회적인 대립이 아주 심한 편이고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을 때 우선은 직접 충돌하고 보자는 프랑스인들의 성격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작년 3월 파리의 반 CPE 시위 모습.
ⓒ 조영표
프랑스인들은 몇 십만 명이 아니 몇 백만 명이 어느날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올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과 사르코지 내무부장관이 군림하던 지난 5년, 우파가 권력을 잡았던 시절에 3번이나 (2003, 2005, 2006년) 대형 항의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5년 동안에 우파정부의 여러 개혁과 기업들의 폐업이나 개발도상국으로의 이전 등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질이 점점 저하되는걸 경험했던 프랑스인들의 분노가 어떤 정치적인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 쌓이고 있어 폭발 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동시에 언론과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이민과 폭력 등을 이유로 이들에게 의식적으로 두려움을 야기시키고 있는데 그 결과 많은 프랑스인들이 점점 안으로 시들어가거나 아니면 반대로 공격적으로 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4월 22일 치러질 대선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게 상당수의 프랑스인들이 느끼는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이 두가지 중요 주제가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첫 번째 주제인 분노에 대해선, 본인이 현재 희생자라고 느끼고 있는 자들이나 아니면 지금은 아니더라도 조만간에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느끼는 프랑스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무도 이들의 분노를 감안하지 않았고 아무도 이런 중요한 사회주제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다. 극좌파의 두 후보인 올리비에 브장스노나 아흘렛뜨 라길리에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일반생활과 괴리된 후보들의 주장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언급한 주제라고는 학군제도,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문제 등 프랑스인들의 일반생활에 직접 관련된 주제라고 보기는 힘든 것들 뿐이다.

또한 사르코지와 루아얄은 서로 다투기라도 하듯 극우파의 이론을 차용해 오기도 했는데 사르코지가 '이민과 국가적 아이덴티티부 신설' 등을 들고 나와 극우파인 르 펜의 유권자들을 유혹한 사실이 그것이다.

사회당의 루아얄은 '사회불안정 해소 투쟁'과 국가에 관한 사항이 우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핑계로 사회당 캠페인의 슬로건을 '정당한 사회질서' 보호로 정했는데 사회질서라는 말은 우파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또한 루아얄은 프랑스인들도 국경일에는 다른 나라들 처럼 국기를 창가에 달아야 한다는 등의 우파적 사고가 물씬 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 한 프랑스 화가가 대중운동연합 후보 사르코지(왼쪽)와 사회당 후보 루아얄의 얼굴 모형을 만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리하여 좌파 경향의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반대로 자기들의 눈 앞에 계속 겁을 주기 위해 들이미는 허수아비에게 겁을 집어먹은 우파 경향의 유권자들은 당연히 프랑스에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 르 펜이나 사르코지 아니면 좌우 국경을 들락날락하는 루아얄 중에서 고르면 된다. 루아얄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상당수는 오직 사르코지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표를 던질 것이고 이것도 싫은 사회당의 일부 유권자들은 바이루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은 이유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일종의 긴장감이 은연중에 감지된다고 한다면 과장된 말일까? 특히 방리외 쪽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19일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프랑스 엥테르 라디오 방송에서 행한 말을 인용하자면 사르코지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방리외쪽에서 일종의 "폭발, 폭동"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많은 파업이 발생했는데 선거벽보를 인쇄하는 자들의 파업이나 투표용지나 각 대선후보들의 선전문 등 갑자기 늘어난 우편물 배달을 위해서는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유로 우체국 직원이 파업을 했다.

그런가 하면, 파리 근교의 올네에 있는 푸조 자동차 생산 공장 노동자들의 장기파업뿐만 아니라 마르세이유 항구에서 유조선 직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한때 석유의 공급부족을 우려하기 까지 했었다. 이렇듯 공공기관이나 사기관에서의 파업이 대선기간 동안 잇달아 일어났는데 이건 흔치 않은 상황이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상황이 개선되어질까? 더욱이 사르코지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 우선적으로 파업권(대중운송 분야 등 일부 영역에 최저 서비스 도입, 파업 1주일 후에 의무적으로 파업을 계속할지 안할지 결정하되 비밀투표로 할 것 등)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근로자들에게 일종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프랑스인들이 이번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지금 걱정스럽다.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정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좋지 않은 방법 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적게 해를 끼칠 자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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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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