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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행정학과에 다니다가 군에 입대했던 이현찬씨가 암으로 사망하자, 김진웅(왼쪽)씨를 비롯한 고인의 후배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20대 전투경찰이 군 입대 후 1년여 만에 암에 걸려 사망하자 유가족과 대학 동문들이 '공상(公傷)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현찬(24)씨는 지난 2월 23일 민간 종합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이씨의 유골은 현재 납골당에 안치돼 있다.

경남 남해 출신인 이씨는 부산대 행정학과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03년 9월 입대했으며, 그해 11월 경북 영천의 전투경찰 부대에 배치됐다. 이씨는 입대 전인 2002년 신체검사에서 2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가 2004년 9월 휴가를 나와 웃통을 벗었을 때, 가족들은 이씨 등에 조그마한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이씨는 경찰병원에서 진료받고, 그해 10월 8일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면부조직중괴 수술 후 신경섬유종'이라는 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병원은 수술 후 외부 병원에 조직병리검사를 의뢰했고, 10여일 뒤 결과를 통지받았다. 악성종양 판정을 받은 이씨는 그해 11월 3일 민간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지난 2월 20차 항암치료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입대 1년여 만에 암 발생했는데..."

▲ 부산대 행정학과에 다닐 때 이현찬씨 모습.
ⓒ 최강호
유가족들은 군 복무 중에 암이 발병했다고 보고 있다. 입대한 지 1년여 만에 암이 발병한 셈이다.

고인의 여동생은 "징병검사 때 안구건조증이 있다는 이유로 신체검사 2급 판정을 받았지만 아무런 탈이 없었고, 입대하기 전에는 감기몸살 한 번 앓지 않았으며 병원 문턱도 밟아본 적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들은 경찰병원의 진단과 시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동생은 "경찰병원에서 '단순 혹'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받았으나 수술 후 병이 재발했다"며 "그러자 경찰병원 측에서 뒤늦게 외부 병원에 조직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악성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경찰병원은 수술 때 종양의 20%만 제거하고 봉합했으며, 수술 후 외부 병원에 의뢰한 조직검사 결과를 받은 뒤 원자력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수주일 동안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면서 "수술 당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고 수술 후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 남아 있던 종양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경찰병원 측이 검사 결과가 나온 후 10일 이상 지나서야 가족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면서 "경찰병원에서는 수술 뒤 전역할 것을 종용했으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가족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할 수 있도록 요청해 원자력병원으로 옮겼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역 요청을 받았지만 고인은 2005년 3월 휴직신청을 했고, 휴직신청은 2006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되풀이됐다. 이러는 사이 아들의 입원 사실에 처지를 비관해 술과 담배로 나날을 보냈던 이씨의 아버지는 2006년 7월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부산대 서명운동 벌여... 국립묘지 안장 등 요구

▲ 부산대 중앙도서관 앞에는 이현찬씨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글이 붙어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유가족과 고인이 다녔던 부산대 교수·학생들은 청와대에 탄원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군 복무 중 암이 발병해 사망했기에 '공상'으로 처리돼 보상받아야 하고, 고인의 유골은 국립묘지에 안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이 같은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낸다는 각오다.

부산대 중앙도서관 앞에서는 3월부터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까지 4000여명이 참여했다.

김진웅 부산대 행정학과 학생회장은 "서명운동에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서명용지는 앞으로 있을 소송 등의 참고자료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여동생은 인터넷에 올린 호소문을 통해 "하늘같이 믿고 아끼던 아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심경이나 형제들의 비통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공상으로 인정돼 오빠가 국립묘지 한 귀퉁이에라도 안장돼 영혼이 편히 쉬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병원 의사 "암,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다"

▲ 부산대 학생들은 이현찬씨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해당 부대 측은 이씨의 병이 군 복무와 무관하다고 보고 공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경찰병원 담당 의사는 "수술 당시 보이는 혹은 다 제거했지만 재발한 것 같다"면서 "떼어낼 때 종양이 커 악성일 수 있다는 생각은 했고, 그래서 조직검사를 의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검사를 먼저 하지 않고 수술부터 했다'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이 담당 의사는 "조직을 떼어내야 검사를 맡길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또 '수술 후 수주일 동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술 후에도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암이 언제 생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담당 의사는 "암이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다, 군대에 오기 전에 생겼을 수도 있고 군대에 있으면서 생겼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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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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